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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가 막았다?” 日원전드라마, 까보니 ‘사고 수습 사투 영웅담’

서영교, “김건희 여사가 넷플릭스 관계자들 만날 그날 생각난다”며 외압설 제기
안귀령 민주당 상근부대변인, “매우 수상하다” 거들어
타국보다 늦은 방영은 映等委의 까다로운 日비디오물 심의절차 때문으로 밝혀져

더불어민주당에서 김건희 여사 외압설을 제기했던 일본 드라마 ‘더 데이스’ 공개 결과 외압설은 가짜뉴스였고 오히려 일본의 원전 사고 극복과정을 전체적으로 미화한 것이 아니냐는 논쟁이 일고 있다.

 

‘더 데이스’는 2011년 해저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그 극복과정을 다룬 일본 드라마로 넷플릭스를 통해 지난 20일 우리나라에 공개됐다. 지난달 1일 세계 76개국에 공개됐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방영이 50일 늦어진 것이다.

 

지난달 이처럼 국내 방영이 늦어지자 ‘김건희 여사가 후쿠시마 오염수 공포 확산을 우려해 드라마 공개를 막았다’는 취지의 가짜뉴스가 SNS와 일부 야당 정치인들을 통해 퍼졌었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공개되자 24일 현재 국내 영화·드라마 평점 커뮤니티엔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당화를 호소하는 신파”, “방사능 유출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식의 포장” 등 일본 도쿄전력 직원들의 대응 노력이 영웅담처럼 부각 돼 오히려 불편할 정도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 드라마의 국내 방영이 늦어진 이유는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가 일본 비디오물에만 까다로운 ‘심의’ 절차를 요구해 방영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1998~2004년 시행된 일본 대중문화 개방 정책에 따라, 일본 콘텐츠는 ‘영화 개봉’이나 ‘TV 방영’이라는 두 과정을 거쳐야 만 유통이 가능하다. 현재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공개된 모든 일본 콘텐츠 역시 둘 중 하나의 경로를 거쳤다. 두 경로 이외의 일본 비디오물은 영등위 등급 분류 대상에서도 제외돼 합법적 공개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정부 외압설을 제기했다. 서 의원은 지난달 9일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76국에서 넷플릭스 상위 10위에 오른 ‘더 데이스’가 무슨 일인지 우리나라 넷플릭스에서 검색되지 않는다”며 “김건희 여사가 넷플릭스 관계자들을 만난 그날이 생각난다. 왜 넷플릭스에 이 드라마가 올라오지 않는지에 대해 우리는 한 번 더 짚어봐야 한다. 권력은 이렇게 함부로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당 안귀령 상근부대변인도 “넷플릭스의 ‘더 데이스’ 한국 비공개는 매우 수상하다”고 거들었다.

 

해당 드라마 방영권을 가진 넷플릭스 측은 지난달 “이달부터 OTT 자체 등급 서비스가 실시되며 생긴 과도기적 문제”라며 “이른 시일 내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힌바 있다. 채윤희 영등위원장을 포함한 영등위 심의위원 9명은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21년 3월 임명됐다. 영등위 측은 “일본 콘텐츠 관련 정책은 음란물 유통 등을 막기 위해 실시돼 왔다”며 “OTT 자체 심의에 따라 관련 정책을 바꿀 수 있는지는 추후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드라마는 2011년 3월 11일 최대 진도 7의 지진 발생 후 최대 높이 15m의 쓰나미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를 순식간에 덮친 순간부터 시작된다. ‘하얀거탑’ ‘맨발의 겐’ 등 비교적 무거운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드라마를 만든 마스모토 준 등이 제작자로 참여했고, 올해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일본의 국민 배우 야쿠쇼 고지가 주연을 맡았다. 제작진은 “당시 후쿠시마 제1원전 소장 요시다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요시다 조서’, 도쿄전력이 정리한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 보고서’, 가도타 류쇼가 쓴 ‘죽음의 문턱을 본 남자’를 기반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드라마는 원전 폭발 가능성이 있는 최악의 상황에서,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인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직원들의 이야기를 차분하고 진정성 있게 전한다. 당시 발전소 내 모든 전력의 정전과 여진, 쓰나미의 공포 속에서도 도쿄전력과 협력기업의 직원 800여 명은 ‘멜트다운’을 막기 위해 원전 내부 밸브를 수동으로 여는 등 전력을 다해 사태를 수습한다.

 

이들마저도 철수한 뒤 마지막까지 발전소 내에 잔류한 ‘50인의 결사대’는 목숨을 걸고 더 큰 폭발을 막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는다. 은퇴를 앞둔 원전 기술자가 “우리 가족 역시 후쿠시마에 살고 있다”며 다시 현장으로 자원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실제 사고 당시 뉴욕타임스가 “일본을 대참사로부터 지키고 있는 영웅”이라고 소개한 그대로이다.

 

영웅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사고 수습 과정서 벌어졌던 부실한 대처와 늑장 보고 등 혼란상도 그대로 보여준다. 실제 사건 초기 원전 관련 기관 책임자에게 간 나오토 당시 총리가 “당신이 전문가 맞느냐”고 다그치자 “도쿄대 경제학부를 졸업했다”고 답하는 장면, 민간 기업인 도쿄전력에만 사고 원인 파악과 수습을 맡겼다가 5일 만에야 꾸린 통합대책본부, 폭발 영상이 TV에서 나오고 있는데도 “원자력은 문제 없다”고 했던 도쿄전력의 무책임한 답변 등의 장면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