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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의 이례적인 보도 행태에 한화그룹 강경 맞대응..."정당한 의혹 제기" Vs "일방적 융단폭격"

한겨레가 지난달 16일 이후 수일간 기사와 사설로 한화 성과급(RSU)이 경영권 승계 이용 가능성 있다고 맹공하자 그 배경에 눈길. 광고-기사 딜 불발에 따른 보복성 기사라는 지라시 나돌자 한겨레는 '음해성으로 수사 의뢰하겠다'고 반발. 한화는 연속 보도에 반론 기회없어 언론중재위 제소와 민형사 소송으로 사실 관계 밝힐 수 밖에 없다고.

 한겨레신문의 이례적인 보도 행태와 한화의 맞대응이 새해 벽두 언론계와 재계의 시선을 붙잡고 있다. 한겨레신문이 1월 16일부터 여러 날에 걸쳐 1면 기사와 사설 등으로 한화그룹의 임원 성과급 제도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시행과 한화 경영권 승계의 연계 가능성을 보도했으나 한화 측이 충분한 취재 과정이나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면서 언론중재위 제소와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RSU는 단기간 성과를 낸 뒤 매도 가능한 스톡옵션의 ‘먹튀 논란’을 막기 위해 장기간 근속 조건 등을 충족하면 당장의 현금 성과급 대신 사후에 주식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2003년 미국 MS(마이크로소프트)사가 처음 도입한 이래 애플이나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이 대부분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 국내에는 2020년 한화가 처음 도입한 이래 SK, 두산, 포스코, CJ 등 국내 대기업들이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국내에선 스톡옵션에 비해 법적 제한이 적고 절차가 간편해 대주주 견제에 불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해당 사안은 한겨레가 1월 30일자 사설을 통해 제도의 개선을 촉구하는 것으로 물밑으로 가라앉는 듯 했으나 이달 명절(설)을 전후해 한겨레 보도 과정에 대한 업계 시각과 뒷얘기 등을 다룬 이른바 ‘지라시’가 나돌자 지난 13일 한겨레 경영기획실이 사내 게시판을 통해 ‘음해성 내용’이라며 수사 의뢰하겠다고 밝히면서 양상이 가열되고 있다.

 

 지라시에는 ‘한겨레 광고국 임원들이 한겨레의 첫 보도가 있기 전날(1월 15일) 오후 한화 홍보실 임원을 찾아 다음날 보도 내용과 지면 배치 등의 내용을 사전에 유출하고 올해 광고 물량 등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당시 협상이 잘 성사되지 않자 이튿날부터 이른바 승계 문제가 집중적으로 보도됐다’고 광고-기사 딜 불발에 따른 보복성 기사라는 업계 소문을 전했다.

 

 한겨레 측은 ‘자체 확인 결과 한겨레 광고국 임원 등 4명이 한화 관련 보도가 있기 전날 오후 3시 한화 홍보실 임원을 만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광고국과 홍보실의 만남은 이미 사흘 전에 잡힌 신년 인사 차원이었을 뿐 기사와 광고를 거래할 목적이 절대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계와 재계에서는 해당 만남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 관련 비판 보도와 광고-홍보실의 만남이 ‘공교롭게도’ 인과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 만남을 미루는 게 상식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광고국이 해당 보도 관련 사실을 미리 알고 만나는 자리에 나왔냐는 점도 논란 거리 중 하나이다. 통상 편집권을 갖고 있는 기자나 보도 관련자 외에는 접근이 제한되는 ‘보도 내용’이 미리 유출된 '사고'가 아니냐는 것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이에 대해서도 ‘조사를 통해 사실 관계를 한 번 더 명명백백히 밝히겠다’고 밝혔다,

 

 한겨레신문이 RSU와 김동관 부회장의 승계 이용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수일에 걸쳐 지면을 대량 할애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겨레신문은 1월16일자 1면 <한화 장남에 ‘RSU 389억 원’, 경영권 승계수단 악용 우려>를 비롯해 3면, 4면에 걸쳐 기사를 게재한 이래 17일, 24일, 30일, 31일 연속으로 여러 면에 걸쳐 관련 기사를 보냈다. 해당 사안은 지난해 하반기 논란이 돼 국회 토론회로도 다뤄졌던 문제로 신문사 고유의 편집권을 감안하더라도 관련 지면 할애 등이 통상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화 측 대응도 이례적이긴 마찬가지다. 언론의 의혹 제기에 '드러나지 않게 넘어가던' 기존 선례와 달리 이번엔 법적 대응 등 강경 스탠스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 측은 법무법인 율촌에 이 사안을 의뢰했으며 16일 열리는 언론중재위에서 여러 기사에 대해 정정보도와 반론보도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양측의 맞씨름은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겨레신문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RSU 관련 문제를 처음 제기한 것도 아니고 금융 당국에서도 인정한 사안”이라며 보도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한화 측은 “언론은 매체를 통해 의혹 제기나 입장을 주장할 수 있는 반면 기업은 해명하거나 설명할 기회조차 없는 현실은 불공평하다”라며 소송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한 언론인은 “국내에서 아직 정착되지 않은 제도가 이런 논란을 통해 연착륙하기도 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갈등을 기업과 신문의 관계를 다시 한 번 들여다봐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겨레 측은 언론중재위 첫 조정일을 앞둔 15일 오후 출석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