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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신문읽기,이생각 저생각]'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은 '광우병 괴담'과 닮은 꼴?(조선)

조선일보, 이틀 연속 '광우병' '천안함 좌초' 괴담 당시 상황 조명하며 '후쿠시마 괴담'의 정체 따져
함운경 씨 "정권을 공격하기 위해 반일 감정 이용하는 것"(조선)
"오염수 방류 연기 등 야당의 7개 요구사항 검토해보라"고 제언(한겨레)

조선일보가 이틀연속 ‘광우병’ ‘사드 전자파’ ‘천안함 좌초’ 등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괴담과 관련해 사회 경제적 비용의 손실과 전문가들이 겪은 고초를 전하면서 민주당 발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의 현주소를 묻고 있다.

 

현재 한국 사회를 혼돈에 빠트리고 있는 후쿠시마 오염수 가짜뉴스가 생산 유포자나 확산 방식 등 이전 괴담과 ‘닮은 꼴’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조선일보는 A1면 <“광기의 시간, 팩트가 협박당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광우병과 천안함, 사드 전자파 등 한때 나라를 뒤덮은 ‘괴담’에 맞섰던 전문가들은 ‘힘들고 외로운 시간이었다’고 했다”며 “그러면서도 ‘괴담을 무력화하려면 과학자들이 끊임없이 팩트를 말해줘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기사는 괴담의 광기에 맞섰던 전문가들이 좌파 등으로부터 당했던 고초와 후일담을 전했다. 이들은 이 기사에서 “괴담을 퍼트린 세력들은 사과가 없다” “과학자와 전문가가 정확한 목소리를 내면 괴담은 결국 무력화될 것” “선동이 통하지 않고 과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등 당시와 현재를 대비하는 발언을 했다. 아래는 기사 요약이다.

 

2008년 당시 인수공통질병연구소장이었던 이영순 서울대 수의학과 명예교수는 ‘관변 교수’라며 제자들에게 손가락질받았다. 과학기술한림원 토론회에 나가 “미국 소고기 먹어도 광우병 걸릴 확률은 거의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를 비난한 제자 중엔 광우병 촛불 집회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우희종 서울대 교수도 있었다. 이 교수는 “광우병은 이제 국제사회에서 종식됐다고 모두 인정하는데 괴담 세력들은 사과가 없다”며 “오히려 광우병 괴담을 퍼뜨린 세력들이 지금 다시 후쿠시마 괴담을 퍼뜨리고 있다”고 했다.

 

신희섭 기초과학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미국인보다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광우병에 걸리기 쉽다’는 괴담을 반박했다가 비난을 받았다. 신 위원은 “괴담이 유포되는데 유전학 전공자로서 팩트를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난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고 했다. 신 위원은 광우병 괴담과 후쿠시마 괴담이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광우병 때는 과학자나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팩트보다 여론에 휩쓸렸지만 지금은 많은 과학자가 팩트를 말하고 있고 국민들도 이를 신뢰한다”며 “앞으로도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식의 괴담이 더 나오겠지만 과학자와 전문가가 정확한 목소리를 내면 괴담은 결국은 무력화될 것”이라고 했다.

 

양기화 지샘병원 병리과장은 광우병 사태 때 의사협회 연구위원으로 있으면서 광우병 관련 논문 100여 편과 서적 10여 권을 읽고 괴담의 허위성을 지적하는 글을 블로그에 여럿 올렸다. 광우병 세력의 ‘타깃’이 돼 블로그는 악성 댓글로 도배됐고 “길 가다 칼 맞을 수 있으니 가면 쓰고 다니라”는 문자메시지도 받았다.

