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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읽기]‘김정은 비핵화 약속은 진심’ 문 전 대통령 회고록 논란...“납득 어려운 인식” “김정은 약속 어느 것 하나 실현되지 않아” 비판 여론 봇물

“외교적 수사와 진짜 속내도 구별할 줄 몰랐음을 자인한 셈”(조선)“아직도 김정은의 ‘비핵화 공수표’를 순진하게 믿고 있는지 되묻고 싶어”(중앙)“국가안보에 관한 한 지도자의 오판은 없어야”(한국)“한반도 위기 상황이 북한의 도발 위협에서 비롯됐음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세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중에 추진한 외교,안보 정책 관련 소회와 비화를 담은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가 출간되자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실패한 비핵화와 굴욕적 대북 저자세에 대한 자성은 보이지 않고, 자기 합리화와 공감하지 못할 주장으로 가득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비핵화 실패 책임을 미국 측에 떠넘기는 듯한 부분은 자칫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한·미 동맹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655쪽 분량의 회고록에서 문 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남북 정상회담 및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중재자 역할을 자신의 성과로 자평했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 담판은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났고, 결과적으로 이런 정상회담이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에 시간만 벌어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날 신문들은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 내용에 대해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과 옹호는 왜 그가 재임 시절 북한 대변인이라 불리는지를 보여준다”며 “국가안보에 관한 한 지도자의 오판은 없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문 전 대통령이 핵 담판 실패의 책임을 미국에 떠넘기는 듯한 입장을 취한 것을 두고는 “전직 대통령의 무게를 고려하면 좀 더 신중한 언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객관적 사실보다 김정은 말을 더 믿는다는 전직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문 전 대통령은 책에서 대북 제재 해제를 위해 ‘더 적극적인 (미·북 간) 중재해야 했지 않았나 하는 후회가 있다’고 했다. 북한 제재를 강조하는 유럽 정상들 앞에서 해제를 요청해 국제 망신을 자초한 사람이 그것도 부족했다고 자책했다”며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당시 북의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 연합 훈련을 함께 중단한다는 구두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그걸 선언문에 담았더라면’이라고 했다. 북의 불법 도발과 한미의 합법적 방어 훈련을 맞바꾸자는 게 북·중의 ‘쌍중단’ 요구인데, 그것을 명문화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한 것이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문 전 대통령은 김정은이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핵을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 딸 세대한테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소개하며 ‘(미국의) 상응 조치가 있다면 비핵화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약속은 진심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며 “하지만 당시에도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문 전 대통령은 ‘중장거리 미사일은 보유한 게 없다’는 김정은 발언도 소개했다. ‘비핵화 쇼’가 끝나자마자 김일성 광장을 행진한 ICBM 행렬은 땅에서 솟았나”고 꼬집었다.

 

 사설은 “그는 회고록에서 객관적 사실보다 김정은의 말을 더 믿는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했다. 한국 답방, 직통 전화 가동, 이메일 소통 등 김정은의 약속은 어느 것 하나 실현되지 않았지만, 그는 북측 사정을 이해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외교적 수사와 진짜 속내도 구별할 줄 몰랐음을 자인한 셈이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북 비핵화 실패를 동맹 탓으로 돌린 전직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김 위원장은 2018년 3월 문 전 대통령이 보낸 대북 특사단에게 ‘비핵화 의지’를 표했고, 당시 정부는 충분한 입증이나 여과 없이 이를 미국에 전달했다. 회고록에서 문 전 대통령은 그해 4월 판문점 남북회담에서 김정은이 ‘핵을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며 “북·미 정상회담 성사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무리수를 둔 정황도 회고록에서 포착됐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당시 청와대는 ‘한국이 빠진 상태에서 미국과 북한끼리라도 종전선언을 해도 좋겠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냈다는 것이다. 아직도 김정은의 ‘비핵화 공수표’를 순진하게 믿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문 전 대통령은 2019년 ‘하노이 노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협상팀은 북한의 제안 내용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며 핵 담판 실패의 책임을 미국에 떠넘기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반면에 트럼프 행정부 국무부 대변인을 지낸 모건 오테이거스는 최근 미국 우선주의연구소(AFPI) 정책 자료집에서 ‘문 전 대통령이 북한에 더 많은 양보를 하려 해 미국은 문 전 대통령을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했다’고 엇갈리는 증언을 했다”고 했다.

