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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칼럼

[오정근칼럼] 해외직구 논란과 맘카페

온라인 구매가 국경을 넘어 가능해지면서 한국의 해외직구가 급증하고 있다. 2021년에 5조 1천억원이었던 해외직구가 2022년 5조 5천억원 2023년 6조 8천억원으로 급증하고 있다. 해외직구가 급증하면서 경제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우선 어린이나 가정에서 사용하는 직구품목의 위해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국가인증통합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은 유모차와 장난감, 온수매트 등 80개 품목의 해외 직구를 제한하는 대책을 취했다. 그러나 정부 대책 발표 이후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과 소비자 선택권 제한이란 반발이 쏟아지자 “차단·금지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사흘 만에 사실상 철회한 것이다.

 

정부가 물러난 건 소비자 반발에다 규제 실효성 논란까지 일면서다. 16일 정부 발표 이후 주말 내내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어린이 제품과 관련해 맘카페를 중심으로 인터넷 커뮤니티가 달아올랐다. 한 네이버 맘카페엔 “옷은 뭐가 위험한 거냐”, “흥선대원군도 아니고 멋대로 외국 물건 (직구를) 닫아버리는 게 어딨느냐”와 같은 게시물이 이틀 새 수십건씩 올라왔다. 심지어 “KC 인증 제품이면 다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인증기관의 돈벌이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인가하는 무분별한 비난도 등장했다. ‘KC 인증 의무화’도 도마에 올랐다.

 

직구 금지의 실효성도 지적됐다. 위해 물품 반입 차단에 최적화된 통관 플랫폼을 2026년까지 구축한다는 계획인데 그전까지는 세관 검사에 의존해야 해서다. 관세청에 따르면 전자상거래를 통해 국내로 들어온 통관 물량은 2021년 8838만건에서 2022년 9612만건, 지난해 1억 3144만건으로 가파른 증가세다. 올해 1분기 통관 물량은 약 4133만건으로 하루 46만건 수준이다. 애초 KC 미인증 제품을 일일이 걸러내기는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는 대가가 발암물질과 유해물질, 짝퉁 등의 무분별한 국내 반입이 되어도 괜찮을지는 여전히 적지 않은 문제다. 이러다 만약 큰 사고라도 나는 경우 그에 대한 비난은 지금 소비자 선택권 제한 문제 정도가 아닐 것임은 불문가지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KC 인증은 가장 '중간'이 되는 기준"이라며 "100% 안전을 보장하진 못하지만 정부 공인 인증 기준인 만큼 물건을 팔려면 이것이라도 충족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 중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에서 의류를 주문했더니 배달된 포장지에 제품을 보낸 중국 판매자(셀러)에 대한 정보를 전혀 알 수 없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발신자 불명' 우편과 다를 게 없었다는 것이다. 교환이나 환불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따르면 현재 알리에 등록된 18만8000여개 중국 셀러는 회사명과 이메일만 등록돼 있고, 연락처나 회사 위치 등의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회사 홈페이지를 찾을 수 없고, 웹 검색을 해도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 정부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물러선 배경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쏟아진 비판도 작용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8일 “적용 범위와 방식이 모호하고 지나치게 넓어져 과도한 규제가 될 것”이라며 재고를 요청했다. 나경원 당선인도 “졸속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했고,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안전을 내세워 포괄적, 일방적으로 해외 직구를 금지하는 것은 무식한 정책”이라고 밝혔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9일 논평에서 “정책 타당성에 대한 면밀한 검증 없이 즉흥적으로 던지고 보는 무책임한 아마추어 국정은 어느새 윤석열 정권의 특질이 됐다”며 “도대체 정권의 존립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부의 'KC 미인증 직구금지' 정책을 '무식·졸속'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여당 중진들을 향해 "여당 의원이라면 페북보다 정부에 대안을 제시하는 게 우선"이라고 비판하며 논쟁에 뛰어들었다. 오시장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근 해외직구와 관련해선 시민 안전위해성과 국내기업 고사 우려라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며 "강물이 범람하는데 제방공사를 논하는 건 탁상공론이다. 우선은 모래주머니라도 급하게 쌓는게 오히려 상책"이라며 "유해물질 범벅 어린이 용품이 넘쳐나고 500원 숄더백, 600원 목걸이가 나와 기업 고사가 현실이 된 상황에서 정부가 손 놓고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문제"라고 지적했다. 비판을 쏟아낸 여당 중진들을 향해서도 "마치 정부정책 전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여당 중진으로서의 처신에 아쉬움이 남는다"며 꼬집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오세훈 시장의 뜬금없는 뒷북에 한마디 한다"며 "국내기업 보호를 위해 소비자들이 계속 피해를 봐야 한다는 오 시장의 논리는 개발연대에나 듣던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논쟁에서 주목을 받으면 등장한 것이 맘카페다. 맘카페란 네이버 카페 및 다음 카페 플랫폼으로 개설된 육아 커뮤니티다. 맘카페의 경우 카페 개설 초기부터 운영자가 지역 육아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만들고 서서히 규모가 커지면서 지역별 정보 등의 각종 정보를 다루는 종합 커뮤니티로 발전해 왔다. 그래서 육아 뿐 아니라 지역 맛집 정보 관련 내용도 다루는 등 좀 더 다루는 주제가 포괄적이다.

