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녀 특혜 채용 의혹 등으로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31일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을 면직 처리한 데 이어 조만간 이들 중 4명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수사 의뢰키로 했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이날 과천 중앙선관위 청사에서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의혹 특별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히고 “외부 인사 중심의 감사위원회를 도입하고 경력 채용을 폐지 또는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부와 정치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선관위는 송 사무차장 딸 사례처럼 공모 없이 채용하는 ‘비다수인 대상 채용 제도’를 폐지하고 11건의 ‘아빠 찬스’ 의혹 사례가 나온 경력 채용 규모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비다수인 대상채용제도’는 격오지 근무자를 공개 공고 없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추천 등으로 채용하는 방식으로, 송 사무차장의 딸이 2018년 이 제도를 통해 충북 단양선관위에 경력 채용됐다.
선관위는 또 5급 이상만 대상으로 했던 자녀 채용 전수조사를 퇴직자를 포함한 모든 직급으로 확대하는 한편 35년 만에 외부 출신 인사로 사무총장을 임명하는 방안도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은 일단 "(6년) 임기를 다 채운다는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날 노 위원장 사퇴를 거듭 요구했다.
선관위는 이와 함께 차기 총장을 뽑을 때는 사무총장 추천위원회를 설치하고 자체 청문회를 개최하는 등 검증 장치를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현재는 장관급인 선관위 상임·비상임위원은 법에 따라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나 사무총장은 장관급임에도 국회 청문회 대상이 아니다.
한편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은 이날 "선관위가 긴급 입찰 공고 후 유찰 과정을 거쳐 수의 계약을 체결한 사례를 제출받아 보니 지난 5년간 58건인데 그중 62%인 36건이 김 전 총장과 박 전 총장이 재직한 2021년~2022년 이뤄졌다"며 "이는 이전 10년간 평균 계약 건수 4.9건에 비해 3배가 넘는 수치"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선관위가 지난 5년간 수의 계약을 체결한 업체 중 ㈜인재아이엔씨는 9건, 비투엔은 8건을 체결해 수주액이 각각 29억9000만원과 98억원에 달했다"며 "다른 업체들 가운데 수의계약을 가장 많이 맺은 경우는 5건이어서 이들 업체가 무슨 이유로 이렇게 많은 계약을 따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선관위는 2018년부터 2년마다 보안 업체 공개 입찰을 했는데 3∼4주나 1∼2주 만에 긴급 입찰한 끝에 2차례 유찰되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김을재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금양통신의 자회사인 윈스가 수의 계약을 맺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이처럼 '위장 공개 입찰' 뒤 유찰되는 방식으로 수의계약이 맺어지는 '불투명 계약'이 선관위 공식으로 자리 잡은 것 아닌지 의문"이라며 "선관위의 수의 계약 전반에 대해 감사원 감사가 반드시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30일 한 종편 방송은 신우용 제주선관위 상임위원의 자녀 신모 씨가 작성한 2021년 서울선관위 경력시험 응시원서를 공개하며 “경기도 안성시 공무원이었던 신 씨는 자신의 주요 경력으로, '재난기본소득' 업무를 잘 처리해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로부터 표창을 받았다고 적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응시원서가 작성된 2021년 10월 이 지사는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돼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었고 신 씨는 2주 뒤 진행된 면접시험에서 아버지의 동료였던 선거과장 이모 씨로부터 만점을 받았다”면서 “신 씨는 이어 2021년 12월 합격했으며 7개월 만에 이례적으로 7급 공무원으로 고속 승진하기까지 했다”고 보도했다.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이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왜 정치적 편향성이 계속 이렇게 지속되고 있는지 그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을 겨냥, “썩을 대로 썩은 선관위 조직에 개혁의 칼날을 들이댈 용기와 배짱이 없다면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게 도리일 것"이라며 거듭 사퇴를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