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헨티나 대선 결과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를 자처하는 우파 성향 경제학자 하비에르 밀레이 자유전진당 대표가 19일(현지 시간) 여당 후보인 세르히오 마사를 누르고 당선됐다.
아르헨티나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개표율 99.3% 기준 밀레이 후보자가 55.7%의 표를 얻어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현 집권 세력이자 페로니스트(대중영합주의자)인 ‘조국을 위한 연합’ 후보 마사 후보의 득표율은 44.2%였다. 아르헨티나에서 우파 후보가 당선된 것은 2015년 마우리시오 마크리 전 대통령 이후 8년 만이다.
밀레이는 수십 년간 지속된 페로니즘의 영향으로 발생한 문제로 인플레이션, 빈곤, 치안 불안 등을 해결하기 위해 ‘최소 정부’를 내걸었다.
페로니즘은 1946~1955년, 1973~1974년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역임한 후안 페론 집권 시기의 국가 주도적인 사회 경제 정책을 의미한다. 포퓰리즘의 또다른 의미로도 평가된다.
밀레이는 선거 운동 기간 중 140%를 웃도는 고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 지출 삭감, 중앙은행 폐쇄, 페소화 폐지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정부 부처 수를 줄이고 국영 기업을 민영화하며 대부분의 세금을 폐지하겠다”라며 “국영 기업을 민영화하여 현재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40% 수준인 보조금 및 복지 등 공공지출을 15%까지 줄이겠다”고 말했다.
또한 “중앙은행을 폐지하고 자국 통화인 페소화 대신 미국 달러화를 채택하겠다”고 공약했었다. 그는 총기 자유화와 장기 매매 합법화, 낙태권 폐지와 동성 결혼 반대 등을 옹호했으며,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사회주의자들의 사기”라는 입장이었다.
아르헨티나의 공식 환율은 1달러당 365페소지만 암시장 환율을 의미하는 ‘블루 달러’는 달러당 1000페소를 넘는다.
밀레이는 이날 오후 10시경 당선 수락 연설을 통해 “오늘은 아르헨티나를 빈곤하게 만드는 국가 모델의 종말이자 아르헨티나를 재건하는 날”이라며 “저는 약속을 이행하고 사유 재산과 자유 무역을 존중하는 정부를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에 필요한 변화는 급격할 것이며 점진주의가 설 자리는 없다”라면서 “신속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는 역사상 최악의 위기로 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칼럼니스트 카를로스 파그니는 현지 매체에서 “이번 선거에서 나라의 경제, 정치적 현실에 대한 좌절감을 표현하기 위해 밀레이에게 투표한 이들이 많았다”라며 “유권자들은 밀레이의 이념이 아니라 그의 분노, (현 상황에 대한) 돌파 요구를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아르헨티나 좌파들은 아르헨티나의 주요 무역 파트너국인 브라질과 중국과의 관계 단절, 12개 이상의 정부 부처 폐쇄 등의 공약에 우려를 표했다.
심민섭 기자 darklight_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