김의철 전 KBS(한국방송공사) 사장에 대한 해임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김 전 사장을 해임한 절차에는 문제가 없으나 해임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16일 김 전 사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취소 소송의 선고기일에서 "원고에 대한 사장 해임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재판부는 김 전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 단계에서 절차적 위법은 없었다고 봤다. 이사회 구성을 위법하게 변경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김 전 사장의 해임 사유로 제시된 사안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김 전 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재정 적자에 대해 "수신료 수입의 정체와 공적책무 수행으로 인한 지출비용 증가 등이 KBS의 재정상태 악화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했다. 김 전 사장 해임 이후인 지난해 상반기에도 당기순손실 239억원 상당이 발생했다고도 부연했다.
KBS의 신뢰도·영향력 상실과 관련해선 "(KBS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조사에서 공정성 분야의 시청자평가지수(KI) 1위를 차지했다. 원고는 통합뉴스룸 국장 직속 저널리즘 책무실과 체크&체크팀을 구성하는 등 언론보도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시도를 했다"며 "신뢰도 및 영향력이 상실됐다거나, 그와 같은 결과가 원고의 잘못에 의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임명동의제 확대 등을 두고는 "인사권을 다소 부적절하게 행사했고, 임명동의제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보고 및 심의·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하기 위한 취지"라고 봤다.
그러면서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려는 방송법의 목적, 이를 위해 적격을 갖춘 사람을 사장으로 임명하고 임기 및 독립적 지위를 보장해야 할 필요성 등에 비춰볼 때 원고를 해임한 것은 KBS의 독립성을 해치는 것으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김 전 사장은 "이번 판결이 공영방성 KBS 정상화의 조그마한 계기라도 됐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원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