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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칼럼

[TG 칼럼] 한국 작가들은 또다른 ‘한강의 기적’을 쓰고 있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탔다는 소식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며칠 전 다퉈 냉랭한 아내에게 “한강이 노벨상 탔대”라고 소리친 것이다. 노벨상 수상을 빌미로 아내와 화해하려 했던 의도는 아니었다. 정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칠 정도로 너무 놀라웠던 것뿐이다. 

 

한강 작가의 작품은 ‘채식주의자’ 딱 한 편 봤다. 맨부커상을 탔을 때였던 것 같은데, 서점에 갔더니 여기도 한강, 저기도 한강이었던지라 기자라면 이 정도 분위기에는 편승할 필요가 있겠다고 판단해 한 권 사들었다. 감상평은? 무식이 탄로나는 것 같아 두렵지만 고백하자면 ‘이 정도 작품이 그렇게 놀랄 만한 수준인가’였다. 사실 몰입이 잘 안 됐고, 문체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한마디로 술술 읽히지 않았다는 얘기다. 다만 한 가지! 도대체 결말이 어떻게 될지가 매우 궁금했다. 술술 읽히지 않았지만, 책장을 술술 넘겨 끝까지 읽었다. 다 읽은 후에 ‘내가 이 작품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가’를 고민했지만, 몇 분간 그러다 말았다.

 

이문열 작가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읽었을 때 문학이란 게 이렇게 놀라운 것이구나 싶었다. 지금은 기억이 희미해졌지만, 작품에 한껏 몰입했고 몇번이나 피부에 닭살이 돋는 느낌이었다. 소름 그 자체였다. 이문열 작가에 반해 ‘사람의 아들’도 사서 읽었다. 장편소설을 그렇게 집중해서 읽은 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한때 이상문학상의 팬이었다. 단편 소설 제목이 ‘불임파리’였던 걸로 기억한다. 은희경 작가의 작품이었는데 읽다가 가슴이 찌릿하고 머리를 강하게 타격받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왠지는 몰랐다. 이후 오정희 작가를 알게 됐고 ‘유년의 뜰’이란 단편소설을 읽으면서는 주인공의 처지에 내 가슴을 쳤던 기억이 있다.

 

한강 작가의 작품이 내 마음에 들거나 말거나 노벨상 수상은 정말 기분이 좋다. (점심 때 축하주 한잔 할 수 있으려나.) 재빨리 그의 시 ‘서울의 겨울’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읽어봤다. 오, 이건 좋다. 이건 느껴진다. 조만간 시집을 사봐야겠다. 채식주의자를 다시 읽고 싶진 않지만,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읽어보고 싶다. 

 

한강 작가가 수상 소감에서 "어릴 때부터 책과 함께 자랐고 한국 문학과 함께 성장했다고 할 수 있다"며 "한국 문학 독자들과 동료 작가들에게 좋은 소식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수상 소감이 아주 마음에 든다. 수많은 한국 작가의 작품이 한강을 키웠고, 한강의 수상이 한국 문단 전체에 희망이 되길 바란다는 이런 소감, 기자로서 정말 칭찬해주고 싶다. 그의 말대로 한국 문학에는 노벨문학상을 탈 만한 뛰어난 작품이 수두룩하다. 모두 제대로 번역돼 ‘한강의 기적’이 거듭되기를 바란다. 

 

트루스가디언 편집장 송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