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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포괄적전략동반자협정...“냉전 수준 관계 회복…北 무기 고도화 우려"

“북러 침략시 상호 지원 합의, 역내 안보에 부정적…북한 무기 고도화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 등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북한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2시간 30분가량 이어진 일대일 회담을 마치고 이 협정을 체결했다.

 

회담 뒤 언론발표에서 푸틴 대통령은 "오늘 서명한 포괄적 동반자 협정은 무엇보다도 협정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는 군사개입 여지를 열어둠으로써 1961년 북한과 옛 소련이 체결한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조·소 동맹조약)'에 포함됐던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조항'에 근접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그 수준에까지는 못미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자동군사개입 조항은 한쪽이 무력침공을 당해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면 상대방은 지체 없이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조·소 동맹조약은 소련이 1990년 한국과 수교를 맺고 1991년 해체된 뒤 1996년 이 조약을 연장하지 않는다고 발표하면서 폐기됐다. 이후 2000년 체결된 북러 '우호·선린·협조 조약'에는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제외됐다. 대신 유사시 즉각 접촉한다는 내용만 담겼다.

 

이날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체결한 협정은 1961년과 2000년의 조약, 2000·2001년 각각 평양, 모스크바 북러 정상회담 후 나온 공동선언 등을 대체하게 된다.

 

20일 미국의소리(VOA) 보도에 따르면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두 나라가 냉전 수준으로 관계를 회복한 것이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냉전 이후 소련이 붕괴하면서 북한과 소련 사이의 방위 협정도 종료됐다"라며 "당시 러시아 전문가들은 내게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안보 공약이 없다고 말했었지만, 지금은 분명히 안보공약이 있다"라고 말했다.

 

피츠패트릭 부차관보는 "다만 '한쪽이 공격당하면 지원한다'라는 문구가 중요하다"라며 "이는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경우에는 러시아가 약속을 준수하지 않아도 되는 빠져나갈 구멍"이라고 말했다.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을 담은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은 1961년 북한과 구소련이 체결했다. 그러나 상호원조조약은 소련이 1991년 해체되고, 1996년 이 조약을 연장하지 않는다고 발표하면서 폐기됐다. 양국은 2000년에 자동 군사 개입이 빠진 '북러 친선 조약'을 체결했다.

 

이후 지난 19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하는 조항이 포함된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을 체결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모든 '상호 방위 조약'이 똑같지 않고 각국에서 다르게 사용될 수 있다"라며 "(북러 간에) 어떤 합의가 이뤄졌는지 세부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북한과 관련해 염려되는 부분은 이번 조약이 그들을 더 대담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은 한반도에서 어려움과 위기 상황에서 (러시아로부터) 도움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 것으로 여길 수 있다"라며 "다만 북·러 관계가 한·미 혹은 미·일 동맹과 달리 단순히 거래적일 수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푸틴이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라고 예상했다.

 

한미연합사 작전 참모를 역임한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일반적인 방위 조약이 많은 해석의 여지를 두는 만큼 북·러 양국 간 협정을 '자동군사개입'으로 해석하는 것엔 다소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의 방위조약도 한 페이지에 불과하지만, 많은 해석의 여지를 두고 있다는 점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관련 조항도 문맥상으론 '자동 개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예로 들었다.

 

맥스웰 부대표는 "(모호함은) 모든 것을 다 약속하지 않게 하면서도 동시에 북한이 공격을 받으면 러시아가 방어하러 올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라고 했다.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 기업연구소(AEI) 정치경제 석좌는" 2년 전 시진핑과 푸틴 사이의 소위 '제한 없는 협력'을 조용히 뒤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러가 10년, 20년 전에 비해 서로를 매우 필요로 하고 있다"라며 "상호 오용(mutual misuse)의 관계를 맺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군사기술과 자금, 석유, 에너지를 절실히 원하고 있고, 러시아는 군수물자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성윤 우드로윌슨센터 연구원은 "정상회담 이후 이어지는 두 정상의 행동이 더 중요하다"며 "푸틴과 김정은이 군사기술 협력을 가속하는 한편, 군사 협력에 한계가 없다는 점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군사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번 협정으로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고 주장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푸틴이 병합한 4개 중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반격을 가한다면 이는 러시아에 대한 공격으로 여겨질 것이고, 푸틴 입장에선 북한에 병력을 포함한 군사지원을 요청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조약을 김정은이 푸틴의 덫에 걸려든 것으로 해석하면서 "김 위원장이 이를 놓치는 실수를 했을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북·러 간 새로운 협정이 미국 등 국제사회의 한반도 비핵화 노력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와일더 전 보좌관은 "북한은 성의 있는 자세로 비핵화 대화에 임한 적이 없고, 비핵화 자체에 진지한 적도 없었다"라며 "이제 러시아와 더 강력한 관계를 맺게 된 북한 입장에선 핵무기에 대한 협상 의지가 더욱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정을 계기로 북한의 무기가 더욱 고도화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이스칸데르와 유사한 KN-23 미사일을 만든 사실을 언급하며 "북한이 갑자기 이런 훌륭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김정은의 과학자들이 이 미사일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알고 있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북한이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면서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상당한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뮤얼 웰스 우드로윌슨센터 냉전 연구원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은 동맹이라기보다는 협력관계로 분류될 가능성이 더 크다"라고 진단했다.

 

특히 "두 나라 관계는 러시아가 훨씬 큰 영향력을 가진 일방적 관계"라면서 "경제 협력을 추진하더라도 러시아가 북한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