 

광우병 광풍이 사회를 휩쓴 뒤 2년쯤 지나 양 과장은 방송국에서 ‘광우병 안전’ 측 패널로 토론회 출연 요청을 받았다. 양 과장은 출연하겠다고 했지만 토론회는 결국 무산됐다. 방송국에서는 양 과장에게 ‘광우병 위험’ 측 패널로 나올 만한 사람들이 전부 출연을 거절했다고 전했다. 괴담의 시효가 다했던 것이다. 양 과장은 이날 통화에서 “지금도 미국 소가 위험하다고 주장했던 학자들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같은 논문을 보고도 전혀 다른 말을 했다. 정치적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닌가 의심할 뿐”이라고 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뒤 민군 합동 조사단에 속했던 노인식 충남대 선박해양공학과 명예교수는 천안함이 어뢰에 폭침된 증거 중 하나가 ‘휘어진 프로펠러’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천안함 음모론자들이 ‘천안함 좌초’의 핵심 증거라고 주장했던 게 휘어진 프로펠러였는데, 과학적 연구를 통해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그러자 학교에 노 교수의 연구가 조작·날조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학교 측도 분위기에 휩쓸려 연구진실성위원회까지 열었다. 2019년엔 대표적 천안함 좌초론자인 신상철 씨가 노교수를 고발하기도 했다. 노 교수는 통화에서 “다 문제없는 것으로 끝났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대다수 국민이 천안함 폭침을 진실로 받아들인다. 학술적으로 뒷받침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천안함 침몰 직후 원인으로 ‘어뢰 폭발에 따른 버블 제트’를 제시했던 정정훈 한국기계연구원 국방기술연구개발센터장은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천안함 조사 결과가 조작이라고 하는 분들은 주워들은 건 많은데 이해는 못 하는 초등학생’이라고 했다가 험한 댓글이 쏟아졌었다”며 “과학의 문제가 어느 순간 자신이 믿는 게 무조건 옳다는 종교의 문제로 바뀌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전문가 의견이 실종됐고 해당 분야 전문가가 아닌데도 아무나 방송에 나와 전문가 행세를 했다. 지금도 그런 문제가 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사드 전자파가 사람을 튀겨 죽인다’는 괴담에 맞섰던 김윤명 전 단국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당시 한국전자파학회에선 사드 괴담에 ‘학회 차원의 대응은 어렵다’고 했다”며 “학회 토론회에서 어떤 교수는 ‘사드 전자파보다 차라리 북한 미사일을 맞겠다’고 하더라”고 했다.

 

김 전 교수는 당시 이철우 경북지사 등과 함께 사드 기지에서 4km 정도 떨어진 김천시 농소면의 한 주택을 매입했다. 사드 전자파는 인체에 큰 영향이 없다는 걸 직접 보여주기 위한 선택이었다. 김 전 교수는 “이제는 선동이 통하지 않고 과학과 상식이 통하는 성숙한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A3면 <삼민투 함운경 “운동권엔 주체사상보다 쓸모 있었던게 반일 감정”>이라는 제목으로 운동권이 정략적 목적으로 괴담을 생산한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함운경 씨는 “운동권들의 세계관에서 대한민국은 해방 후 친일파가 세운 나라이다. 늘 정권 공격 소재로 반일 감정을 써먹었는데, 후쿠시마 괴담도 이런 연장선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함 씨는 1985년 서울대 삼민투 위원장으로 미국 문화원 점거 농성을 주도했던 운동권 출신으로 전북 군산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다. 함 씨는 이날 국민의힘 공부 모임인 ‘국민공감’의 강연자로 나섰다.

 

함 씨는 28일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과 관련해 “이 싸움은 과학과 괴담의 싸움일 뿐만 아니라 사실은 반일 민족주의와의 싸움, 그리고 자유를 위한 동맹을 지키는 싸움이다. 나는 물러설 수 없다”고 말했다.

 

