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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초대 통계청장, 靑의 불법적 통계 자료 요구 거부하다 경질

후임 강신욱 청장, “좋은 통계로 보답하겠다”
당시 통계청 일부 간부들, 황 청장 몰래 ‘조작 통계’ 靑에 따로 보고
윤재옥, "상상하기도 힘든 국기문란 행위로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사안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초대 통계청장인 황수경 전 청장이 당시 청와대의 불법적인 통계 자료 제공 요구를 지속적으로 거부하자 청와대가 통계청 직원들과 따로 연락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황 전 청장은 2018년 8월 취임 13개월 만에 문 전 대통령에 의해 전격 경질됐다. 후임으로 임명된 강신욱 청장은 “장관님들의 정책에 좋은 통계를 만드는 것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고 이후 가계동향 표본집단과 조사 방식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 작업 등 통계를 직접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검찰에 수사 요청됐다.

 

20일 감사원 등에 의하면 홍장표 당시 경제수석을 비롯한 문 정부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은 임기 초인 2017년부터 통계청에 소득·고용 관련 통계를 비롯한 각종 통계의 기초 자료를 보낼 것을 요구했다. 통계 조사 대상 각각의 개인 정보 등이 담긴 원자료를 달라는 것으로, 일정한 형식과 절차를 무시한, 비합법적 조치였다.

 

황 전 청장은 청와대의 이런 요구를 모두 거부하며 직원들에게도 “청와대에 통계법을 위반해서 자료를 주지 마라”고 반복해서 지시했다. 통계청 직원들도 청와대 경제수석실 등이 무리한 요구를 할 때마다 ‘해당 자료 제공은 통계법에 저촉돼 불가하다’고 설명하는 문서를 보냈다.

 

이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018년 4월 황 전 청장을 직접 만나 ‘다른 기관들은 (작성 중인) 통계 자료 사전 제공을 잘하는데, 왜 통계청만 잘하지 않느냐’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당시는 청와대가 한국부동산원에서 작성 중인 아파트 가격 상승률 통계를 미리 받아보고 부동산원을 압박해 상승률 통계를 조작하고 있을 때였다.

 

결국 황 전 청장은 2018년 8월 갑작스럽게 경질됐다. 그는 이임식에서 “통계청의 독립성, 전문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눈물을 흘리며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내가 그리 말을 잘 듣는 편은 아니었다” 등 의미심장한 말을 남겨 주목받았다. 이임식 직후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경질 사유는) 모른다. 그건 인사권자의 생각이다”라며 “어쨌든 제가 그렇게 (청와대의)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고 했다.

 

하지만 통계청 일부 직원은 황 전 청장 재직 중에 이미 청장 몰래 통계를 조작해 청와대에 별도로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간부는 2017년 문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로 따로 불려가 ‘소득 통계가 좋게 나와야 한다’는 취지의 압력을 받아 통계를 왜곡시켰다.

 

실제로 정부 출범 후 첫 분기였던 2017년 2분기에 대한 통계청의 ‘가계 소득 동향’ 조사에서는 2010년 이후 처음으로 가계 소득이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자 일부 통계청 직원은 가중치 기준을 바꿔 가구 소득이 오히려 증가한 것처럼 나오도록 했다.

 

통계 계산 방식을 무단으로 바꾸는 것은 불법이다. 때문에 통계청 직원들은 2017년 8월 황 전 청장에게는 기존의 방식으로 계산된 통계 수치를 공표하겠다는 문서를 올려 결재받고도 대외적으로는 조작한 통계 수치를 공표했다.

 

당연히 청와대에도 조작된 값이 보고됐다. 통계청 직원들은 감사원 조사에서 “황 전 청장이 외부(한국개발연구원) 출신이라, 새로운 방식으로 계산한 것을 보고하면 통계 신뢰성을 의심할 것 같아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 직원들이 무단으로 변경한 계산 방식은 이듬해 5월 조사에서 문제가 됐다. 이 계산 방식은 가구 소득은 커 보이게 하지만 소득 분배는 악화된 것으로 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통계청 직원들은 가중치 계산 방식을 원래대로 되돌려 만든 통계를 올려 황 전 청장에 보고했다. 황 전 청장은 계산 방법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전혀 보고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 통계를 해설하는 보도 자료는 그 문구도 아예 청와대의 직접 지시를 받아 고쳐진 뒤 황 전 청장에게는 알리지도 않은 채 배포됐다.

 

황 전 청장은 통계청 직원들이 자기를 속였다는 것을 감사원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황 전 청장이 통계 조작을 알지 못했다고 보고, 그를 수사 요청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같은 소득 관련 ‘통계 조작’ 의혹에 대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상상하기도 힘든 국기문란 행위로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사안이 아니다"며 "민주당의 적극적인 협력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소득주도성장이라 썼지만 ‘통계주도성장’이라 읽힌다”며 “통계를 조작하고 은닉을 지시하였다면, 문재인 정부 5년은 한편의 ‘대국민 사기극’이었을 뿐이다”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통계는 국가 정책 수립의 출발점”이라며 “통계 조작은 정책 실패와 국민 피해를 야기하는 범죄행위다. 불법이 있다면 전모를 파헤쳐 엄중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통계 조작은 없었다는 점이 분명하다”며 “(문재인 정부의) 모든 통치행위를 검찰 수사, 감사원 감사로 몰아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 최고위원은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오로지 문재인 정부 모욕주기를 통해 인기를 얻어보고자 하는 게 아니냐”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