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사유리가 자발적 비혼모가 된 지도 4년이 지났다. 남편이자 자녀의 아버지가 없는 채로 출산한, 즉 비혼 출산한 그녀는 논쟁의 중심이 되었다. 그녀가 한 결정에 대해 ‘새로운 형태의 가정일 뿐’이라는 의견과 ‘가정의 붕괴’라는 의견.
이 논쟁은 사유리가 육아 예능에 출연하면서 더 거세졌다. 3년 전 그녀가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섭외되면서 방송이 비혼 출산을 장려하는 것 아닌가 우려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때는 특히 그랬다. 아들이 신생아라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없었으니 사유리가 보이는 모습에 따라서 얼마든지 비혼 출산이 미화되기 쉬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최근 사유리가 채널A ‘아빠는 꽃중년’에 출연하면서 논란을 스스로 잠재웠다. 아들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며 자신에게 처음부터 아버지가 없음으로 인한 결핍을 보였다. 또한, 사유리 본인도 남편이 없음으로 인해 생기는 여러 어려움 등을 방송 통해 보였다. 자연스레 비혼 출산의 나쁜 점이 부각되었다. 방송이 비혼 출산을 일부러 미화하려 하지 않고 현실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내보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그러다 2차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이 방송을 담아내는 언론에서의 문제다. 사유리 방송에 대한 기사를 쓰며 그녀가 ‘독박 육아’를 한다는 식의 제목을 붙였다. 기사 대부분이 그렇게 제목 잡았다. 이렇게 기사 쓴 기자들은 독박 육아가 뭔지도 모르는 건가.
사유리는 미혼모가 아닌 비혼모다. 그녀의 선택에 의해 혼자가 된 거다. 또 그녀의 선택으로, 아들에게 아버지란 있다가 멀어진 게 아닌 자신에게만 처음부터 없었던 존재가 되었다. 그런 그녀의 잘못된 선택으로 힘들어진 것을, 오히려 기사에서 ‘독박 육아’라 해주면 그녀가 힘든 원인을 남에게 찾는 어이없는 상황밖에 더 되는가. 더 황당한 건, 사유리 본인은 방송에서 ‘독박 육아’라 말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그녀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언론에 의해 그녀가 독박이 되는 꼴이다.
애초에 ‘독박 육아’라는 말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고스톱에서 가장 큰 벌칙 의미하는 ‘독박’을 육아에 붙이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 괜히 육아에 두려움 갖게 하고 부정적 인식을 갖게 하며 육아가 엄청난 벌칙인 것마냥 생각하게 할 위험이 있다. 물론 아기를 키우다 보면 신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힘든 게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아기가 주는 행복이 더 크며, 육아로 힘든 것은 부부가 서로 배려하면서 해결하면 된다.
이토록 육아와 가정의 가치를 폄하하는 여러 말이 오가는 상황이다. 그런 때에 사유리에게까지 ‘독박 육아’라 하니 비혼 출산 옹호하고 건강한 가정의 가치 더 훼손시킬 거라는 우려가 생긴다. 우리는 미디어와 언론의 왜곡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자녀에게 갖는 의미 놓치지 않고 가정의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
황선우 트루스가디언 객원기자
전국청년연합 '바로서다' 대변인
‘문화는 너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