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복권이 확정되기도 전에 대권 주자로서 지지율이 5%가 넘는 여론조사가 나오며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조사결과를 보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층이 김 전 지사로 ‘갈아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인데, 이 전 대표가 1심에서라도 유죄가 확정되면 이같은 갈아타기는 더 심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중도 무당층에서도 김 전 지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사이에서 저울질 할 것으로 보여, 김 전 지사 복권이 국민의힘에도 유리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12~13일 이틀간 차기 대선후보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8.5%가 이재명 전 대표를, 19.8%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꼽았다. ‘김경수’란 이름이 없었던 직전 조사 대비 이 전 대표와 한 대표의 호감도는 9.4%p, 9.7%p 빠진 반면, 김 전 지사는 5.4%를 기록하며 전체 6위로 데뷔했다.
김 전 지사는 친노(친노무현)·친문계의 본산으로 꼽히는 PK(부산·울산·경남)에서 호감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보면 부산·울산·경남에서 △이재명 21.7% △한동훈 20.7% △홍준표 8.9% △김경수 8.1% △오세훈 7.4% △조국 7.0% △안철수 5.0% △김동연 3.9% △없다 9.0% △기타·잘모름 8.4% 순으로 기록됐다. 정치권에선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이 모두 부산 출신으로 대통령이 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지역 출신 거물 정치인에게 지역 민심이 쏠리는 현상은 ‘상수’라고 보고 있다.
한편 한 대표는 보수 텃밭인 TK(대구·경북)에서 이 전 대표를 앞섰으며, 그 외의 지역에서는 이 전 대표가 선두를 달렸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광주·전남북에선 김 전 지사가 안철수 의원에도 밀렸다. 세부적으로 △이재명 34.2% △한동훈 17.3% △조국 16.1% △안철수 8.3% △김경수 5.9% 순이었다. 호남에선 여전히 이 전 대표 지지세가 강한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을 탈당한 사람들의 모임인 ‘새로운 미래’ 지지자 중에서는 31.4%가 김 전 지사를 선택했다.
최병묵 정치평론가는 “이재명 전 대표가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를 누리기는커녕 오히려 전당대회를 치르며 부정적 기류가 생겨나고 있다는 의미”라며 “전체적으로 보면 그 때문에 이재명 지지율이 하락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 평론가는 “다만 국민의힘 쪽에서는 한동훈 대표의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가 줄어들면서 그 틈새를 오세훈·홍준표 등이 차지하고 들어가니 한동훈의 지지율이 하락한 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 대표 대권 지지율이 내려간 건 김 전 지사 탓이라기보단 여권 내부 동향의 문제란 것이다.
최 평론가는 또 “점점 민주당 진영 주변에서 김경수의 파이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 전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과 위증교사 사건의 1심 재판이 각각 10월 초와 10월 말 나올 예정인데, 유죄가 나오면 지지층의 동요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번 여론조사는 김 전 지사 복권이 확정되기 전의 것인데, 이제부터 조사하면 아마 중도·무당층의 동요가 있을 것”이라며 “이 점에 대해 국민의힘이 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송원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