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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읽기] ‘고령자 조건부 면허’ 검토, 하루 만에 없던 일로...잇따른 정부 정책 혼선에 비판 쇄도

“논란을 빚은 조건부 운전면허도 잘 설계하면 대안이 될 수 있어”(조선)“나이를 기준으로 운전면허를 제한하겠다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중앙)“이런 국정 난맥에도 문책하거나 책임지는 자가 보이지 않는다”(경향)“공직사회 기강을 다잡고 국정의 고삐를 좨야”(세계)

 정부가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조건부 운전면허’ 발급을 검토한다고 밝혔다가 논란이 일자 하루 만에 ‘특정 연령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며 말을 바꿨다. 해외 직구 물품에 KC 인증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철회한 뒤 대통령실까지 나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는데, 바로 그날 비슷한 일이 또 벌어졌다.

 

 국토교통부와 경찰청 등이 20일 발표한 ‘2024년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 대책’ 자료엔 고령 운전자에 대해 운전 능력 평가를 통해 조건부 면허제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조건부 면허제는 야간 운전 금지, 고속도로 운전 금지, 속도 제한 등을 조건으로 면허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고령자 기준 연령을 별도로 표시하지 않았지만, 인용한 통계를 보면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65세로 잡고 있다.

 

 이날 신문들은 이 같은 소식에 “정부는 최근 해외 제품 직구 금지 정책을 철회한 데 이어 설익은 대책 발표로 계속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며 “국가 정책의 생명은 일관성과 신뢰성이다”고 꼬집었다. 한편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은 고령화 시대에 필요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더 연로한 부모를 부양하는 고령자나 생계형 고령 운전자, 교통 오지에 사는 운전자에 대한 대책도 마땅치 않아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고령 운전자 안전 강화책은 필요하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고령 운전자 대책은 이렇게 오락가락할 일이 아니다. 사람은 나이가 듦에 따라 인지 능력과 반응 속도가 떨어지게 된다. 안전 강화책은 필요하다”며 “전체 교통사고 중 65세 이상 운전자의 비율도 2020년 14.8%에서 2022년엔 17.6%로 늘었다. 사회 고령화에 따라 이 비율이 늘어나는 것이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추세다. 65세 이상 운전자의 교통사고 치사율은 2.1%로, 전체 교통사고(1.4%)의 1.5배 수준이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논란을 빚은 조건부 운전면허도 잘 설계하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유럽 몇몇 나라와 미국 일부 주에서 도입한 이 제도는 운전자의 운전 능력에 따라 야간 또는 고속도로 운전을 금지하는 등 운전 허용 범위를 달리하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요즘은 나이만으로 사람의 인지 및 반응 능력을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젊은 사람 못지않은 노년이 흔하다”고 했다.

 

 사설은 “현재 75세 이상은 3년마다 운전 적성검사를 받고 있다. 사회적 논의를 통해 운전 능력을  좀 더 자주 평가받아야 할 연령대를 정할 필요가 있다. 적성검사도 시력 측정 정도에 그치고 실제 주행 능력은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형식에 그치고 있다”며 “적성 검사도 실질화해야 한다. 고령자 운전에 대한 안전 강화책은 자칫 고령자들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자신과 가족, 다른 사람 모두의 안전을 위한 것으로 생각하고 협조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중앙일보는 ‘또 설익은 정책 철회…설계 때부터 여론 충분히 살피기를’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영 시니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층이 많아진 상황에서 단지 나이를 기준으로 운전면허를 제한하겠다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다”며 “면허를 주는 조건으로 내건 야간 운전과 고속도로 운전 금지, 속도 제한 등도 실효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더 연로한 부모를 부양하는 고령자나 생계형 고령 운전자, 교통 오지에 사는 운전자에 대한 대책도 마땅치 않다. 반발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설익은 정책을 내놨다가 여론에 밀려 철회 및 번복한 사례는 윤석열 정부 초기부터 반복됐다. 이런 혼선은 정부 신뢰도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꼭 필요한 정책을 다시 추진하기도 어렵게 만든다”며 “이해당사자가 많고 영향이 큰 정책은 광범위한 현장의 여론 수렴과 공론화 과정을 먼저 거쳐야 한다. 하지만 관료들의 책상머리 구상을 덜컥 발표부터 했다가 사달이 났다. 고령자 조건부 면허만 해도 이제 연구용역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버젓이 발표에 들어갔다”고 꼬집었다.

