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와 전남 등 남부지역은 50여 년 만에 최악 가뭄에 신음하고 있다. 광주·전남 주요 식수원인 주암댐은 이미 물이 말랐다.
여수·광양 산업단지 기업들은 공업용수 대란에 공장 정비 시기를 앞당기는 고육책까지 쓰고 있다. 문 정부의 국가물관리위원회는 2021년 금강과 영산강 5개 보 가운데 세종보와 죽산보는 해체하고 공주보는 부분 해체, 백제보와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기로 의결했다.
막대한 투자를 해서 건설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뒤집은 것이다.
그러나 농업용수 부족을 우려한 농민들의 반대로 보를 해체하지는 못하고 최저 수위에 가까운 수준에서 수량을 유지해왔다. 농민들이 마늘·양파 농사 망치니 수문을 닫아 달라고 하소연하자 환경부는 마을마다 2,000만원 짜리 대형 양수기를 설치해주기도 했다.
문 정권이 4대강을 적폐로 간주한 아집이 빚은 일들이다. 그러다가 작년에 장마철인데도 거의 비가 내리지 않는 이상 가뭄이 계속되면서 호남 일대는 극도의 물 부족으로 고통을 받아왔다. 작년 여름부터 수문을 잠그면서 겨우 물 흐름을 다소 회복해 영산강에서 광주광역시에 소량의 수돗물 원수를 공급하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호남의 가뭄 피해가 더 커진 것은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 해체와 개방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금강·영산강 5개 보 해체 또는 개방으로 인한 물 손실은 총 5,280만t에 달한다고 한다. 광주 시민 146만 명의 식수를 공급하는 영산강에서만 1,560만t의 물이 손실됐다니 이번 가뭄에 끼친 영향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작년 2월 기상청은 ‘50년 만의 최악 가뭄’을 예보하며 물 부족 사태를 경고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가 농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 해체와 수문 개방을 강행했다. 야당과 환경단체들은 ‘4대강 재(再)자연화’를 주장하며 전국적으로 시위 세미나 등을 하며 보 해체를 요구해왔다. 보에 물만 가둬놨어도 지금처럼 피해가 크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강기정 광주시장은 4월 3일 오전 10시 30분 시청에서 기자 차담회를 열고 "가뭄은 기후 위기가 발생을 시킨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4대 강 보 개방이 가뭄을 키웠다는 것은 사실관계에서 전혀 맞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물론 전 세계적인 기후 위기로 인한 장기간의 가뭄도 중요한 원인이다.
그러나 농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4대강 보를 해체해 비가 올 때 물을 저장해 두지 않은 정책 실패에 대한 일말의 반성은커녕 기후 탓만 하는 주장은 참으로 듣기 민망한 견강부회식 변명이 아닐 수 없다. 예로부터 정치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온 치산치수란 무엇인가. 비가 올 때 물은 저장해 두며 홍수를 방지하고 가물 때 저장해 둔 물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던가.
이번 사태는 가뭄·홍수 방지를 위해 4대강 보가 왜 필요한지 증명했다. 문 정부는 수질 악화를 이유로 보 해체와 개방을 주장했지만 2018년부터 3년간 보 수문을 개방한 결과 오히려 수질은 악화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문 정부의 4대강 보 해체 결정은 과학적 사실보다는 진영논리에 기반한 반지성적인 정치적 정책 폭주가 얼마나 위험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