함 씨는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12년 전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지금 문제가 되는 건) 반일 감정을 이용하겠다는 사람이 있어서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이 단순히 현 정부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려는 걸 넘어 한·미·일 삼각 안보 체계를 흔드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함 씨는 “우리 운동권들이 전두환 정권과 싸우기 위해 레닌, 주체사상 등 다 들고 왔는데, 가장 쓸모 있는 건 반일 감정이었다”며 “반일·반미 선동이 이들의 기본 노선이고 한·미·일 자유 동맹을 깨는 게 목표다”라고 했다고 이 기사는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A3면 <국회 찾은 전국 어민들 “오염수 인질극 그만…살게만 해 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연안어업인중앙연합회 전국 지부 회장단은 28일 오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우리 바다와 수산물을 오염시키는 진짜 장본인은 이 사안을 정치에 활용하는 정치인과 언론, 가짜 전문가들”이라며 “원전 오염수 방류로 인한 최대 피해자인 어업인을 외면한 채 왜곡된 정보로 국민을 선동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연합회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한국 해양생태계 침투 가능성’을 주장한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오염수 방류 관련 발언을 한 이후 수산물 단가가 떨어지고 있다. 도와주는 게 아니라 훼방을 놓고 있다”고 했다고 이 기사는 전했다.

 

또 자신들을 일제 강점기 ‘밀정’에 비유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향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추 전 장관은 지난 21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해양 오염수와 관련해 위험하다고 한 서균렬 교수를 어민 단체 대표가 고발했다”며 “일제가 군대를 동원해서 우리를 지원한 게 아니다. 밀정을 통해서 우리끼리 감시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유선용 서해지역 회장은 “우리가 무슨 친일파냐”며 “우리는 정치와 무관하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광우병 시위 주도 인사 “팩트 논의한 적 없어” 한국 괴담의 본질>에서 당시 시위를 주도한 좌파 사회단체들의 목적은 국민 건강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 퇴진이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고 전했다.

 

이 사설은 광우병 당시 시위를 주도했던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는 “(운동본부에서) 광우병 팩트(사실)에 대해 회의를 한 적이 없다. 이명박 정권 퇴진에 어떻게 쓰일 수 있는가 하는 차원에서만 얘기가 오갔다. 국민 건강을 우려해 시위를 한 게 아니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사설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마치 금방이라도 ‘뇌송송 구멍탁’ 이 될 것처럼 선동했지만 정작 광우병의 과학적 측면에서는 한 번도 내부 논의한 적이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설은 또 “민주당이 퍼뜨리는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이 “광우병 괴담과 판박이”라고 했다“며 ”반(反)이명박을 위해 광우병 문제를 제기한 것처럼 이번에도 반(反)윤석열을 위해 일본을 꼬투리로 문제를 제기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사설은 “이들의 말대로 지금 민주당도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 문제에 대해 광우병 사태 때와 똑같이 움직이고 있다”며 ““방사능 테러” “핵폐수”와 같은 극단적 주장을 하며 국민을 겁박(劫迫)하는데 정작 과학적 근거 제시는 하나도 없다. 그러면서 ‘방류해도 한국에 영향이 없다’고 한 저명한 과학자를 당대표가 나서서 ‘돌팔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경향신문은 자사의 사업인 ‘경향포럼’ 관련 기사로 6~7개 지면을 채우면서 일 오염수 관련 기사를 비중있게 다루지 않았으며 한겨레는 사설 <‘일 오염수 방류 보류’ 등 야당 제안, 정부 적극 검토해야>로 민주당을 두둔하고 나섰다.

 

이 사설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임박한 가운데, 국민의힘 지도부는 ‘오염수 괴담’을 막겠다며 ‘횟집 먹방’을 계속하고 있고, 야당 의원들은 단식으로 맞서고 있다”며 “국민 85%가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데, 정부와 여당이 국민 불안을 ‘괴담’ ‘반일민족주의’로 몰아붙이는 것은 대단히 오만하고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민주당이 제안한 7가지 요구사항(6개월 방류 보류, 한일상설협의체 구축, 안전 처리 방안의 재정 비용 지원 등)은 대책 마련의 출발점으로 삼을 만한 유의미한 내용”이라며 “정부·여당은 야당 제안이라고 무조건 배척하지 말고, 적극 검토해 볼 것을 제안한다”고 권했다.

 

사설은 또 “정부 여당이 국민 불안과 야당 불만을 오히려 대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 보는 지혜를 기대해 볼 순 없겠는가”이라며 “민주당도 ‘방일투쟁단’ 조직 등 효과가 의심스럽거나 자칫 정치적 공세라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불명확한 주장보다는 합리적 제안의 현실화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