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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양평 대안노선은 문 정부 용역업체가 첫 제안...前양평군수 아내, 예타통과 직전 땅 매입

“문 정부 선정 두 민간업체가 대안노선 처음 제안”...“‘윤 정부가 지시' 주장은 사실과 달라“
정동균 전 양평군수 아내가 예타 통과 직전에 종점 인근 땅 매입
이해찬 민주당 대표 시절 이 대표 집과 가까운 연기 나들목 짓기로 설계 변경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문원역 신설안‘도 다시 도마에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을 제기하자마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업백지화’를 선언했고 이어 주민 반발과 더불어민주당 쪽 특혜 의혹들이 터져 나오면서 일종의 진실게임처럼 되고 있다. 이 사이 애꿎은 주민들만 피해를 보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11일 정치권과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양평 고속도로 대안 노선은 민주당 주장처럼 윤석열 정부가 지시한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맡긴 민간 용역업체가 처음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민주당 소속 정동균 전 양평군수 현직 시절 그의 아내가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직전에 종점 인근 땅을 매입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먼저 대안 노선(강상면 종점)과 관련해서는 문 정부가 선정한 두 민간업체가 두 달간 타당성 조사를 벌여 경제성과 환경성, 주민 수용성 등을 이유로 기존 예비타당성조사 통과안(양서면 종점)을 대안 노선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국토교통부에 보고했다.

 

국회 국토위 간사인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에 의하면 국토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2년 1월 6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타당성 조사’를 추진하며, 2021년 4월 예타를 통과한 원안을 비롯해 복수의 대안 노선 검토를 시작했다. 타당성 조사는 예타 이후 최적의 노선을 구체적으로 선정하기 위한 필수 절차다.

 

국토부는 같은 달 타당성 조사 용역 입찰 공고를 냈고, 그해 3월 설계 전문 업체인 동해기술공사, 경동엔지니어링에 공동 용역을 맡겼다. 두 업체는 약 두 달간 검토 끝에 작년 5월 19일 사업 타당성 등을 이유로 현재 논란이 되는 노선을 대안으로 국토부에 보고했다.

 

이즈음 새 정부가 출범했고, 국토부 보고는 윤 정부 초대 국토부 장관인 원희룡 장관 취임 사흘 뒤 이뤄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주당 주장대로라면 원 장관이 취임 사흘 만에 문 정부서 선정된 업체들에 압력을 행사해 노선을 변경했다는 건데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업체들은 “정치적 고려 같은 것은 모르고 우리는 기술자 시각으로 판단했다. 외압 같은 건 받은 적도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그간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인 작년 7월 김건희 여사 토지 쪽으로 종점이 변경된 대안 노선이 처음 등장했다고 주장해 왔다.

 

용역 업체들은 대안 노선으로의 ‘종점부 노선대 변경 검토’를 국토부에 요청하면서 남한강을 두 번 건너는 원안의 문제점으로 ‘특별보호구역 통과 시 강화된 오염수 배출 규제 기준’ ‘방음 시설 등 조류 보호 대책 필요’ ‘지역 주민 민원 및 공사비 고가 계획’ 등을 지적했다. 동시에 남한강을 한 번 건너는 대안 노선 검토 필요성으로 ‘상수원 특별보호구역 최소 통과 대안 노선’ ‘환경 훼손 최소화’ ‘접근성 향상을 위한 추가 나들목 설치’ 등을 제시했다.

 

이 안은 예타 통과 원안에 양평군 내 고속도로 진·출입이 가능한 나들목(IC)이 없자 민주당 소속 양평군수와 지역위원장 등이 “강하IC를 강하면에 설치해 달라”고 주장한 지역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원안은 강하면을 통과하지 않는다. 민주당 요구대로 강하IC를 설치하려면 대안 노선으로 종점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민간 업체 용역 결과를 국토부는 검토해 왔다. 대안 노선은 특히 5~6년 전부터 이미 지역에서 공공연하게 거론돼 왔다.

한편 조선일보가 대법원 등기부등본을 근거로 10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정동균 전 양평군수의 아내 박모씨는 2020년 12월 8일 총 3억4570만원을 들여 경기 양평군 옥천면 아신리의 토지 3필지 총 853㎡(258평)를 구매했다. 정 전 군수는 현직이었고 땅은 그들 부부가 사는 집 앞 공터 부지였다.

 

정 전 군수 부부는 2000년 이곳에 488㎡(148평) 토지를 구매했고, 이듬해 2동짜리 연면적 161㎡(49평) 단층주택을 완공해 직접 거주하고 있다. 20년 동안 살던 집 앞의 공터를 갑자기 억대 자금을 투입해 한꺼번에 사들인 것이다.