 

대체로 30대~40대 여성 회원으로 구성되어있으며, 육아 커뮤니티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살림, 육아, 지역 정보 등의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하여 임신, 출산(특히 산후조리원 등), 육아 관련 주제와 지역 관련 주제를 가장 많이 다룬다. 맘카페는 상당수 페미니즘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가장 많은 연령대가 30~40대라서 정치나 교육 및 행정 면에서 입김이나 영향력도 적지 않은 편이다. '젊줌마'로 불리는 20대 중후반 회원과 나이대 높은 50대 이상도 굉장히 많이 보이지만, 주류는 30~40대이다. 예를 들자면 물류센터를 조성하지 못하도록 내쫓거나 공사판 앞에 소음을 이유로 한 현수막을 내거는 등 여러 가지의 님비현상과 핌피현상을 행한다. 맘카페의 파워를 악용하여 '~하지 않으면 맘카페에 올려 불매운동을 하겠다' 또는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겠다'라고 협박하는 몰상식한 사람들도 많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의 영향력은 상당하기 때문이다.

 

최근 일어난 큰 사건이 서울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이다. 2023년 7월 19일부터 서울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에 3선 국회의원이 연루되어 있다는 루머가 대형 네이버 카페의 한 댓글을 시발점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진 사건이다. 방송인 김어준은 2023년 7월 20일 자신의 유튜브 프로그램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고에 국민의힘 소속 3선 의원이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3선 의원인 한기호(의 가족)가 연루되어 있다는 등의 허위사실이 유포되었다. 2018년에는 경기도 김포시에 위치한 한 어린이집의 여성 보육교사가 해당 어린이집 원생의 이모인 맘카페 회원에 의해 아동 학대범으로 몰려 물 세례를 받고 신상털이를 당하는 등 가혹한 사이버불링에 시달리다가 자살한 사건도 발생했다.

 

육아를 하는 회원들이 많다 보니 교육 정책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예민하게 느끼는 성향이 많으며, 정치적인 관심도 일반 사람들보다는 높은 편이라 웬만한 국회의원이나 교육감, 시장, 군수 혹은 구청장은 물론 학교 교장들조차도 맘카페의 회원으로 있는 주부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할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정도가 되니 정치적으로도 엄청난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그동안 대체로 친민주당 성향이 강한 경우가 많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대단히 높았는데, 실제로 여론조사에서도 30~40대 여성의 문재인 정부 지지가 매우 높게 나타났었다. 그래서 이들은 달빛기사단과 같은 여론조작단을 꾸리기도 했었으며,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판은 절대 용인하지 않기도 했다. 일부 카페는 매니저가 주도해서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끔 이끌거나 또 일부 회원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문제점을 왜곡하고, 타 정당 당원들에 대한 허위사실을 함부로 유포하기도 했다. 지난 총선에서도 2대녀 3대녀 들의 민주당 지지율이 국힘당 지지율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높았다.

 

이러한 여러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 맘카페가 이번에는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민주당 지지비율이 높았던 20~40 여성들이 소비자주권을 앞세우면서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새로운 극면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소비자선택 소비자주권도 중요하지만 당장 한국경제의 당면과제는 오세훈 시장의 지적처럼 시민 안전위해성과 더불어 국내기업 고사 문제가 적지 않은 우려로 대두되고 있다.

 

2015년 11월 10일 한중자유무역협정 공식 타결이후 중국에 비해 기술은 우위에 있지 않으면서 임금수준이 높아 가격경쟁력이 열위인 범용제품으로는 중국시장을 파고 드는데 한계가 있는 반면 유사한 중국 제품의 한국시장 점령으로 한국의 중소제조기업과 소상공인은 지금 빈사상태다. 국내 일자리와 민생안정을 위해 세이프가드 조항이라고 발동해야 될 상황이다. 전세계는 중국의 밀어내기식 수출에 대응하느라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소제조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폐업하면서 소리소문 없이 일자리가 날아가는 사이 대기업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은 아예 LCD는 생산을 중단했고 석유화학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달 17일(현지 시간) 중국산 주사기와 바늘, 고무장갑, 안면 마스크 등의 관세율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연내 주사기와 바늘에 대한 관세율은 0에서 50%, 특정 호흡기와 안면 마스크에 대한 관세율은 0~7.5%에서 25%로 인상할 예정이다. 의료 및 수술용 고무장갑 관세도 2026년까지 7.5%에서 25%로 크게 오른다. 이에 앞서 지난주 바이든 대통령이 공개한 새 관세 발표 중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현 25%에서 100%로 대폭 인상하기로 했다. 소비자선택도 물론 고려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소비자선택을 앞세운 맘카페의 공세로 정책이 흔들려서는 안된다. 중소제조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폐업해 일자리가 날아가는 경우에 선택할 돈마저 날아가게 되고 민생은 더욱 피폐하게 된다.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