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4일 유시춘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이사장이 업무 추진비 수천만 원을 사적으로 쓰고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며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유 이사장은 2018년 9월 EBS 이사장 취임 이후 5년여간 정육점이나 백화점, 반찬 가게 등에서 약 200차례, 1700만원 어치를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또한 토·일요일이나 어린이날 등 공휴일에 ‘직원 의견 청취’ 명목으로 제주도와 경상북도, 강원도 곳곳에서 업무 추진비를 쓴 경우도 100여 차례에 달했다. 유 이사장이 업무 추진비를 사용했다고 기재한 장소와 법인 카드가 실제로 결제된 장소가 다른 경우도 다수 확인됐다.
권익위는 유 이사장이 청탁금지법을 위반해 3만원 넘는 식사를 50여 차례 접대한 기록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권익위는 이 식사 자리들이 실제로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고, 유 이사장이 사적으로 식사한 뒤 식사 상대방을 허위로 기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권익위는 유 이사장이 부정하게 사용한 금액이 수천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유 이사장의 유용 혐의는 대검에 수사를 의뢰하고,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과태료 부과가 필요한 사안은 EBS 감독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에 이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친누나다. 2017년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 홍보팀에서 활동한 뒤 2018년 9월 EBS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3년 임기를 마치고 2021년 연임됐다. 유 이사장은 취임 당시부터 아들의 마약 범죄에 대해 줄곧 무죄를 주장하며 거짓 해명을 해 논란을 빚었다. 유 이사장의 아들 신모 씨는 독립영화 감독이다. 신씨는 2018년 10월 대마초 밀수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을 확정받고 법정구속됐다.
유 이사장이 문재인 정권 시절인 2018년 9월 EBS 이사장으로 임명되기 두 달 전 그의 아들은 마약 밀수 사건으로 2심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구속 수감된 상태였다. 그러나 그는 교육방송 EBS 이사로 임명됐다. 당시 방통위는 "EBS 법은 당사자의 결격 사항만 파악하게 돼 있다"면서 "이사장 선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유 이사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아들이 무죄를 받고서 EBS 이사장이 됐다"고 사실상 거짓 해명을 했다. 그러나 거짓말이었다. 유 이사장의 아들 신씨는 1심에서는 무죄였지만, 2018년 7월 2심에서 유죄 징역 3년을 받고 이미 구속된 상태였다. 이뿐만 아니다. 당시 유 이사장은 "청와대에 이 사실을 알렸다"고 말했지만, 청와대는 "공식 라인을 통해 전달받은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부인했다.
또한 유 이사장은 2019년 3월 21일 신씨의 3심이 확정된 상태에서 ‘아들은 마약 밀수 안 했다. 내가 범인을 잡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유 이사장은 지금까지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 역시 국민을 상대로 한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유 이사장은 아들의 마약 밀수에 대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며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유 이사장은 지난해 8월 31일 제342회 정기이사회에서 아들과 관련된 거짓말 의혹에 “40년~50년 전 유죄를 받고 사형 판결된 사람이 40년~50년 뒤 무죄 판결 나는 것 봤을 거다”며 “사법부는 전지전능하신 신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양연희 기자 takah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