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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폭격, 민간인 희생으로 확전 조짐, “이스라엘 vs 테러단체 소행” 공방

하마스 “이스라엘에 의한 대량 학살...보복할 것”
이스라엘 “팔 무장단체 지하드 소행...로켓발사 오폭에 의한 민간인 참사”
오폭 인정하는 하마스 대원들 대화 감청 녹음 파일도 공개
바이든, 이스라엘 찾아 연대 표명...테러단체 로켓 오발에 무게

 

지난 17일 가자지구 병원 폭격으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판도가 확전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병원 폭격의 진실을 놓고 양측 공방과 선전·선동전이 뜨겁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17일 밤 가자시티의 알아흘리아랍병원에 가해진 로켓포 공격으로 큰 폭발이 일어나 환자, 난민 등 500명 이상이 숨졌다고 밝혔다. 부상자도 최소 수백 명이고 이와 별도로 상당수의 시민이 건물 잔해 밑에 깔려 있다고 했다. 당시 미 CNN 등 일부 외신들은 폭발 원인이나 사상자 규모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날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하마스 확전을 우려하며 이스라엘을 방문하기 하루 전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이날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만나 해법을 논의하려 했으나 회담은 전격 취소했다. 이후 19일 현재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반(反)이스라엘·반미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조짐이다.

 

문제의 초점은 민간인들이 입원한 병원 폭격의 주범은 누구인가이다.

 

가자지구 내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의 중심부에 있는 알아흘리아랍병원은 1882년 설립된 141년 역사의 유서 깊은 병원이다. 이 병원은 지난 7일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군이 대피를 통보했던 가자지구 북부 병원 20곳 중 하나다. 하지만 남부로의 피란이 여의치 않았던 상당수 주민이 병원만은 안전할 것으로 믿고 이곳으로 몰려들면서 공습에 의한 인명 피해가 더 커졌다.

 

하마스는 이번 공습이 이스라엘에 의한 대량 학살로 단정하고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며 보복을 천명했다. 하마스는 다만 이 주장을 입증하는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도 “내일(18일)을 적에 대한 분노의 날로 삼자. 거리와 광장으로 즉시 가서 격렬한 분노를 표출하라”고 중동 이슬람권 전체에 촉구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이번 폭격이 하마스보다 더 강경한 반이스라엘 성향 PIJ의 로켓 발사 실패(오폭) 때문이라고 반박하며 관련 영상과 사진, 음성 증거를 제시했다. 사망자 수도 하마스가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병원을 공격한 것은 이스라엘군이 아닌 야만적 테러범들”이라며 PIJ 소행이라고 거듭 밝혔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18일 기자회견에서 “공습으로 인한 (주차장) 주변 건물 훼손도 없고, 우리 무기로 공습할 때 일반적으로 생기는 거대한 웅덩이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미사일 공습 현장에 생긴 각각 지름 7m, 9m짜리 웅덩이 사진을 공개했다.

 

이스라엘 측은 이번 공격이 PIJ 측 오폭임을 인정하는 듯한 하마스 대원들 대화를 감청한 녹음 파일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계정에 올렸다. 이스라엘군이 영어로 번역해 함께 올린 대화 자막에 따르면 하마스 한 대원이 “우리가 쏜 거야?”라고 묻자 다른 대원이 “(병원에 떨어진) 미사일 파편은 PIJ 것이래, 이스라엘 것이 아니고”라면서 “병원 뒤쪽 묘지에서 쐈다”고 말한 것으로 돼있다.

 

반면 PIJ는 “이스라엘이 병원에 있던 사람들을 쫓아내기 위해 이전에도 이곳을 공습했다”면서 (미사일이) 떨어진 각도나 파괴력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폭발과 화재 크기를 볼 때 이스라엘의 JDAM 폭탄에 의한 폭발이 아니라 이슬람 지하드 또는 하마스가 사용하는 로켓에 의한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한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스라엘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바이든은 18일 네타냐후 총리와의 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에서 “폭발 사건에 대해 깊은 슬픔과 분노를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본 바로는 그것은 당신(이스라엘 측)이 아닌 다른 쪽이 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폭발은 가자지구 테러집단의 로켓 오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수집한 증거들을 토대로 내린 결론”이라고 밝혔다.

 

한편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 예고와 관련 “20년 전 9·11 테러를 겪은 우리는 이스라엘의 분노를 이해하나 당시 우리는 분노에 휩싸여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분노가 여러분(이스라엘)을 집어삼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 이스라엘의 냉정함 유지와 절제를 조언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

1981년 결성된 이슬람 급진주의 무장단체. 자살폭탄 테러와 민간인 공격을 감행하는 등 하마스보다 세력은 약하지만 더 강경한 성향으로 알려졌다. 미국 등 서방에서 테러단체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