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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칼럼

[청년 시론] ‘베테랑2’가 말하는 정의, 류승완 감독의 회심이 담긴 메시지

전작에서 재벌 악마화한 구도 탈피해 이번작에선 법치와 정의 강조

류승완 감독의 이전 작품을 꿰고 있는 누군가가 ‘베테랑2’(2024)를 본다면 당황스러울 수 있다. 류 감독 특유의 액션신은 변함없어 기대를 저버리지 않지만, ‘베테랑2’에 담긴 메시지를 보면 다른 사람이 제작한 영화를 보는 듯하다. 급진적인 변화가 있으면 찬반이 명확히 갈리듯, ‘베테랑2’도 관객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크게 갈리고 있다.

 

‘베테랑1’(2015)이 1300만 명의 관객을 확보하며 높은 평점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대중이 상상 속에서나 원하던 것, 재벌을 무찌르며 카타르시스 느끼는 것을 단순하면서도 화려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재벌을 악마화하며 그리는 선악 구도가 억지이긴 해도 대중은 그런 이분법을 좋아한다.

 

‘베테랑1’이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범죄자가 아니라 선하고 매우 성실한 인물로 그렸다면 어땠을까? 볼 사람만 보는 영화가 됐을 수 있다. 안타깝지만, 재벌이 되기까지 또 재벌의 가족으로 살면서 매우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현실은 대중이 궁금한 게 아니다. 겉보기에 화려해 보이는 재벌의 삶을 시기하고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 대중 심리를, 류승완 감독은 잘 이용했다.

 

 

그런데 ‘베테랑2’에서는 대중 심리를 이용하지 않고 대중 심리를 바꾸려 시도했다. 끔찍한 범죄를 저질러놓고 심신 미약으로 징역 3년밖에 받지 않은 범죄자, 미투 운동으로 성범죄 가해자로 지목당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아무런 처벌받지 않은 대학교수 등 대중이 매우 싫어할 만한 사람들을 악의 구도에 넣지 않았다. 이들에게 사적으로 복수하려는 박선우(정해인)를 악의 구도에, 또 박선우와 싸우는 경찰들을 선의 구도에 넣었다.

 

법치주의를 지키는 것이 곧 선이라는 ‘베테랑2’의 메시지는 대중이 좋아할 만한 선악 이분법은 아니다. 불법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복수줘해야 대중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밀수’(2023)는 그걸 해줬다. 억울한 일을 당했다면 불법 밀수를 해서라도 성과를 얻어야 한다는 ‘밀수’의 이야기가 대중이 원하는 것이다. 류승완 감독도 이 사실을 안다. ‘밀수’ 감독도 류승완이다.

 

류승완 감독이 이토록 갑작스레, 회심하다시피 영화 속 메시지의 방향을 바꾼 계기가 있을까? ‘베테랑2’에서 보여주기로는, 법을 지키지 않으며 사적 제재를 가하는 것이 또 다른 억울한 사람을 만들기도 한다는 걸 류 감독이 새롭게 깨달은 게 아닐까 예측된다. 영화에서도 나오듯 법치 질서가 무너지면 언론 질서까지 무너져 유튜브 음모론이 곧 진실인 양 퍼질 테니, 류승완이 영화감독으로서 오늘날의 미디어 체계에 대해 당장이라도 생각을 바꿔 비판적으로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베테랑2’가 갑작스레 생긴 변화와 대중 심리에 반하는 내용으로 갖춰진 영화다 보니, 많은 평론가와 관객이 말하듯 내용 전개상 아쉽고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류승완 감독에 대해 감 떨어졌다고 말할 건 아니다. ‘범죄도시’ 같이 경찰을 선의 구도에, 범죄자를 악의 구도에 넣는 게 얼마나 쉬운가? 류 감독은 매우 어려우면서도 색다른 시도를 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매우 높게 평가할 만하다.

 

무엇보다, 류승완 감독의 바뀐 입장이 이전 작품에서 보인 것보다 훨씬 사회 정의에 가깝기에 환영이다. 억지 이분법을 쓰지도 불법을 미화하지도 않으며 한 시도가 ‘베테랑2’였다. 비록 호불호가 갈리더라도, 대중이 이를 보며 논의할 수 있고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영향이다.

 

황선우 트루스가디언 객원기자

전국청년연합 '바로서다' 대변인

‘문화는 너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