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집권당인 자유민주당이 중의원(하원) 총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패배를 하자, 언론은 “한·일 협력에 차질이 없도록 만반의 대비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한목소리로 우려를 하고 있다. 중앙일보와 국민일보는 “윤석열 정부는 성찰의 계기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추가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29일 <비자금 파문-민생 실패로 12년 만에 막내린 日 자민당 독주>라는 사설을 통해 “자민당 참패의 최대 이유는 파벌 비자금 스캔들에서 헤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일본 언론의 대체적인 분석”이라며 “자민당은 아베 신조 총리 집권기에 돈 풀기 정책을 통해 경제 성장을 꾀했지만 빈부 격차만 벌려놓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사설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우경화한 자민당 내에서 비주류의 길을 걸으며 비교적 개혁적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그런 그조차 취임 직후 개혁에 머뭇거렸고, 야당과 대화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린 채 의회를 서둘러 해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이시바 총리는 국민이 원하는 민생 회복 방안과 정치 개혁, 국민이 듣고 싶은 메시지를 내놓지 못했고, 민심은 기다려 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도 이날 <日 총선 참패, 美 대선 혼전… 3국 협력은 차질 없어야>라는 사설에서 “온건한 역사인식을 가진 이시바 총리의 리더십이 약해지면서 내년 한일 수교 60주년에 앞서 안보·경제 협력 강화 및 과거사 문제 진전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우려했다.
사설은 “다음 달 5일 미 대선 결과도 예측불허”라며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현 조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 중심 외교에 큰 변화가 없겠지만,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전보다 강화된 안보·통상 분야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울 것이 명약관화하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지금 일본에선 새 총리가 선거 패배 책임론에 휘청이고 있고, 미국에선 3국 공조의 판을 뒤흔들 수 있는 인물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다”며 “캠프 데이비드 합의가 유지될 것이란 관측에도 우리 정부가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정교하게 마련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햇다.
중앙일보는 <파벌·부패와 경제로 심판받은 일본의 집권 자민당>이라는 사설을 통해 “전임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연임을 포기한 것 역시 지지율 하락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국정 운영의 에너지이자 민심을 이기는 정부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설은 “지지율 하락세가 지속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일본 자민당의 선거 참패를 성찰의 계기로 삼길 바란다”며 “역대 집권 2년 차 대통령 중 최저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내각책임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이야 의회 해산을 통해 정국의 반전을 시도할 수 있다”면서도 “윤 대통령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정책 추진만이 민심을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도 <日 선거 여당 참패 이후 대외 리스크에 적극 대응해야>라는 사설에서 “역사 인식이 비교적 온건해 지한파로 불린 이시바 총리의 리더십 약화는 한·일 관계 개선에도 적신호”라며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에 맞춰 이시바 정부의 대담하고 성의있는 결단을 기대해온 한국 정부로선 난감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사설은 “내수는 바닥인데 여사 스캔들 등으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민 신뢰는 최악이고 거대 야당은 대표 방탄에만 골몰한다”며 “민심에 순응하지 않고 민생을 챙기지 못하는 정치는 위기를 맞이한다는 게 일본 선거의 교훈”이라고 전했다.
자민당은 그제 중의원 총선거 결과에서 전체 의석인 465석 중 191석을 확보하며 단독 과반 의석 실패했다. 앞서 이시바 일본 총리는 취임한 지 8일 만에 의회를 해산하며, 한 달도 안 돼서 조기총선의 승부수를 던졌다.
심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