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사옥 매각대금 4849억원을 초고위험 부동산 펀드에 투자하면서 실제 105억원의 손실을 입었고, 또 MBC 이사회 승인도 없이 이런 투자를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11일 이 같은 내용의 MBC 방만 경영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MBC를 관리 감독해야 할 방송문화진흥회가 의무를 태만히 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개된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MBC는 최승호 전 사장 재임기던 2019년 6월경(날짜 불명확) 미국 A리조트 건설사업에 중순위 채권자로서 자금을 대출하는 상품(판매사: B사, 투자기간: 2019년 7월~2020년 11월)에 105억 원을 투자하는 등 B사가 제안한 부동산 대체투자 상품 약 300억 원을 투자했다. 이를 포함해 총 1905억 원을 국내외 부동산 대체투자 상품에 투자했다.
2020년 6월 9일 미국 A리조트 개발업체 C사가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는 등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면서 2020년 11월 13일 사업을 포기함에 따라, 선순위 채권자는 2021년 1월 27일 B사 등 중·후순위 채권자에게 담보물(리조트)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는 대신 투자 원금 약 4000억 원과 이자를 지급해달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중·후순위 채권자들이 이에 참여하지 않아 선순위 채권자가 약 7000억 원에 담보물의 매각절차를 진행하게 됐다. 결국, MBC는 A리조트 펀드 투자금 105억 원 전액 손실을 보게 됐다. 이때는 박성제 전 사장 재임기였다.
앞서 MBC는 2018년 6월 사옥을 매각하고 대금으로 4849억 원을 받아 운용하게 됐다. 그런데 MBC는 이 대금으로 저위험 금융상품이 아닌 초고위험 부동산 펀드 등의 대체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도록 금융상품 운용방식을 변경하면서 MBC 이사회를 거치지 않았다. 사장 결재도 아니라 본부장 전결로 이런 투자를 감행한 걸로 돼 있다.
방문진 이사들은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도 엄중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 당시 제12기 이사회는 반복 지적된 사항에 대한 제도개선을 요구하지 아니한 채, ‘지난번에 비슷한 이야기들이 나왔던 것 같다’, ‘이사님들이 보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더 이상 결손이 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등의 발언으로 이사회 회의를 마무리했다.
또 MBC는 미국프로야구(MLB) 월드투어 방송권에 33억 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대회 개최 확정 전 투자금 전액을 지급했다. 직후인 2022년 10월 대회가 취소되면서 14억 7000만 원만 상환받았다. 18억원을 그대로 날린 셈인데, MBC는 2023년 1월 실적보고 당시 방문진에 동계올림픽 실적 등을 보고하면서 해당 투자 결과인 미상환금액 18억 3000만 원 발생 사실은 보고하지 않았다.
MBC제3노조는 성명을 통해 현 방문진의 감독 실패와 구 경영진의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3노조는 “방만경영을 손 놓고 봐주면서 MBC의 최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관으로 군림해오던 제12기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과 야권 추천 이사 6인은 이제 그 자리에 있을 명분이 사라졌고 방만경영 손실에 대해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일만 남았다”며 “MBC노동조합(3노조)은 이러한 안형준, 박성제, 최승호 사장의 경영실패와 상법상 이사의 책임을 검토해 엄중히 물을 것이며 권태선 이사진들의 관리부실에 따른 구상권 청구 가능 여부도 검토할 예정임을 밝힌다”고 선언했다.
송원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