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으로 한국인이 운영하는 것으로 의심되지만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다며 규제 및 책임 회피를 하는 해외 사이트에 대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용희 경희대 교수는 “정보통신망법, 전기통신사업법 등 관련 법률에 실질적 지배력 기준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임응수 변호사(시민단체 언프레싱 대표)는 “한국어로만 서비스하고, 배너 광고와 광고 업체가 한국 업체면 해외 사이트라도 국내법을 적용해야한다”고 밝혔다.
김장겸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미디어미래비전포럼이 주관한 ‘해외 사이트 투명성·책임성 강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에는 구종상 미디어미래비전포럼 상임대표가 좌장을 맡았고, 김 교수가 주제발표를 했다. 또한 임응수 변호사, 백지연 국회 입법조사처 교육문화팀 입법조사관, 송봉규 한세대 교수, 김우석 방송통신위원회 디지털유해정보대응과장, 박선희 방심위 저작권침해대응팀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김 교수는 “나무위키는 2024년 말 시밀라웹 조사 결과 국내 7위권 접속량을 나타냈고, 주된 접속 경로 역시 약 92%가 한국”이라면서 “운영 법인인 우만레는 파라과이에 설립되어 국내에서 발생시키는 수익에 대한 과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무위키와 같이 한국인이 운영하면서 외국인인 척하거나 해외법에 근거가 있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사이트에 대한 방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단순히 서버 위치나 법인 등록지가 아닌 사이트의 운영, 관리, 수익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질적인 운영주체를 판단하는 '실질적 지배력' 기준을 법제화 해야 한다”며 “국내법 적용이 가능하도록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기준으로는 △한국인 직원의 비율 및 주요 의사결정권자 국적 △한국어 서비스 제공 여부 및 한국 시장 대상 여부 △수익의 원천 및 귀속 △콘텐츠 제작 및 관리 주체 △도메인 소유자 및 서버 관리자 등이 있다.
또한 김 교수는 “’국내대리인 지정제도’의 실효성도 확보해야 한다”며 “나무위키나 누누티비 등이 해당 제도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다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 대상 확대 △국내 대리인의 책임 및 권한 강화 △국내 대리인의 자격 요건 강화 △’유령 대리인’ 방지를 해야 한다”며 “국내 대리인의 활동 내역을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허위 보고 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대리인이 단순히 서류 제출 대행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불법 정보 삭제, 이용자 보호 조치, 법적 분쟁 대응 등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임응수 변호사는 “나무위키는 현재 파라과이에 본사가 있다고만 알려져 있을 뿐 국내에 구글코리아와 같은 기구조차 존재하지 않다”며 “실제로 운영 주체 및 방법 등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으며, 어떠한 방법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지조차 알려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나무위키는 해외 사이트로 볼 수 없다. 한국어로만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으며, 배너 광고 또한 모두 한국어로 한국 업체들이 광고하고 있다”며 “이러한 사이트를 두고 국내에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해외 사이트로 치부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용자들은 당장 자신이 피해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나무위키에 대한 일체의 규제를 반대하고 있다”며 “현재 논의되고 있는 입법안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에 불과하며 이용자들을 포함한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백지연 입법조사관은 “정보통신망법이 과징금에 관한 규정을 담고 있지만 여전히 불법 사이트 운영에 대한 처벌은 그 수위가 낮다”며 “2018년 국내 최대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를 운영했던 주범은 불법 수익이 약 9억 5000만원임에 불구하고 일당 5명 가운데 주범 1명만 징역 2년 6개월형을 선고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누누티비 운영자가 지난해 말에 검거되었다고는 하지만 이들이 얻은 약 333억원의 불법 수익과 약 5조에 육박하는 피해액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루어질까 의문”이라며 “해외 불법 콘텐츠 유통 사이트 운영자들이 얻은 이익과 저작권자들이 입은 피해액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선희 방심위 저작권침해대응팀장은 “방심위는 위원회 시정요구 결정의 실효성 제고 및 협력 방안 모색을 위해 나무위키 측에 협력회의 개최 등을 제안했지만 나무위키의 운영 방식상 특정 개인이 유의미한 답변을 줄 수 없어 회의 개최를 거절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후 방심위는 나무위키 측 의사에 따라 이메일을 통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연락 가능한 국내 대리인이나 사무소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메일이라는 한정된 소통 수단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것은 신속·원활한 업무 추진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심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