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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칼럼

[김민의 엔터 비평] '음주' 트바로티 김호중, 음주운전법 새로 만들다

가수 김호중 씨 재판, '음주운전' 혐의는 빠진 채 전개돼 비난 봇물
음주운전 처벌을 피하는 ‘술타기 꼼수’ 방지 위한 ‘김호중 방지법’ 발의돼
김호중 비호하는 연예인 강성 팬덤은 '약인가 독인가' 문제도 제기

 

트로트가수 김호중 씨 재판이 음주운전 혐의는 빠진 채 시작하자 비판 여론이 가중되고 있다. 음주운전 혐의를 받고 있지만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은 없는 재판이 되자, 김씨가 새로운 ‘음주운전 매뉴얼’을 제시했다는 비아냥이 일고 있다.

 

이 논란은 한 사람의 가수를 넘어 경찰과 사법부도 비난의 대상이 되며 음주운전 단속과 처벌에 대한 문제로도 확대되고 있다. 김씨는 음주운전 사고 자체보다, 잘못을 숨기기 위해 여러 차례 거짓말을 했고 법망을 피하기 위해 속임수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대중의 공분을 자아냈다.

 

결국 국회에서 음주운전 처벌을 피하기 위한 ‘술타기 꼼수’를 방지하는 ‘김호중 방지법’까지 발의되며 음주운전 그 자체보다 더 큰 2라운드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트바로티’가 음주운전법을 다시 만들다.

 

김씨는 성악을 배운 트로트가수라는 점에서 ‘트바로티’로 불리며 큰 관심을 받았다. 조직폭력배가 될 뻔한 문제아가 가수로 성공한 인생 스토리가 알려진 뒤 불거진 학교 폭력 등의 문제도 철없던 시절의 실수로 포장되는 듯했다. 팬들은 어두운 과거를 미성년 10대 시절의 방황으로 여기며 박수를 보냈다. 10여년 전 영화 ‘파파로티’가 가수 데뷔전 김씨의 실화를 각색했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영화 ‘파파로티’는 강제 전학 온 문제아를 음악교사가 음악으로 교화시키는 내용이다. 김씨도 학교 폭력으로 경북예고에서 김천예고로 전학 간 전력이 있다. 그는 폭력조직의 러브콜을 받을 만큼 문제아였지만 서수용 교사의 지도 아래 성악을 배웠다. 대학 성악과에도 진학했지만 졸업은 못 한 채 짧은 유학만 다녀왔다. 이후 트로트가수로 전향해 인기와 부를 얻는다.

 

제자를 개과천선 시킨 음악교사는 유명 성악가 ‘파바로티’와 ‘파파(아빠)’를 합친 제목의 영화를 통해 참스승으로 존경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왜 파파로티와 달리 ‘트바로티’는 공분의 대상이 됐을까.

 

△음주운전 자체보다 이후 거짓말로 무너진 트바로티

 

김씨는 처음엔 부인하다가 나중에서야 음주운전을 인정했다. 주목할 점은 5월 9일 밤 사고 당시 음주운전이 아니라 이후의 행동이 더 큰 부정여론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음주운전 사고 후 조치 없이 도주했으며, 매니저를 운전자로 바꿔치려고 했고, 블랙박스 영상을 파기한 뒤 일부러 음주 장면을 찍히는 등 하루 밤새에 음주운전보다 더 많은 범죄 혐의가 생겨났다. 여론은 스타 가수의 음주운전보다 사고 이후 잘못을 숨기려는 비겁한 행동에 차갑게 돌아섰다. 

 

김씨의 이런 행동에 대중의 잣대가 더 강하게 작용했다. 음주운전 사고 이후 CCTV가 있는 곳에서 술 마시는 모습이 촬영되게 하고, 다음날 경찰에 출석해 사고 당시의 음주 수치를 측정할 수 없게 만드는 소위 ‘술타기’라는 꼼수를 시도해 ‘음주운전 매뉴얼 창시자’라는 조롱의 대상이 됐다.

이처럼 열흘간 거짓말하고 조작 시도하면서도 버젓이 콘서트는 강행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었기에, 대중의 분노는 음주운전 논란에도 콘서트에 참석한 팬들에게까지 퍼져 갔다.

 

△강성팬덤, 약인가 독인가

 

김씨가 콘서트를 강행했을 때 비난 여론과 강성 팬덤의 옹호 여론이 공존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음주운전이 확실시되는 정황에서 콘서트를 강행하는 행태가 통상적이지 않아 비난 의견과 옹호 의견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콘서트로 수익을 거둔 뒤에야 음주운전을 시인했기에 비난은 거세졌고, 그 비난은 강성 팬들에게로 확산됐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지지를 보내는 팬들의 뒤에서 혐의가 드러날 때까지 숨어 있었다는 비난이었다. 김씨와 소속사는 구속 가능성이 알려져서야 혐의를 시인했지만, 가수와 소속사 사장 모두 구속을 피하지는 못했다.

 

범법 사실에도 불구하고 강성 팬덤이 ‘무조건 옹호’로 이어지는 게 과연 가수에게 도움이 되는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강성 팬덤이 없었다면 김씨는 음주운전 사고 이후에 콘서트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음주운전 논란이 있지만 어렵게 표를 구한 팬들이 환불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기에 강행했는데, 이런 행위가 더 많은 분노를 샀다.  

 

가수의 귀책 사유로 콘서트 중단 시 발생하는 위약금 손실보다 입장료 수익을 택하지 않았다면 더 큰 파장은 막을 수도 있었다. 음주운전이 불씨가 된 데 이어, 조작 시도와 거짓이라는 바람이 불어 분노의 불이 확산됐고, 콘서트 강행이라는 기름이 부어져 대형 산불이 난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김상혁과 이창명 그리고 신정환

 

가수의 음주운전 사례로는 아직도 개그 소재로 활용되는 “술 마시고 운전했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말을 남긴 아이돌 가수 김상혁 씨가 있었다. 2005년 음주운전으로 3중 추돌사고를 낸 김씨는 뺑소니 논란까지 일으키며 대중에게서 멀어졌다.

 

음주운전 후 도주했다 부인했다는 점에서 2016년 개그맨 이창명 씨의 사례도 회자된다. 당시 이씨는 거짓말 탐지기도 거부했지만 위드마크공식에 대입해 면허취소 수준의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씨의 음주운전이 무죄 선고 됐기에, 이번 김호중 사건에서 경찰이 음주운전 혐의를 추가하지 못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씨는 음주운전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으나 법원보다 더 무거운 대중의 선고를 받아 개그맨 활동을 이어가지 못했다.

 

가수 신정환 씨도 거짓말로 인해 대중의 심판을 받았다. 2010년 방송녹화 불참 이유가 해외 원정도박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그는 해외여행 중 도박을 한 게 아니라 뎅기열로 입원했다고 거짓말을 해 공분을 샀다. 신씨는 이전에도 국내 도박과 관련해 거짓말을 했기에 더 큰 비난을 샀다. 병원에 입원한 사진이 조작한 것이라는 논란과 함께 신씨는 거짓말로 대중의 처벌을 받았다.

 

김호중 씨 사건은 김상혁, 이창명의 음주운전과 신정환의 거짓말이 섞여있는 듯하다. 대중은 이들의 거짓말에 대해 싸늘하게 돌아섰다. 김호중 씨의 경우, ‘김호중 방지법’이 진행되고 있는데다 사건 당일 왜 귀가했다가 다시 직접 운전하고 나왔는지 등 사생활에 대한 의문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민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