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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칼럼

[白臨斷想] 이재명 영장심사의 ‘증거인멸’, ‘도주우려’

이르면 26일 결판...검찰은 구속 자신, 이 대표·지지자는 영장 기각 압박
김의겸, “취재에 구멍...구속영장 발부 확률 70%” 조롱
관련자 극단적 선택 등도 가장 심각한 ‘증거인멸’, ‘도주우려’
이 대표 관련, 지금까지 5명 극단 선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 여부가 이르면 26일 결판난다. 검찰이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피의자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지난 21일 국회가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을 가결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구속을 자신하고 있는 분위기다. 민주당 의원들 상당수가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도 구속영장 발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다음 날인 22일 이 대표는 "검사 독재정권의 폭주와 퇴행을 막고 민생과 민주주의 지켜야 한다“며 버티고 있다. 골수 지지자들 역시 국회와 법원 앞 시위 등으로 ‘영장 기각’을 압박하고 있다.

 

가짜뉴스 생성 대표 주자 중 하나로 꼽히는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한동훈 장관) 장관 보습을 보니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될 확률을 50%에서 70%로 수정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구속영장 담당 판사가 한 장관과 서울대 법대 동기라는 점 등을 고려해 검찰에서 판사를 선택한 것”이란 취지로 말했다가 가짜뉴스로 밝혀지자 “취재에 구멍이 있었다”면서 보인 한 조롱 섞인 반응이다.

 

결정권자인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 쏠리는 관심 또한 대단하다. 그는 이른바 '50억 클럽' 관련 박영수(71) 전 특별검사와 유튜브 매체 '시민언론 더탐사' 강진구 대표의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또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관련 강래구(58)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과 송영길 전 대표의 전직 보좌관 박용수(53)씨의 구속영장은 발부한 반면 무소속 이성만 의원 영장은 기각한 바 있다.

 

영장실질심사는 판사가 피의자를 직접 대면하고 심문해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다. 판사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일정한 주거가 없을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을 때, 도망할 염려가 있을 때 구속영장을 발부한다.

 

통상은 ‘증거인멸’, ‘도주 우려’가 관건이다. 이 대표 구속영장 심사에서도 재판부는 이 두 가지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증거인멸 여부와 관련,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의 6쪽에 걸쳐 이 대표가 사법 질서를 존중하려는 의사가 부족하며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높은 피의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은 “피의자는 2002년 검사 사칭 사건 때 검찰의 출석 요구에 수회 불응한 채 잠적해 구속영장이 발부해 구속된 전력이 있다”고 했다. 이어 “피의자는 이 사건을 정치 영역으로 끌어들여 처벌을 피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피의자 스스로 또는 그 측근들을 통해 인적, 물적 증거를 인멸했거나 향후 계속해 인멸할 우려가 현저하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국회에 제출한 18쪽 분량의 체포동의 요청 이유서에서 “갖가지 사법방해 행위의 최대 수혜자는 이재명 의원”이라며 “이 사건은 다수의 관련자가 조직적으로 관여한 범죄로서 이 의원의 정치적 지위와 지금까지의 수사과정 등을 고려하면 공범들이나 참고인들에 대한 회유·압박을 통한 증거인멸의 염려가 매우 크다”고 밝혔다.

 

이 중 눈에 띄는 대목이 ‘공범들이나 참고인들에 대한 회유·압박을 통한 증거인멸’이다. 검찰은 ‘검사사칭’ 사건과 관련 이 대표가 재판 위증교사를 했다는 녹취록까지 영장에 적시했다. 이게 사실이면 법원을 기만하려 한 결정적 증거가 될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우려도 있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지금까지 이 대표와 관련한 사람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례만 5건”이라며 “회유·압박 여부는 알 수 없다 하더라도 주요 범죄혐의자의 관련자들이 5명씩이나 극단적 선택을 함으로써 결정적 증거가 사라졌을 가능성은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3월 성남 FC 후원금 의혹과 관련된 경기도지사 전 비서실장 전 모씨 △지난해 7월 이 대표 아내 김혜경 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한 배모 씨의 지인 △같은 해 1월 변호사비 대납의혹을 제보한 시민단체 대표 △2021년 12월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 △김문기 전 개발사업1처장이 각각 극단적 선택을 했다.

 

‘도주’도 크게 보면 증거인멸의 하나이다. 관련자들에 대한 회유·협박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가장 결정적 증거인 피고인이 아예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이 사건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누군가가 또다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 사법부의 돌이킬 수 없는 오점이자 모두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이라고 해서 무조건 구속 수사를 당연시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검찰의 궁극적 존재 이유가 우리 사회의 정의와 인권 수호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한 검찰은 자격이 없다. 검사라는 직업을 떠나 뒤틀리고 비뚤어진 인간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는 오히려 검찰이 더 신경 쓰는 부분이다. 다만 상당한 의심이 갈만한 범죄혐의자를 상대하다 보면 이 개념을 법원보다 넓은 의미에서 다룰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인신을 구속·기소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증거가 뒷받침 돼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세상이 급변하니 ‘사상 초유’란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좋은 일들이면 몰라도 안 좋은 일로 이 단어를 자주 접하면 국민이 피곤하다. 자라나는 아이들 교육에도 좋지 않다. 국민이 법원 판단까지 예단하고 걱정 안 해도 되는 나라에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