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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김구 선생은 공산주의에 강하게 반대한 분...이승만과 같은 편”

8.15 광복절 기념 오찬서 언급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에 대해서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위한 건국 운동‘ 입장

 

윤석열 대통령은 9일 “김구 선생은 공산주의에 가장 강하게 반대하신 분이고 이승만 전 대통령과 같은 편인데 왜 후세 사람들이 나누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독립유공자 및 유족 158명과 함께 한 8·15 광복절 기념 오찬에서 참석자들이 ‘김구·이승만’의 관계를 언급하자 이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이종찬 광복회장 등 행사 참석자에 따르면 오찬 헤드 테이블에서 여러 이야기가 오가던 중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에 대한 얘기가 언급되면서 시작됐다.

 

이 자리에서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 추진위원장’을 맡은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님이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잘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윤 대통령이 옆에 앉은 이 광복회장에게 “김황식 총리님이 하시는 일에 대해서 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에 이 광복회장은 “팔 걷어붙이고 돕겠다. 단순히 설립뿐만 아니라 운영까지도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1일 ‘대한민국 정체성 선포식’ 인사말에서 “이승만 기념관을 건립하는 것을 기화로 또다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신격화하려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발언을 놓고 "기념관 건립에 부정적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었으나 이 회장이 이를 직접 부인하는 태도를 보였었다.

 

이어 김구 선생 손녀 김미 김구재단 이사장이 “지금 보면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구 선생을 두고 갈라져 싸우는 분위기 같다”며 “대한민국은 하나이고,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구 선생이 힘을 합쳤었는데 후세 일부가 이간질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이 웃으면서 “김구 선생은 공산주의에 가장 강하게 반대를 하신 분이다. 어떻게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적(敵)이 될 수가 있었겠느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오찬사에서 “우리의 독립운동은 단순히 일제로부터 빼앗긴 주권을 찾는 것만이 아니었다. 왕정국가로 되돌아가려는 것도 아니었고, 공산 전체주의 국가가 되려는 것은 더욱 아니었다”며 “국민이 주인인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한민국 정부수립(1948년 8월 15일)일을 건국일로 봐야 할 것인지, 임시정부 수립 1919년을 건국 시점으로 봐야 할 지 대해 의견이 대립해 온 게 사실이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은 이날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위한 건국 운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이에 대한 타협점을 찾으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건국절 논란의 이면에는 국부 논쟁도 있다. 건국을 1919년으로 볼 경우 임시정부 수립에 크게 기여한 김구 선생은 물론 박은식, 박헌영 등의 좌익 성향 인사를 포함한 임시정부 요인들이 국부 칭호를 얻게 된다. 반면 건국이 1948년이라면 제헌국회에서 국회의장을 역임한 뒤 대한민국 정부 초대 대통령에 오른 이승만 전 대통령이 국부가 된다.

 

윤 대통령 측근 인사들에 의하면 윤 대통령은 ‘1919년 건국론’이나 ‘1948년 건국론’ 등 어느 한쪽의 단정적인 건국론을 따르기보다는 ‘건국은 ‘하나의 과정’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찬을 시작하기 전 김건희 여사는 생존 애국지사인 김영관 지사의 건강을 기원하며 무궁화 자수가 놓인 한산모시 적삼을 선물했다. 김 여사는 오찬에 참석하지 못한 국내 거주 애국지사 6명(오희옥, 강태선, 이일남, 권중혁, 지익표, 이석규)에 고급 모시이불을 별도로 전달했다.

 

식사는 독립운동과 관련 있는 메뉴로 제공했다. 백범 김구 선생과 안중근 의사의 고향인 황해도의 해산물로 만든 해물냉채, 독립운동가들의 주 식재료로 사용되었던 감자로 만든 감자전과 여성 독립운동가 지복영 선생이 즐겨 드셨던 총유병 등 모듬전, 독립운동에 헌신한 권기일 선생이 처분한 종가집의 종가 음식 소고기 떡갈비와 전복, 백산 안희제 선생이 상하지 않도록 망개나무 잎에 싸서 동지들에게 나눠줬던 망개떡과 선생의 고향인 의령 특산물로 만든 수박화채가 마련됐다.

 

이날 오찬에는 특별 초청 대상자 10명이 참석했다. 독립유공자 후손 지원을 위한 '2023 잘될거야 대한민국 815런'을 개최한 가수 션과 윤동주 시인의 육촌동생이자 한국해비타트 이사장으로 독립유공자 후손 주거개선 사업을 추진하는 윤형주 씨, 윤주경 국회의원(윤봉길 의사의 손녀), 김미 김구재단 이사장(김구 선생의 손녀), 김을동 백야김좌진장군기념사업회 고문(김좌진 장군의 손녀), 지난 3·1절 기념식에서 대통령과 동반 입장하고 만세삼창을 했던 장예진 양(장진홍 의사의 고손), 독립유공자 공훈선양에 앞장서고 있는 김황식 안중근의사숭모회 이사장과 이택선 명지대 국제한국학연구소 연구교수, 독립유공자 후손으로 공헌활동과 선양활동에 기여하고 있는 송상현 서울대 명예교수(송진우 선생의 손자) 등이 초청됐다.

 

오늘 초청된 독립유공자 및 유족은 국군 의장대와 군악대가 최고의 의전으로 맞았다. 오찬 중에는 역사어린이합창단의 태극기, 아름다운 세상 등의 노래 공연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