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의료 개혁에 대해 “전공의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던 상급종합병원 구조를 전환해서 전문의, 진료지원(PA) 간호사가 의료 서비스의 중심이 되도록 바꾸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의대 증원을) 지금부터 해도 2035년을 기준으로 1만 5000명이 부족하다고 나와 있다”며 “10년, 15년이 지나서야 의사 공급이 추가되는 것이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제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대한민국 어디에 살든지 차별받지 않고 국민들의 생명권과 건강권이 공정하게 보장되도록 하는 것을 안 하면 국가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권역 중추병원과 2차 병원, 필수의료센터를 육성하고, 지역인재 전형 확대와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상급종합병원은 경증 진료가 줄어들고 중증, 희귀질환 진료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며 “중증, 응급을 비롯한 필수, 지역의료 수가를 대폭 개선하고 비급여와 실손보험을 개편하여 왜곡된 보상구조를 정상화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 공백에 대해 “응급실 의사가 부족한 것이 근본적으로 문제로, 지방의 종합병원이나 공공병원을 가보면 응급의학과 의사가 거의 없다"며 "의료개혁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닌 원래부터 그들에 대한 처우가 좋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수가를 개선해야 되고, 행위수가에 더해 정책수가가 만들어져야 되는데 그동안 그런 걸 안 했다"며 "국가가 나서서 국민들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이제 일을 해야될 때가 온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 측에) 의사 증원 문제에 대해서 뭔가 답을 내놓으면 저희들은 열린 마음으로 검토하겠다고 여러 번 얘기를 해 왔지만 그런 게 없다"며 "'무조건 안 된다'는 것이고 '오히려 줄여라'라고 얘기를 하고 있는데, 국가와 정부가 어떻게 해야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의료대란' 우려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일단 비상진료체계가 그래도 원활히 가동되고 있고, 현장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를 비롯한 여러 관계자께서 헌신적으로 뛰고 계시기 때문에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정부도 노력하고 국민들께서 강력히 지지를 해 주시면 비상진료체계가 의사들이 돌아올 때까지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증원이 '의료 영리화'를 위한 밑그림이라고 주장했다. 채동영 의협 홍보이사 겸 부대변인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 앞에서 연 일일 브리핑에서 "오늘도 대통령은 의료 현장엔 아무 문제가 없다. 직접 가보시라고 했다"며 "이제 국민들이 직접 판단하시라. 오늘 대통령 말씀대로 의료현장에 직접 가보고 의료 영리화를 향해 흔들리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윤 정부의 깊은 뜻을 잘 헤아리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간호법도 의료 영리화가 목적이라고 해석했다. 채 이사는 "의료 영리화에 대해 숨겨왔던 정부가 숨겨왔던 야욕을 드디어 드러냈다"며 "이전부터 차근차근 비급여 청구 대행, 의대 증원, 간호법, 수도권 신규 6600병상 등 필요한 준비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려 값싸고 질 좋던 한국의 현 의료 시스템이 무너지고 더 이상 환자들이 버티지 못하게 되면 영리화된 병원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며 "그 마지막 단계를 윤 대통령은 어떤 지도자보다 빠르게 완성해 나가고 있다"고 비꼬았다.
심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