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현지시간) 치러진 영국 조기 총선 개표가 마무리되면서 노동당 412석, 보수당 121석 등 정당별 의석수가 확정됐다. 이번 총선에서 제1야당 노동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14년 만의 정권 교체를 이뤘다. 당 대표 키어 스타머는 5일 신임 총리로 취임했다. 이 소식에 중앙일보와 세계일보는 8일 자 사설에서 “국익과 민심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정당은 살아남기 어렵다는 진리를 영국 총선이 재확인해 줬다”며 “한국의 모든 정치세력이 영국의 이번 정권교체를 반면교사로 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영국 보수당 몰락과 ‘중도 실용’ 노동당 재집권의 교훈>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영국 총선은 한국 정치에도 큰 교훈과 시사점을 줄 요소가 적잖다. 1678년에 창당한 ‘토리(Tory)당’에 뿌리를 둔 영국 ‘보수(Conservative)당’은 전통과 질서를 존중해 온 보수주의는 개혁을 강조한 정치 철학자 에드먼드 버크의 가르침대로 시대에 맞게 변신하며 생명력을 이어 왔다”며 “그러나 지금의 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무능, 당내 분열로 자멸해 왔다. 브렉시트를 결정한 이후 정치적 혼란이 가중됐고, 코로나19 사태와 러·우 전쟁 중 살인적 고물가로 국민들이 민생고를 호소했으나 보수당 정부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한 노동당의 재집권은 한국의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배워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스타머 신임 총리는 노동당 대표 시절 사회주의 정책으로 꼽혀온 물·에너지 국유화 정책을 폐기했다. 소득세와 법인세 동결 방침을 발표해 중도 표심을 효과적으로 공략해 왔다”며 “반면 지난 4월 한국 총선에서 175석(현재는 170석)을 얻은 민주당은 선거 이후 역주행만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버지 이재명’이란 충성 발언이 공개적으로 나올 정도로 당내 민주주의는 퇴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설은 “민주당은 정치적 이익을 노린 무리한 탄핵 남발도 여론의 역풍을 받고 있다. 종부세 폐지와 상속세 개편 등의 개혁 조치도 슬쩍 던져 놓기만 하고 발을 빼려 할 게 아니라 중도층의 민심을 잘 헤아려야 한다. 그래야 국민 신뢰를 얻고 수권 정당의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며 “영국은 의회 민주주의의 발상지다. 국익과 민심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정당은 살아남기 어렵다는 진리를 영국 총선이 재확인해 줬다. 당리당략에 몰두하는 한국 정치는 영국 선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일보는 <무능 리더십으로 英 보수당 최악의 참패, 남의 일 아니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리시 수낵 전 총리가 물가안정 등 나아진 경제 여건 속에 총선을 석 달가량 앞당기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성난 민심을 달래기에 역부족이었다”며 “이와 달리 스타머 총리는 강경 좌파의 낡은 틀을 깨고 중도 실용주의 전략으로 노동당의 변화를 이끌었다. 그는 아동수당 확대, 고소득자 증세 정책 등을 폐기하고 친기업 정책과 행정 효율 등 과감한 우클릭 행보를 이어갔다”고 했다.
사설은 “노동당이 압승한 건 보수당이 지난 수년간 위선과 내부 분열, 무능 정치로 화를 자초했기 때문이다. 보수·진보·중도 가릴 것 없이 이념에 갇혀 변화와 개혁을 거부한 무능 정당은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경제와 민생을 살리지 못하면 민심은 한순간에 떠나고 분노를 표출한다”며 “4·10총선에서 참패하고도 쇄신없이 무기력증에 빠진 여당이나 습관적 탄핵과 입법 폭주로 날을 새는 야당이나 언제든지 영국 보수당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한국의 모든 정치세력이 영국의 이번 정권교체를 반면교사로 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김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