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증시가 5일 ‘블랙 먼데이’로 요동쳤다. 미국발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와 ‘인공지능(AI) 거품론’ 그리고 중동 정세 불안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코스피 지수는 234.64포인트 내려 1988년 코스피 시장 개설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하락률(8.77%)로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많이 하락했다. 코스닥은 11.3% 폭락했다. 주식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사이드카·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됐지만 패닉 셀(공포심에 따른 투매)을 막지 못하며 시가총액 235조원이 증발했다. 시총 1위 삼성전자 주가도 10% 이상 폭락했다.
이에 대해 조선·중앙·동아일보는 6일 자 사설을 통해 “정부의 대응 능력은 시장의 의구심을 부르고 있다. 이날 금융 당국은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을 뿐,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앞으로도 정부가 내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을 해소할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금융·증시 불안을 잠재울 수 없을 것”이라며 “정부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실기 논란을 반면교사 삼아 금리와 금융·부동산 등 다양한 정책 조합을 통해 금융시장의 충격이 실물경제로 전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경기 침체를 이겨낼 수 있도록 기업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입법과 정책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권은 백해무익한 정쟁을 접고 민생에만 전념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윤석열 정부는 경기 침체에 대비한 재정 확충은커녕 부자 감세로 세수 부족을 야기시켰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불안으로 선제적 금리 인하도 힘든 상황이다. 기초가 튼튼해야 위기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정부는 국내 정치의 힘겨루기에 몰두할 때가 아니라 바깥에서 몰려오는 파도에 대비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못 오르던 한국 증시, 내릴 땐 사상 최대 폭락>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뿐 아니라 일본 닛케이 지수도 무려 12.4% 떨어져 일본 증시 역사상 최대 폭락을 기록했다. 대만도 –8.35%의 대폭락 장이 펼쳐졌다. 다만 일본·대만은 올해 들어 주가가 연일 신고가를 갈아 치우며 과열 양상을 보여왔던 반면 한국은 그동안 큰 상승세가 없었는데도 동반 폭락해 외부 충격에 약한 한국 증시의 취약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며 “중국(-1.54%), 홍콩(-1.46%)은 낙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중국보다 대미 수출 비중이 큰 한국·일본·대만이 미국 경기 침체에 악영향을 받을 위험성이 크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설은 “5일 하루 사이 외국인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주식 현물·선물을 2조2000억원 이상 순매도하며 매물 폭탄을 쏟아냈다. 금융 불안 국면이 벌어지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취약한 국가부터 빠져나간다. 정부가 연초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해 왔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성과가 없다”며 “기초 체력이 허약한 한국 증시의 취약성이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부추길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과 같은 대폭락 장에서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할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이 폭락 장을 주도할 때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방어 대신 매도세에 가세해 낙폭을 더 키우는 데 일조했다”며 “정부의 대응 능력도 시장의 의구심을 부르고 있다. 이날 금융 당국은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을 뿐,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앞으로도 정부가 내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을 해소할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금융·증시 불안을 잠재울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앙일보는 <공포 닥친 블랙 먼데이…증시 충격, 실물 전이 막아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미국의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라는 호재에도 시장이 요동친 것은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다. 고용 지표 악화와 경기 위축 전망에 시장은 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반도체 설계 오류와 인텔의 2분기 실적 쇼크 등이 겹치며 기술주에 대한 회의감이 커진 것도 시장의 불안에 기름을 부었다”고 분석했다.
사설은 “미국발 경기 침체와 그에 따른 금융시장의 충격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치명적이다. 외국인 투자자 이탈로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이 뛰면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기업 투자도 어려워질 수 있다”며 “미국이 금리 인하 시기를 저울질하고, 일본이 금리 인상에 나서는 등 각국의 통화정책이 엇갈리며 빚어지는 글로벌 자금 흐름과 경기 침체 우려 등이 더해지며 금융시장은 당분간 출렁일 수밖에 없게 됐다”고 우려했다.
이어 “뒷걸음질치는 성장률, 늘어나는 가계부채와 들썩이는 부동산 시장 등 우리 경제의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그동안 정부의 대응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실기 논란을 반면교사 삼아 금리와 금융·부동산 등 다양한 정책 조합을 통해 금융시장의 충격이 실물경제로 전이되지 않도록 해야 할 시간이다”며 “경기 침체를 이겨낼 수 있도록 기업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입법과 정책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권은 백해무익한 정쟁을 접고 민생에만 전념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동아일보는 <한·일·대만 증시 기록적 대폭락… 미국발 ‘R의 공포’ 심상찮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미국 경제의 경착륙이 현실화하면 글로벌 경제의 충격이 불가피하다. 대미 수출과 빅테크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더 큰 치명상을 입게 된다. 금융시장 불안이 가뜩이나 얼어붙은 국내 소비·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실물경제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여기에다 중동에선 하마스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 암살과 관련해 이란의 보복 공격과 이스라엘의 맞불 대응 예고로 5차 중동전쟁 위기까지 고조되고 있다. 중동 사태가 확전으로 이어지면 전 세계적으로 안정세를 보이던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사설은 “대외 악재가 동시다발로 몰려들고 있지만 이에 대응할 정책 수단이 마땅치 않아 우려스럽다.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카드는 치솟는 집값과 가계 빚에 발목이 잡혀 있고, 2년 연속 세수 펑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정을 풀어 내수를 살리기도 쉽지 않다”며 “더 큰 먹구름이 몰려오기 전에 정교한 재정·금융·통화 정책의 조합으로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한다. 외부 충격이 경제와 민생에 끼칠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게 정부 경제팀의 최우선 목표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미국·중동발 공포에 증시 급락, 한국은 ‘복합위기 대책’ 있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미국 월가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며 오는 9월 ‘빅컷(0.5%포인트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며 “이럴 경우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현재(2%포인트)보다 확대되면서 국내 투자자금이 빠져나가 금융 혼란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시장 불안은 실물 경제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최대 수출시장으로 부상한 미국의 경제 위축이 반도체가 이끄는 한국의 수출 경기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가뜩이나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한국 경제가 대외 변수의 영향으로 복합 위기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은 결코 기우가 아니다”며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을 비롯해 선제적이고 정교한 대응책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경기 침체에 대비한 재정 확충은커녕 부자 감세로 세수 부족을 야기시켰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불안으로 선제적 금리 인하도 힘든 상황이다”며 “자영업자의 위기감이 높은 상황에서 티메프의 정산금 지급 중단 사태마저 돌출됐다. 기초가 튼튼해야 위기를 최소화할 수 있다. 당정은 민생 안정을 우선하는 컨텐전시 플랜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겨레는 <미 경기침체와 5차 중동전쟁, 복합 위기 직면한 한국 경제>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임박한 가운데,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로 5일 아시아 증시가 집단 ‘패닉’에 빠지는 등 사상 최악의 ‘검은 월요일’이 현실화했다”며 “미국과 중동의 ‘복합 위기’에 인공지능(AI) 거품 우려까지 겹치며 세계 경제가 거대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정부는 동향을 면밀히 살피면서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최소화되도록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지난해 10월 시작된 가자 전쟁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큰 고통을 줬지만, 세계 경제에 끼친 악영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하지만 중동의 ‘숙적’인 이란과 이스라엘이 본격 대결을 시작하면 중동 전체가 전쟁터로 변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중동과 동아시아를 잇는 ‘원유 운송로’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게 된다. 정부는 국내 정치의 힘겨루기에 몰두할 때가 아니라 바깥에서 몰려오는 파도에 대비해야 할 때다”고 주장했다.
김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