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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신문읽기, 이생각 저생각]관점의 전환을 권유하는 두 칼럼(조선, 한겨레)

1980년대 신군부 정권의 공과 다시보기(조선)
강원도 왕진 의사가 간호법을 지지하는 이유(한겨레)
예타 기준 완화에 '포률리즘 사업 봇물 어떻게 막나' 비판 한 목소리

                       

  관점의 전환을 권유하는 두 개의 칼럼이 13일자 신문에서 돋보였다. 조선 A33면 [호남통신]‘광주 청년이 바라본 신군부시대...정말 모든 게 암흑기였다’(박은식 의사·호남대안포럼 공동대표)와 한겨레신문 26면 [숨&결] ‘의사인 내가 간호법을 지지하는 이유’(양창모 강원도 왕진의사)가 그것이다. 박은식 대표는 경제 안정과 과학기술투자 등 1980년대 신군부 정권의 긍정적인 측면을 다시 보자고 권유하고 있으며, 양창모 의사는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의사로서 박수를 보낼수 밖에 없는 병원 밖의 현실을 함께 들여다 보자고 했다.

 

<신군부 시대의 구조개혁, 미래 기술 투자 성과 다시 보자>

 박은식 대표는 칼럼(사진)에서 “쿠데타로 권력을 잡고 민주주의를 후퇴시켰으며 무엇보다 내 고향 광주 시민들에게 큰 아픔을 준 전두환과 노태우에 대해선 당연히 부정적으로 생각했다”며 “하지만 내가 너무 정치에만 초점을 맞추고 신군부 시대를 ‘암흑기’로만 평가한 것은 아니었는지 의구심이 들어 신군부 시대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공부해봤다”고 서두를 뗐다.

 

이 칼럼은 “먼저 구조 개혁에 성공한 점이 눈에 띄었다. 전두환 정권이 출범한 1980년은 2차 오일 쇼크로 물가가 치솟았고 재정 적자와 외채 증가에 중화학공업 과잉 중복 투자 문제까지 겹쳐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위기 상황이었다”며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인기 없는 구조 개혁에 주변의 반대가 심했지만 전두환은 ‘경제 대통령은 당신이야’라며 김재익을 전폭 지원했다. 결국 물가가 잡히고 만성적 무역 적자도 흑자 구조로 바뀌고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10% 이상을 기록했으며 중산층도 두꺼워졌다”고 평가했다.

 

칼럼은 “미래 과학기술에 투자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과학기술비서관 오명에게 ‘전자 산업 육성 대책반’을 맡겨 통신·전자·반도체 같은 첨단 산업 인프라 구축을 시도했다”면서 “전두환은 일본에 한국이 공산 세력으로부터 일본을 지켜주고 있으니 안보 경협 자금 100억달러를 내라고 요구했다. 결국 40억달러를 받아내고 반도체 생산 장비의 수입 허가도 이끌어내 이 자본과 기술을 바탕으로 반도체 개발에 투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칼럼은 또 “우민화 정책이라 평가 받던 ‘3s(screen·sports·sex) 정책’도 다시 보게 됐다. 대중문화와 스포츠를 활성화하는 정책 추진은 소득 성장에 따른 국민의 사회 문화적 자유화 요구를 수용한 자연스러운 흐름이었고, 해당 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칼럼은 “그 시대엔 목숨 걸고 민주화 투쟁에 앞장선 분들도 있었지만 이념을 떠나 민생 문제를 해결하려던 엘리트 관료들과 그들의 제안을 외압 안 받게 보호해주며 추진케 한 리더들도 있었다”며 “무엇보다 가족을 위해 성실히 일한 국민들이 있었다. 이 시기는 암흑기가 아닌 모두의 노력으로 한강의 기적을 완성한 시대인 것이다”고 했다.

