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80년대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타락한 민주화 운동을 반성·비판하고 명예 회복을 위해 모임을 결성했다.
이같은 데 뜻을 함께한 인사들이 주축이 된 민주화운동 동지회(동지회)는 15일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앞에서 결성식을 열고 출범했다. 이들은 이날 ‘초심으로 돌아가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우리가 만든 쓰레기는 우리가 치우겠다. 대한민국의 미래 세대가 새 잔치를 벌일 수 있도록, 우리가 벌였던 잔치판은 우리가 설거지하자!”고 선언했다.
이들은 과거 엄혹한 군사독재 시절 민주화운동을 위해 앞장섰으나 오늘날 위선과 일탈로 추락한 ‘586 운동권’을 비판하고 반성하자는 인사들이 주축이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됐던 주대환(현 조봉암기념사업회 부회장)씨와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이었던 민경우(현 대안연대 대표)씨, 1985년 미국 문화원 점거 농성을 주도했던 서울대 삼민투 위원장 함운경(현 네모선장 대표)씨 등이 앞에 나섰다.
인명진 목사와 민미협·민예총 출신 최범 디자인 평론가 등도 참여했다. 한 달 전부터 발족을 준비한 이들은 이날 현재 588명이 뜻을 같이했다. 운동권 경력이 없는 50대 여성이나 민주화 운동을 근현대사 교과서에서나 본 20대 대학생, 30대 직장인 등도 동참했다.
동지회는 “우리는 게으르게도 50년 전에 만들어진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계관, 역사관을 아직도 고집하고 있지 않았던가”라고 반성했다. 이어 “지난 정권의 무능과 일탈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민주화운동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자를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로 내세워 다음 세대를 속이려 했던 최근의 행동은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동지회는 또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까지 타락하게 한 것인가. 조국과 윤미향을 비난한다고 우리의 나태와 위선이 용서받을 수 있겠나”라며 “우리가 만든 쓰레기는 우리가 치우자”고 다짐했다. 이들은 “우리들이 젊은 시절 벌인 잔치판의 ‘설거지’는 최소한의 의무”라며 “해방전후사의 인식이 남긴 반(反)대한민국적이며 일면적인 역사 인식부터 치우자”고 역설했다.
1980년대 두 차례 투옥됐고 어머니마저 두 차례 옥살이를 한 고교 국어 교사 이기정씨는 “운동권 사람들 다수가 ‘조국 사태’를 강력 비호하며 그 어처구니없는 일에 민주화 운동의 명예를 마구 팔아먹고 있는 모습에 경악했다”면서 “사람들이 민주화 운동 참여자들을 입시 비리나 옹호하는 한심한 위선자로 생각할까 두렵다. 초심을 잃어버린 운동권 세력 때문에 저는 평생의 자부심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작가 오진영씨는 “스물일곱 아들을 위해 나왔다”며 “언젠가 자기 이름을 내건 이발소를 차리고 싶다는 아들의 꿈이 이루어지려면 대한민국이 앞으로도 잘 살아야 하는데 운동권 세력은 국민 앞날엔 관심 없고 나라를 혼란에 빠뜨려 다시 집권하는 방법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광주광역시 출신 의사 박은식씨는 “민주당이 옳다고 생각했지만, 현재 민주당 내 운동권 세력은 이 나라를 망치는 사람들이라고 깨닫게 됐다”면서 “찐으로(진실로) 운동권이셨던 분들이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설거지’를 자청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20대 김건(신전대협 공동의장)·이황헌(국민의힘 대전시당 대변인)씨 등은 “후배들이 성심껏 도울 테니 선배들께서 종북 세력과 결별하는 기회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형기 경북대 명예교수는 “주사파가 멋대로 민주화 운동의 상징 자산을 독점해버린 현실을 바꿔야 한다”면서 “대한민국 역사에 새순을 틔우기 위해 힘을 모으자”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