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짜 뉴스’라는 용어를 일반화시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7년 전 성폭행 의혹 관련 민사소송 재판에서 패소했다.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9일(현지시간) 원고인 E. 진 캐럴(79)의 주장 중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성추행당했다는 일부 사실만 인정, 500만 달러(한화 약 66억원)의 피해보상과 징벌적 배상을 명령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했다.
지금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적 비위 행위와 관련한 여러 주장이 나왔으나 법원서 책임이 받아들여진 것은 처음이다.
배심원단은 특히 이번 평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SNS를 통해 성폭행 주장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사기'와 '거짓말'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은 캐럴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배심원단은 이러한 부적절한 용어 남발을 통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명예훼손 행위가 고의적이고, 증오와 악의에 따른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평소 자신에게 불리한 주장이나 언론보도에 대해 ‘음모’, ‘가짜뉴스’ 등의 용어를 남발해 온 것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맨체스터=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달 27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의 한 호텔에서 선거운동을 하며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는 "우리는 가망 없는 인간이 이끄는 나라에 살고 있다. 하지만 2024년에 우리는 승리할 것이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http://www.truthguardian.co.kr/data/photos/20230519/art_16837046149831_612d35.jpg)
배심원단이 책정한 500만 달러 중 명예훼손에 대한 보상액은 270만 달러(약 35억8,000만원)이며 명예훼손에 대한 징벌적 배상액은 28만 달러(약 3억7,000만원)이다. 또 200만 달러(약 26억5천만 원)는 성추행과 폭행에 대한 보상이며 이와 별도로 2만 달러(약 2,600만 원)는 성추행에 대한 징벌적 배상이다.
지난달 25일부터 진행된 이번 평결은 민사소송이기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금전적 책임만 지게 됐을 뿐 형사적 책임과는 관련이 없다.
배심원단은 뉴욕 거주 남성 6명과 여성 3명으로 구성됐으며 이날 오전 숙의 절차에 들어간 후 거의 3시간 만에 만장일치로 결론에 도달했다. 미국 언론들은 배심원단이 결론에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이 이례적으로 짧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 번도 공판에 참석하지 않은 채 동영상으로 무죄를 주장했으며 이번 평결 후에도 SNS에 "난 그 여자가 누군지 전혀 모른다. 이번 평결은 역사상 최악의 마녀사냥이자 (미국의) 불명예"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이번 재판에서 캐럴의 성폭행 피해 주장은 회고록을 팔아 돈을 벌기 위한 거짓말이라면서 배후에 반(反)트럼프 진영이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었다.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의 루이스 캐플런 판사는 배심원단이 숙의에 착수하기 직전 "우세한 증거가 무엇인지 잘 판단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트럼프 변호인단은 더 설득력 있는 증거 제출에 실패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