 

 사설은 “더욱 어이없는 것은 ‘유엔 안보리 제재가 (남북 관계 개선) 국면마다 애로로 작용했다’는 주장이다. 한국의 전직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공감하기 힘든 대목이다. 전직 대통령의 무게를 고려하면 좀 더 신중한 언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김정은 비핵화 진심 文 회고록…중요한 건 말보다 행동’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문 전 대통령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회고록에 담은 건 작금의 남북 군사 대치와 대화 없는 북미 갈등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과거 여러 차례 비핵화 약속을 파기한 것과 핵 무력 완성 단계에 이른 북한 상황에 비춰 문 전 대통령에게 언급했다는 김정은의 '절실한' 비핵화 의지는 터무니없어 보인다. 이명박 정부 시절 연평도에 대한 무차별 포격에 대해 ‘연평도를 직접 방문해 주민을 위로해 주고 싶다’는 김정은의 말은 황당하기까지 하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것과 관련해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강경파 참모들의 반대 탓이 크다고 언급했다. ‘나는 (북한이 제시한 조건을) 수용할 생각이 있었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을 언급했으나 트럼프 성향상 얼마나 신뢰를 부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문 전 대통령은 북미 정상의 중재자를 자임했으나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북한이 ‘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를 운운하며 문재인 정부 비난을 일삼았던 점에 비춰 그 선의조차 북한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사설은 “북한은 지금 무분별한 핵미사일 도발과 과시는 물론, 선대의 통일정책까지 내팽개치고 '적대적 두 국가' 등 대남 적대 정책을 서슴없이 드러내고 있다. 문 전 대통령 회고록에 대해 진영에 따른 평가가 다르겠으나, 중요한 건 말이 아니라 행동을 통해 상대의 진의를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안보에 관한 한 지도자의 오판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는 ‘중·러 비호 속 北 위협 커지는데 文, 평화 타령 회고록인가’란 제목의 사설에서 “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작금의 한반도 위기 상황은 한·미 연합훈련에서 비롯됐고 책임은 한·미에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며 “종전 선언과 관련해 ‘한국이 빠진 채 해도 괜찮다’는 입장을 미국에 전한 사실도 공개했다. 전쟁 당사국인 우리를 배제하면 누구를 위한 종전 선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한반도 위기 상황이 북한의 도발 위협에서 비롯됐음은 삼척동자도 안다”며 “북한은 극초음속 무기 개발, 초대형 핵탄두 생산, 핵 추진 잠수함과 수중 발사 핵 전략무기 보유 등의 5대 과업을 제시하며 로드맵대로 핵·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2년 9월엔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핵 선제 법제화’를 했고, 2023년 9월엔 헌법에 ‘핵무기 고도화’를 명시했다. 이제 중·러의 비호까지 받는 마당에 북한이 핵을 포기할 리 있을까. 이런 상황을 눈 뜨고 보면서도 과장 내지 허황된 주장을 하니 ‘북한 대변인이냐’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사설은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11월 부인 김정숙 여사의 단독 인도 타지마할 방문과 관련해서도 ‘인도 모디 총리가 허 황후 기념 공원 개장 때 와 달라고 초청해 이뤄진 것’이라며 ‘배우자의 첫 단독 외교’라고 자평했다. 억지 주장이자 자화자찬이다. 우리 측이 먼저 인도에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고 공군 2호기를 이용한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이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컸다. 국민 정서와 전혀 다르니, 누가 전직 대통령의 말이라고 곧이곧대로 믿어 주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해당 사안과 관련해 사설로 다루지 않았다. 

 

김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