 

 사설은 “오락가락 행정의 반복은 근본적으로 공무원들이 국민 여론을 잘 듣지 않기 때문이다. 행정수도인 세종시로 정부 부처가 옮겨가면서 공무원들은 평범하고 다양한 시민을 만나기 어려워졌다”며 “김영란법이 민간 접촉을 막는다고도 하지만 다양한 소통 방법을 찾아야 하고, 불가능하다면 법이라도 고쳐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안주하는 모습만 보이는 것은 ‘내가 다 알고 있다, 틀릴 리 없다’는 근거 없는 관료 엘리트주의의 발로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이번엔 고령자 운전면허·공매도, 오락가락 국정 언제까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은 고령화 시대에 필요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교통약자인 어르신들의 이동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일률적 기준 적용 문제도 불거지고, 대중교통이 없는 지역에선 마땅한 대안도 없다”며 “그러자 정부는 다음날인 21일 ‘조건부 운전면허는 특정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가 아니다’라고 발을 뺐다”고 꼬집었다.

 

 사설은 “22일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밝힌 공매도 재개 방침이 폐기됐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릴 것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판 후 차익을 노리는 투자 기법이다. 개미투자자 보호를 위해 한시적으로 금지했지만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난다”며 “당초 정부도 올 상반기까지 공매도 금지 조치를 시행한다는 계획이었다. 도무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지난 19일엔 해외 직접구매(직구) 제품에 대한 안전 인증 의무화 정책이 번복됐다. 연구 및 개발 예산 삭감, 만 5세 입학, 주 69시간 근로, 수능시험 킬러문항 배제, 의대 2000명 증원 등 윤석열 정부의 졸속 행정에 국민은 내내 골병이 들었다”며 “공직자들의 기강 해이도 심각하다. 이런 국정 난맥에도 문책하거나 책임지는 자가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 어디서 대형 사고가 터지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고 두렵다”고 비판했다.

 

 세계일보는 ‘尹정부 집권 3년차 정책 혼선… 기강 잡고 국정 고삐 좨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윤석열 정부가 ‘집권 3년 차 증후군’에 빠진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개혁은 물 건너갔다는 회의감마저 들 정도다. 역대 정권도 예외 없이 집권 3년 차가 되면 대통령의 리더십 약화와 공직사회 복지부동으로 국정 운영에 난맥상을 보이긴 했다”며 “이번에는 국민적 관심 사안을 손바닥 뒤집기 하는 혼선이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니 큰 문제다. 지난 4·10 총선에서 집권 여당의 대패로 이런 현상이 더욱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정부는 성과를 내기 위해 조급하고 공직자들은 벌써 권력 향배에나 관심을 둔 결과가 아닌지 의문이다”고 우려했다.

 

 사설은 “국가 정책의 생명은 일관성과 신뢰성이다. 현 정부 들어서 정책을 불쑥 내놓았다가 거둬들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사전에 여론을 충분히 듣지 않고 추진했다가 벌어진 일이다”며 “이제부터라도 공직사회 기강을 다잡고 국정의 고삐를 좨야 한다. 민심과 가까이 있는 여당이 중심을 잡고 여론을 제대로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이런 판국에 당 중진들이 설전이나 벌이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차기 당권 경쟁은 물론이고 향후 대권까지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이는데, 지금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 정치적 수싸움이나 벌일 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와 여당이 뜻을 한데 모으더라도 거대 야당을 상대하기가 벅찬 냉엄한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김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