 

박 대표는 이 칼럼에서 “아픔과 차별을 겪어야 했던 고향 광주 어르신들의 마음을 알기에 이런 글을 쓰기가 매우 조심스럽고 또 죄송한 마음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갚을 수 없는 원한을 대물림할 순 없다. 지금 광주 시민들이 진정 바라는 것도 과거를 딛고 일어나 성숙한 민주주의를 갖춘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간호사가 찾아오는 시골 마을에서 늙고 싶다>

한겨레신문이 게재한 양창모 의사의 칼럼(사진)은 논란을 빚고 있는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찬성 의견이다. 이 법안은 현행 의료법상 간호사 업무 규정을 별도 법률로 분리해 간호사 자격, 업무 범위 등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는데 의사협회는 ‘간호사의 단독 개원 포석'이라며 반대 총파업을 예고했고 간호협회는 (단독 개원은) 의료법상 불가능한 가짜뉴스라고 맞서고 있다. 양창모 의사가 칼럼 제목에 '의사'라고 붙인 이유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강원도에서 왕진 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양 씨는 거동이 불편한 시골 어르신들을 돌보는 현지 간호사(최 선생님)의 세심하고 배려깊은 활동을 사례로 들면서 “왕진을 끝내고 어르신들 댁을 나올 때 가장 나중에 나오는 사람은 늘 최 선생님이다. 뒤돌아보면 항상 무언가 당부하거나 확인하고 있다”며 “오늘도 최 선생님은 당뇨로 시력을 잃어가는 할머니 손발톱을 깎아주고 기억력이 떨어진 할아버지가 두달 넘게 뇌경색약을 빼먹은 걸 발견해 약을 찾아 줬다”고 전했다.

 

칼럼은 “노인 돌봄의 핵심은 의료인데, 실제 돌봄 현장은 의료와 연계가 끊어진 채 생활지원사와 요양보호사들로만 구성돼 있다”며 “의료와 복지 양쪽에 균형 잡힌 시각을 갖고 있으면서 현장에서 필요한 요소들을 판단하고 연결해주는 통합적인 전문가가 시급하다”고 문제를 진단했다.

 

칼럼은 “의사 아니면 간호사가 그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의사가 지역사회 돌봄 연결의 중심이 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지역 돌봄에 참여하는 창구라고 할 만한 방문 진료를 하는 동네의원은 0.4%밖에 되지 않는다”며 “아픈 노인에게는 집으로 찾아오는 의사가 절실하지만, 의사들은 과연 집에 올 수 있는가. 의사들이 가지 못하는 곳에 같은 의료진인 간호사들이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간호법”이라고 밝혔다.

 

칼럼은 또 “99.6%의, 방문진료를 하지 않는 의사는 병원 안에서만 환자를 경험한다. 하지만 환자는 병원 밖에서도 환자다. 나는 속으로 답했다. 나도 최 선생님 같은 분이 찾아오는 마을이 있다면 그곳에서 늙어가고 싶다고. 집 안에 갇힌 수많은 환자들 마음도 그럴 것이다. 그것이 의사인 내가 간호법을 지지하는 이유”이라고 끝을 맺었다.

 

<표 받을려고 선심성 사업 공세 뻔한 데 어떻게 막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가 12일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과 연구개발(R&D) 사업의 예타(예비타당성) 기준을 총 사업비 500억원(국비 300억원) 이상에서 1000억원(국비 500억원) 이상으로 완화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한 사안을 두고 신문들은 한목소리로 “총선 노린 여야 포퓰리즘의 합작”이라고 지적했다.

 

1999년 제도 도입 이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이 완화된 이 개정안은 이달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통과되면 2024년부터 1000억원 미만 도로·항만·공항·철도 사업은 예타 심사를 받지 않게 된다.

