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흉기 피습을 당한지 불과 30분 만에 MBC에서 가해자가 민주당 지지자가 아니라는 오보를 낸 내막이 뒤늦게 밝혀졌다.
MBC노동조합(제3노조)은 9일 'MBC 민주당 지지자 아냐 오보 내막은?' 제목의 성명을 내고 어처구니 없는 정황을 근거로 피습범의 당적을 단정한 보도 행태를 규탄했다.
이 성명에 따르면 피습이 일어난 지난 2일 오전 10시 27분으로부터 불과 30분 뒤에 이뤄진 MBC 뉴스특보에서 오보 사태가 시작됐다. 이후 민노총 언론노조 MBC본부가 ‘민실위 메모’라는 글을 통해 오보 경위를 올렸는데 그 내용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간의 보도 경위를 보면 첫 특보 리포트에서 “현장에 나와있는 경찰에 따르면 남성은 현재 묵비권을 행사 중이고 민주당 당원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라고 방송했다.
두 번째 리포트에서는 “피해자에 대해선 아직 정확히 확인된 바는, 공식적으로 브리핑이 나온 것은 없습니다만, 현행범으로 붙잡힌 남성은 아직 묵비권을 행사중이고 당원은 아닌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라고 보도했다.
제3노조는 "도대체 용의자가 묵비권을 행사하는데 당원이 아닌 것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단 말인가? 현장에 나온 경찰이 민주당원 명부를 실시간 조회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노조는 "더욱이 사건이 일어난지 30분도 안된 시점에서 이런 확인이 어떻게 가능한가? 의문투성이의 방송이었으나 데스크도 부장도 보도국장도 제지하지 않고 12시 낮뉴스와 라디오 뉴스까지 방송은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특보 자막에서는 『용의자 묵비권 행사...민주당 지지자 아냐』라고 굵은 복대로 장시간 자막이 노출됐고, 낮 12시 TV뉴스에 “민주당원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라디오뉴스에는 “민주당 당원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라는 보도가 잇따랐다고 했다.
이 자막보도는 당시 내근 중인 정치부 기자들이 그래픽실과 자막실에서 자막의 방송을 지휘한 것으로 제3노조는 추정했다.
인용부호도 없이 ‘민주당 지지자 아냐’ 라고 단정적으로 보도한 자막과 관련해 정치팀은 "현장 리포트 내용에서 ‘지지자들은 본인들 소속 지지자가 아니라고 얘기를 하는 상황’이라는 기사 내용을 근거로 자막을 뽑았다"고 변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들 소속 지지자가 아니더라도 민주당 지지자일 수 있는데 그런 의문을 갖지 않은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제3노조는 지적했다.
제3노조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전원구조 오보’ 자막을 내고 생방송에서 이를 언급한 이들도 언론노조 소속 기자들이라고 전했다. 그런데도 이들은 지금까지 징계를 받거나 인사위원회에 불려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며 심각한 기강 문란 사태를 문제 삼았다.
제3노조는 "반복되는 특보 오보에도 팩트체크 시스템은 계속 고장나 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점도 이상하다. 지금까지 사과방송도 징계절차도 시작하지 않는다."라고 일갈했다. 또한 "오보에 손 놓아버린 공영방송 MBC, 이대로 선거방송을 맡기기에는 불안하고 위험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심민섭 기자 darklight_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