 

정 전 군수는 땅 매입 넉달 뒤인 2021년 4월, 서울~양평 고속도로 원안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는 사실을 양평군수 자격으로 직접 발표했다. 이 원안은 양서면에 고속도로 종점인 양평JCT(분기점)를 설치하는 것으로 양평JCT는 정 전 군수가 새로 산 땅에서 3㎞ 거리에 있다. 이 땅 외에도 정 전 군수와 일가 친척들은 옥천면에 약 1만㎡(약 3000평) 가까운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 원안을 대안으로 바꾸는 작업이 추진되자 정 전 군수는 지난 9일 언론 인터뷰에서 “재임 중 예타 통과를 위해 집중했고, 수정안이나 (김건희 여사 일가가 소유한 땅 인근인) 강상면 일원으로 나들목(IC)이 나가는 안에 대해서는 논의 자체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군수는 20년간 보유한 집 앞의 공터를 예타 통과 직전에 갑자기 사들인 이유에 대해 “우리 집 진입로가 공도(公道)가 아닌 사유지인데, 그곳에 살던 할머니가 ‘여기 진입로 쪽 땅 안 사 놓으면 다음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땅을 사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투기성이 짙다. 원안은 사실상 ‘정동균 로드’인 셈”이라고 주장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날 세종시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거짓선동에 의한 정치공세는 확실히 차단한다는 차원에서 비상한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쏘아 올린 ‘종점 변경 특혜’ 의혹에 민주당 의원들이 무차별 정치공세에 올인했다”며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특혜 당사자는 민주당 소속 정동균 전 양평군수였다. 민주당이 ‘내로남불’의 늪에 빠져 허우적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근에는 김부겸 전 총리의 땅도 있다. 김 전 총리는 2021년 5월 양평군 강하면에 전원주택 부지 용도로 땅을 매입했고 같은 달 총리에 취임했다. 이 시기는 당초 강하면을 지나지 않는 것으로 돼 있던 고속도로 노선이 바뀌어 강하면을 지나면서 여기에 나들목(IC)까지 설치하는 쪽으로 변경 추진되던 때이다.

 

김 전 총리는 ‘상상하지 말고 팩트를 갖고 말하라“며 황당해 하는 반응이다. 현재 확인되고 있는 팩트는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노선‘이 더 많은 양평 군민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주말의 만성적 교통체증 해소와 더 큰 교통분담 효과가 있으며 환경 훼손도 덜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이번 사태 초기부터 “단군 이래 최악의 이권 카르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에서도 맞불 대응에 나섰다. 이른바 ’이해찬 나들목‘, ’김수현 역‘ 등이 그것이다.

 

’이해찬 나들목‘은 서울~세종고속도로 노선 중 타당성 조사(2009년)에는 없던 ‘연기 나들목(IC)’ 신설이 2019년 결정된 것으로 2021년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진 사안이다. 2019년 당시는 이 전 대표가 민주당 대표로 당정을 주도하던 시기였다.

 

당시 연기 나들목은 이 전 대표가 보유한 전동면 미곡리 소재 토지·주택과 승용차로 단 5분(5㎞) 거리인 세종시 전동면 석곡리에 짓기로 결정됐다. 그러자 당시 자유한국당은 한국도로공사가 연기 나들목을 짓기로 설계를 바꾸면서 타당성 조사에서 책정된 공사비보다 4000억원이 증액된 점을 따졌다.

 

또 이 전 대표가 보유한 토지 653㎡와 2층 단독주택은 접근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돼 2~4배가량 시가가 올랐다는 주장도 제기됐었다. 당시 논란에 대해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10일 “이 전 대표는 예정에 없던 나들목을 세종시 자기 집 주변에 설치한 의혹이 있다”며 “‘양치기 민주당’의 말을 믿어 줄 사람은 없다”고도 지적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산 밑 농지를 2012년 구매해 용도변경을 거쳐 집을 지은 것”이라며 “정치일생을 마무리하기 위해 거주용으로 지은 집이어서 투기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연기 나들목이 포함된 세종~안성 구간 고속도로는 현재 건설중이며 2025년 완공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 부동산 정책 입안의 주역인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문원역 신설안’도 여권이 주목하는 대목이다. 2019년 김 전 실장이 청와대 재직시절 ‘도시철도 위례~과천선’을 연장하는 안을 구상하면서 자신이 보유한 경기 과천시 별양동 과천주공6단지 바로 앞에 문원역을 신설하는 안을 추진했다는 의혹이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과천주공6단지를 ‘김수현네 집’으로, 문원역을 ‘김수현네 역’으로 표기한 게시물이 올라오며 논란이 일었다. 이후 이 안은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철회됐지만 “스스로 특혜를 주려는 시도”라는 여권 등의 비난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도로 인프라 계획을 특정인 소유 땅 위치와 연계시키면 대한민국 어디에도 길을 낼 수가 없을 것”이라며 “이 문제는 그런 음모론이나 가짜뉴스를 이용한 정치적 정쟁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교통상황과 주민들의 실제 삶의 질 향상 등의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