 

중앙일보는 A1면에서 ‘24년만의 예타 완화…총선 노린 여야 합작’(사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연간 재정적자 폭을 제한하는 재정준칙의 도입은 미뤄졌다”며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사업이 난립해 국가재정 건전성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예타 기준 완화는 오래 검토해 온 사안이라고 여야가 주장한다면서 간사의 말을 나란히 전했다. 야당 간사인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에 여야가 잠정 의결했던 내용”이라며 “별 이의 없이 정부도 동의해 통과됐다”고 말했다.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도 ‘포퓰리즘’ 지적에 대해 “전혀 관계없다. 이미 (합의)됐던 것을 (처리)하자는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여야가 잠정 합의했다는 지난해 12월 5일 소위원회 회의에선 지난 20여 년간 물가 상승이 법 개정의 핵심 논거로 제시됐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굉장히 오래된 논의이고 만시지탄”이라고 말했고, 홍성국 민주당 의원도 “오랜 시간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면제 기준이) 말이 안 된다”고 거들었다. 제도 설계 당시 예타 대상이 아니었을 소규모 SOC 사업도 물가 상승으로 예타 대상이 됐기 때문에 변화한 상황에 맞춰 예타 문턱을 낮추라는 논리였다.

 

중앙일보는 “문제는 다수의 SOC 사업이 문재인 정부 국무회의 의결로 예타 면제를 받아 시작된 상태에서, 또다시 규정 완화가 이어지게 된다는 점”이라며 “기재부에 따르면 2018년 12조8797억원 이었던 예타 면제 사업 규모는 2019년 35조9750억원, 2020년 30조215억원으로 훌쩍 커졌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예타 완화와 연계해 처리하기로 했던 재정준칙 법제화를 뒤로 미루면서 포퓰리즘 비판은 더 거세다. 여야는 재정준칙 도입을 놓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예타 완화법만 먼저 처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가채무는 1067조7000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최근 3년간 매년 약 100조원씩 늘어난 국가채무는 올해에도 전년 대비 60조원 넘게 증가할 전망이다.

 

중앙일보는 사설 ‘여야의 무책임한 총선용 예타 완화 야합’에서도 “재정준칙 도입도 없이 예타만 만장일치로 의결하면서 국가채무 1000조에 심각한 세수 고려는 했나”고 물었다.

 

사설은 “거의 모든 사안마다 대립각을 세우던 여야가 선심성 사업 난립 우려가 있는 포퓰리즘 법안 앞에선 아무 이견 없이 손을 잡았다”며 “기재부가 준비해온 안이 그대로 반영됐지만 문제는 재정준칙(국가재정법 개정안) 도입이 불발됐다는 점이다. 올 1~2월의 세수 결손은 이미 16조원에 육박한다. 이런 상황에서 예타 완화는 재정 악화로 이어질 게 불 보듯 뻔할 뿐이다”이라고 날을 세웠다.

 

조선일보도 ‘싸움만 하던 여야가 지역 사업 타당성 조사 면제엔 의기투합’이라는 사설에서 “정치권의 매표(買票) 포퓰리즘이 판치는 상황에서 예타는 이를 막는 최소한의 제동 장치”이라며 “여야는 이 장치마저 없애 경제성도 없는 사업을 선심용으로 마구 벌이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설은 또 “이미 예타 제도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문턱마저 낮추면 정치권의 선심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이 뻔하다”며 “예타 기준을 낮추더라도 반드시 재정 준칙도 함께 처리해 최소한의 재정 방어선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A8면 ‘예타풀고 재정 준칙은 미룬 여야...추경호 여론의 기적 필요’에서 재정준칙의 제정이 미뤄진데 대해 “여론의 기적이 필요하다”고 말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앞세워 정부의 안타까움을 전했다. 추 부총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105개국에 재정준칙이 있는데 국회에서 결론을 못내주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설에서도 ‘혈세 아낄 재정준칙은 뒷전, 퍼주기 예타 완화는 한마음인 與野‘라는 제목으로 “나랏빚과 재정 적자를 적정 수준으로 억제하는 재정준칙 법제화는 또 다음 달 임시국회로 미뤘다. 총선을 1년 앞두고 여야가 나라곳간 사정은 외면한 채 선심성 사업에 필요한 입법 처리에만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한겨레신문도 6면에서 ‘이럴 때만 여야 협치…총선 앞두고 예타 기준 1천억으로 완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우선순위와 적정 투자 시기, 재원 조달 방법 등 사업 타당성을 검증하는 ‘방패막이’를 여야가 짬짜미로 치워버렸다는 비판이 나온다”면서 “전문가들은 예타 면제 기준 완화가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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