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딥페이크를 이용해 여대생의 나체 사진을 조작·유포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AI 기술 발달의 부작용이 불특정 다수를 겨냥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사진을 공유한 게 적발돼 경찰에 검거된 한 피의자가 이 여대생의 소속 대학과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신문들은 관련 제도 개선을 환기하면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 이 같은 민생 현안을 챙기라고 촉구했다.
AI 범죄 피해를 막기 위해 가장 시급한 개선 분야는 디지털 성범죄 수사 제도 관련이다. 지난 2021년 9월 시행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위장 수사는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한해 증거수집과 범인 검거에 필요한 경우 가능하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는 위장수사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셈이다.
22일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이 점을 콕 집어 개선을 요구했다. 신문은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면서 불법 합성사진 만들기가 지극히 쉬워졌고, 흔적을 말끔히 지우는 일도 어렵지 않다”며 “따라서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수사관이 신분을 감춘 채 범죄 현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위장수사가 폭넓게 허용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서울대 (N번방) 사건 당시 경찰은 청소년 대상 성범죄 사건으로만 제한된 위장수사 범위를 성인 대상 범죄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전혀 진척이 없다”며 “국회에서도 지난 7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위장수사를 허용하는 성폭력 방지 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고 국회를 비판했다.
조선일보도 사설을 통해 “자율주행 등 첨단·미래 산업에 필수일 뿐 아니라 AI를 활용한 딥페이크 영상 등은 각종 범죄에 악용되기도 한다”며 “AI 발전 속도를 볼 때 산업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사회적 안전을 위한 규범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문은 “국회 과방위에 계류된 법안 중 80% 가까이가 과학·기술 관련”이라며 “AI 산업 지원 근거 등이 담긴 ‘AI 기본법’은 지난 국회에서 여야가 사실상 합의한 법안이다. 그런데도 이번 국회에선 한 발짝도 진전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취임 후 ‘AI 시대를 대비할 기본사회 비전’을 강조했다”며 “그런데 민주당이 장악한 과방위는 AI 기본법을 포함해 과학·기술 관련법은 팽개쳐 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청문회 정쟁과 별개로 AI 기본법, 망 무임승차 방지법, 플랫폼 자율 규제, 이공계 지원 관련 법안 등은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다”며 “미래 먹거리에 눈을 감고 ‘먹사니즘’을 말할 수 있나”고 비판했다.
송원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