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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바페의 이강인 두둔 영상은 AI로 조작한 가짜뉴스...1100만명 속았다

음바페의 2021년 ‘유로 2020’ 기자회견 영상을 TTS(AI음성합성기술) 조작
"음바페가 우리 형이다“, ”사이다 발언“...순식간에 찬양 댓글 넘쳐
갈수록 지능·교묘화, 폐해 심각...신기술 악용 막을 제재·처벌 장치 마련 시급

 

지난달 15일 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 선수 음바페의 기자회견 영상이

AI(인공지능)기술로 조작한 가짜뉴스로 밝혀져 씁쓸한 충격을 주고 있다. 6일 현재까지 조회수 1100만명을 넘었고 아직도 일부 온라인상에 유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상은 일본 기자가 PSG 이적설이 있는 이강인(22·마요르카) 선수를 평가절하하는 질문을 하자 음바페가 반박하는 내용으로, 반일(反日) 선전·선동적 코드와 결합해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으나 사실은 음바페의 다른 기자회견 장면을 조작한 것이었다.

 

문제의 가짜뉴스는 지난달 15일 구독자 2만여 명의 한 유튜브 해외 토픽 채널에 ‘이강인 무시하는 일본 기자 질문에 불쾌하다는 음바페’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일본 기자라는 누군가의 질문 목소리가 나오면서 음바페가 답변하고, 화면 아래쪽에 자막이 깔렸다. 질문은 “이강인이라는 한국 선수가 (PSG.파리생제르맹에) 온다고 들었다. 당신은 이것이 단순한 마케팅을 위한 영입이라고 생각하는가. 다른 일본 선수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였다.

 

그러자 음바페는 입을 삐죽이고 약간 불쾌한 기색을 보이며 답변한다. 영상 자막에는 “(이강인을) 신뢰하고 있다. 재능을 가졌기에 여기에 올 수 있는 것이다. 질문의 의도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으로 온다는 것은 준비가 됐다는 것이고 팀원으로서 그를 신뢰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그러면서 “당신 나라(일본)의 선수들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는 자막도 나온다. 마치 음바페가 이강인은 알고 인정하지만 일본 선수들을 무시하는 듯한 뉘앙스이다.

 

가짜에 낚인 국내 네티즌은 칭찬 댓글을 달며 열렬히 호응했다. “음바페 내가 지킨다” “, ”오늘부터 음바페가 우리 형이다“, ”사이다 발언“, ”거지 같은 질문에 주옥 같은 답변“등의 찬사가 이어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2021년 ‘유로 2020’ 기자회견에서 음바페가 답변한 인터뷰 영상이다. 이 영상에 ‘TTS’(Text To Speech·문장을 음성으로 바꿔주는 AI 음성합성기술)를 이용해 일본 기자의 음성을 만들어 낸 뒤 이를 짜깁기 한 것이다. 음바페는 영상에서 전혀 다른 얘기를 하고 있었지만, 게시자가 제멋대로 자막을 갖다 붙인 것이다.

 

이처럼 AI를 이용한 조작·가짜뉴스가 갈수록 지능적이고 교묘해지고 그 폐해 역시 커지고 있다. 아르헨티나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의 과거 인터뷰 영상을 이용해 "이강인을 후계자로 지목했다"는 내용의 가짜 영상도 올라온 적이 있다. 이 영상에도 엉뚱한 제목과 자막이 달렸었다. 지난 4월 또 다른 유튜브 채널의 ‘한국 비하 중국 유학생 참교육’이라는 제목의 영상 역시 인공지능을 이용한 가짜였다.

 

전문가들은 ”TTS처런 갈수록 성능이 향상되는 AI 툴을 누구나 이용이 가능해지면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조작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그 피해와 파장도 크지만 이를 규제하거나 제지할 방법은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이라고 우려한다. 예컨대 한 국가의 최고 통치권자의 전쟁 선포나, 긴급 재난 대피 담화 같은 조작 영상이 SNS 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퍼져나간다면 그 피해와 심각성은 막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기술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AI 같은 신기술을 악용하는 행위를 규제·처벌하는 장치를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아울러 일반 네티즌이나 시청자들도 수많은 뉴스나 뉴스의 탈을 쓴 가짜뉴스, 가짜영상들을 접했을 때 무엇보다 먼저 그 출처나 시기, 주체, 배경 같은 기본적 요소들을 침착하고 꼼꼼하게 따져보는 습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