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기 13일 전인 지난해 8월 26일 이 대표 기소의 근거 조항을 삭제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발의했다고 조선일보가 1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 부칙에는 이미 기소된 사람 등에 대한 소급 적용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 대표는 면소(免訴·기소 면제) 판결을 받게 된다. 법조계에서는 “‘이재명 처벌 면제용 방탄 법안’으로 입법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행 선거법 250조 1항에는 후보자가 자신의 ‘행위’ ‘경력’ ‘재산’ 등에 관해 허위 사실을 공표하면 처벌하게 돼 있다. 이 대표의 경우,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개공 처장을 알고 있었다는 과거 ‘행위’에 대해 ‘몰랐다’고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 등으로 작년 9월 8일 기소됐다.
그런데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이 대표 기소를 앞둔 작년 8월 26일 그 선거법 조항에서 ‘행위’라는 단어를 삭제하자는 개정안을 냈다. ‘행위’에 대해서는 허위사실을 공표하더라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것이다. 장 의원 외 친명계인 김남국, 김승원, 김용민, 김의겸, 문진석, 박찬대, 서영교 의원 등 11명이 공동 발의했다.
특히 장 의원은 개정안 부칙에 ‘이 법 시행 전의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이 법에 따른다’는 조항을 넣어 개정안의 효력이 소급 적용되도록 했다. 선거법 전문인 한 법조인은 “‘행위’에 관한 허위 사실 공표 처벌은 합헌이라고 헌재가 판단한 바 있다”며 “이 대표 기소 직전에 소급 적용 조항까지 넣은 개정안을 발의한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선거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돼 있다. 장경태 의원은 개정안 제안 이유에서 “허위 사실 공표 대상 가운데 ‘행위’는 너무 광범위하고 불명확해 죄형법정주의의 파생 원칙인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면서 “위헌 시비를 없애기 위해 행위를 삭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행안위 검토 과정에서 이것과는 반대 의견이 이미 제시됐다. 행안위 전문위원은 지난해 11월 검토 보고서에서 “헌법재판소는 선거법 250조 1항에 대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결정한 바 있고, 대법원 판례도 해당 조항을 제한적 열거로 해석해 그 밖의 사항에 관해 본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며 “(민주당 개정안대로) ‘행위’를 삭제할 경우 처벌 공백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이 검토 보고서에는 “중앙선관위도 이 개정안에 대해 ‘매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국내 정치 현실과 선거 문화를 감안할 때 허위 사실 공표 대상에서 ‘행위’를 삭제하면 선거의 공정을 해치는 심각한 행위를 처벌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선관위가 지적했다는 것이다.
선거법 250조 1항은 ‘선거에 당선될 목적으로 후보자나 그 가족의 출생지, 가족 관계, 신분, 직업, 경력 등, 재산, 행위, 소속 단체, 특정인·특정 단체로부터의 지지 여부 등에 관해 허위 사실을 공표하는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이다.
처벌 대상 중 ‘행위’는 2000년 선거법 개정 때 추가됐다. 후보자 간 흑색 선전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사회적 요구가 있었다고 한다. 거짓말과 선전·선동에 의한 선거 왜곡과 훼손을 막기 위한 공감대에 따른 것이었다.
입법 전문가들은 “입법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 중 하나가 법안의 체계인데, 헌재 결정이나 대법원 판결과도 배치되는 법안을 발의하는 것 자체가 도를 넘은 입법권 남용”이라며 “정의당 등 다른 군소 야당의 협조가 필요해 과연 민주당이 개정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