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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獨·美의 ‘비핵화 의심’ 입장은 빼고 발표”

독일, “김정은 진정성에 의문”
미국, “北의 비핵화 의지에 의구심...대북제재 해제에 속도조절 필요”
발표는 “공감대 이뤘고...기본적으로 남북협력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만

 

문재인 정부 당시 정부 각료 등 외교·안보 관련 고위 인사들이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한 우방국들의 우려나 신중한 입장은 빼고 문 정부가 의도하는 방향에 맞는 내용만 발표한 사실이 일부 드러났다.

 

12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통일부의 '장·차관 해외 출장 내역 및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문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은 4차례, 차관은 6차례에 걸쳐 미국, 독일, 일본 등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그러나 통일부가 그동안 보도자료, 기자회견, 국회 보고 등을 통해 공개한 내용과 달리 내부용 출장 보고서에는 당시 각국 인사들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 및 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여러 가지 우려와 의문을 제기한 대목이 다수 포함됐다.

 

예컨대 2018년 10월 천해성 당시 차관이 독일을 방문한 뒤 작성한 출장 결과 보고서에는 "독일 측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도와 진정성에 의문을 표했다"고 돼 있다.

 

같은 해 3월 문재인 정부 대북 특사단은 평양에서 김정은을 만나고 돌아온 뒤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및 북ㆍ미 정상회담이 열린 뒤였는데도 독일 측은 여전히 의구심을 표한 것이다.

 

같은 해 11월 조명균 당시 통일부 장관은 미국을 방문해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 등을 면담한 뒤 작성한 출장 보고서에는 "미국 현지에는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 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없고, 북ㆍ미 고위급 대화도 지연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보고서에는 또 "미국 측은 남북 협력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북한 비핵화 진전 속도와 긴밀하게 조율하면서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까지 대북 제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당시 조 장관은 방미 직후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 비핵화 문제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더 잘 추진해나가고자 공감대를 이뤘다"고 말했다. 닷새 후 국회에 출석해서도 "미국 정부도 기본적으로는 남북 교류 협력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는 태도"라고만 전했다. 남북 협력과 비핵화 진전 속도를 맞출 필요가 있다는 미국 측 지적은 언급하지 않았다.

 

2019년 10월 서호 당시 통일부 차관의 독일 출장 보고서에는 "독일 측은 북한의 인권 유린과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현재 시행 중인 대북 제재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언급했다"고 돼 있다. 또한 "독일 측은 스포츠 분야 외 남북 합의 이행이 잘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질의했다"고도 적혀 있다.

 

문 정부는 2018년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이후 노골적으로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10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프랑스를 방문해 직접 “제재 완화를 통한 비핵화 촉진”을 제안했다. 하지만 프랑스는 제재 유지 입장을 유지했다. 문 정부는 이후에도 제재 관련 입장을 고수햇다.

 

통일부는 북한의 전형적인 벼랑 끝 전술인 "연말 시한" 설정을 근거로 오히려 미국의 대북 관여를 설득하려 하기도 했다. 2019년 11월 김연철 당시 장관은 미국을 찾아 "북한이 연말 협상 시한을 정해 놓은 현 시점에서 북한 체제 특성을 감안할 때 (연말) 시한까지 진전이 없을 경우 북한 신년사 등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북ㆍ미 협상의 조속한 재개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정은은 같은 해 2월 하노이 북ㆍ미 정상회담이 '노 딜'로 끝난 뒤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마감 시한을 그어놓고 협상의 우위를 점하려는 북한의 벼랑끝 전술을 미국 측에 그대로 전달한 셈이다.

 

보고서에 의하면 당시 미국 측은 "미국 정부와 의회는 북한이 제기한 연말 시한에 구애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도 확산된다"며 김 전 장관의 의견을 사실상 반박했다.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은 2021년 9~10월 벨기에·스웨덴·독일 등 유럽 국가를 순방하며 '종전선언' 알리기에 나섰다. 당시 출장 보고서에 담긴 상대국 반응은 "유럽연합(EU) 측이 종전선언에 관심을 표했다"는 정도 뿐이었다. 적극적인지지 입장은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정부는 종전선언과 관련해 "미국과 빈틈 없는 공조가 이뤄지고 있고 문안도 합의했다"고 했지만 미국 측은 "대북 외교에 전념한다"며 거리를 뒀다.

 

태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당시 국제사회도 의문시하는 북한 비핵화 의지를 주장하며 국민을 오도했다"며 "이는 대북 정책에 있어 중대한 실책이며, 한국의 외교적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