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7일 대통령실 브리핑룸을 찾아 현 정부 출범과 함께 폐지했던 민정수석실 부활 방침을 직접 밝히면서 그 배경을 소상히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내 사법 리스크가 있다면 내가 설명하고 풀어야지 민정수석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민정수석실 부활을 두고 ‘윤 대통령 관련 사법 리스크를 방탄하기 위한 사정기관 장악용’이라는 야당의 의구심을 반박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명품백 수수 의혹을 포함한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과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 여부를 규명하겠다며 채상병 특검 도입 등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런 만큼 윤 대통령이 9일 예정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관련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하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채상병 특검법은 여야 합의가 되지 않은 점, 공수처와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점 등을 들어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소상히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여권 관계자는 “여야 합의 없이 특정 정치 진영이 일방적으로 사법 체계와 삼권 분립을 무력화한 사례는 다른 나라에서 찾기 어렵다”며 “채 상병 죽음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성역은 없지만 이를 빙자한 헌법 질서 훼손 시도를 대통령이 용인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다만 공수처 수사 결과가 나오고 여야가 합의할 때는 특검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힐 수 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설명했다. 공수처 수사 후 특검 수용안은 국민의힘에서도 지지하고 있는 방안이다.
김 여사와 관련해서는, 올해 1월 KBS 신년 대담보다 얼마나 달라진 입장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신년 대담에서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과 관련,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누구한테도 박절하게 대하기 어렵다"며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이고 좀 아쉬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4·10 총선 이후 검찰은 최근 이원석 총장의 지시로 전담 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고 김 여사에 대한 소환 방문 서면 조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검찰 일에 개입할 수도, 개입해서도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춰 좀 더 전향적인 입장 표명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민주당이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을 합쳐 '김 여사 특검법'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민정수석실 부활도 회견에서 다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민심 청취 기능이 너무 취약했다"며 민정수석실 복원의 불가피성을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선 대선 공약을 뒤집는다는 정치적 부담과 사정 기관 장악에 나서려 한다는 야당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민심·정책 정보 보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민정수석 설치를 결심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참모들은 “민정수석실이 잘못 운용될 경우 폐단을 윤 대통령이 누구보다 잘 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민정수석실을 정권 방탄용으로 활용하지는 않을 것이란 취지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1인당 25만원 민생 지원금 지급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에서 “물가와 금리, 재정 상황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어려운 분들을 더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로 지원금 지급이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번 회견에서도 지원금 지급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의과대학 증원 관련 문제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의료 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기존의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3개월여 동안 이어진 의정 갈등에 따라 비상 진료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한 대책들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 보인다.
이번 회견은 윤석열 정부의 남은 3년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이벤트이다. 의회 권력이 좌파 야권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선 무엇보다 국민들의 이해를 도모하고 정확하고 명료하게 소통하는 것이 관건이다. 9일 기자회견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김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