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 비외교적 협박성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조선) 국정을 농단한 (청나라) 위안스카이를 떠올린다는 사람들이 많다”며 “부적절한 처신에 국민이 불쾌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4일 대통령실 관계자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공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싱 대사의 태도를 보면 외교관으로서 상호 존중이나 우호 증진의 태도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언급했다. 이어 “(싱 대사의 언사가) 1880년대 20대 초반으로 국정을 농단한 위안스카이를 떠올리게 한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위안스카이가 23세 때인 1882년 임오군란 진압 명목으로 조선에 와서 1885년 조선 주재 교섭·통상 대표를 맡아 조선의 내정과 외교에 간섭한 일을 가리킨 것으로 이재명 대표와 싱하이밍 대사의 만남을 놓고 정치권과 세간에서 나온 얘기를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이례적으로 다시 화제에 올린 것이다.
윤 대통령은 또 “중국대사라 하니 2인자라도 되는 줄 알고 못 만나서 안달 난 부분이 있는데 예의 주시하고 경계해야 한다”면서 “(한·중 간) 정책에서도 ‘상호주의’에 위배되는 것이 있다면 철저하게 제도를 바꿔 나가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국 측이 이 문제를 숙고해 보고 적절한 답을 줘야 할 것”이라고 말해 싱 대사에 대한 단순한 경고를 넘어 대사 교체 등 강도 높은 조치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외교부는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적절한 조치’ 관련 질문에 “한국 측의 관련 입장 표명과 함께 일부 매체가 싱 대사 개인을 겨냥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심지어 인신공격성 보도를 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5명이 중국 외교부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 중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중국의 대(對) 한국 여야 갈라치기 전략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4일 민주당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태년, 홍익표, 고용진, 홍기원, 홍성국 의원과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등으로 구성된 국회 방중단이 지난 12일 베이징에 도착해 오는 16일까지 체류하며 중국 정부와 재계 인사를 만난다.
의원 5명은 지난해 9월 출범한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소속이다. 중국은 "양국 경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자"며 이들을 초청했다. 이 중 한 의원은 13일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된 후 중국 경제의 실상을 보기 위해 대책위 차원에서 오래전에 기획한 일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의 이 같은 행동들은 철저한 계산하에 이루어지는 것들로, 한국의 정부·여당은 배제한 채 거대 야당인 민주당과 교류를 통해 한미동맹 강화 저지 등을 관철시키려는 이른바 '통야봉여(通野封與·야당과 대화하고 여당은 상대하지 않는다) 전략'에 휘말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에 비유한 말이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민주당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공산당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지난 3월쯤 민주당 출신의 김진표 국회의장을 초청했으나 김 의장은 중국 방문을 연기한 상태이다. 당시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이 조율되던 시기로,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야당 정치인을 베이징으로 초대해 윤 정부를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민주당 대책위 의원들은 싱하이밍 사태와 이번 중국 방문의 연관성에 선을 그었다. 방중 의원들은 일정을 마칠 때까지 중국 방문 사실을 공개하지 않으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14일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중국 방문 계획을 보고 받고, 중국 진출 국내 기업들의 애로 사항 등 우리의 의견을 중국 정부에 적극적으로 알려 경색된 한중 관계로 우리 기업들이 경제적 피해를 입지 않도록 노력해 달라는 당부를 했다"고 공지했다.
한편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조정관은 1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싱 대사 사태와 관련, "분명히 (중국 정부에 의한) 일종의 압박 전략이 사용된 것처럼 보인다"면서 "한국은 독립적인 주권 국가이며 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미국의) 훌륭한 동맹이자 친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