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가 넘쳐난다. 원자력 부문도 극심하다. 원자력 안전성을 폄훼하는 가짜뉴스는 지난 수십 년간 있었다. 과학과 기술 영역에서의 가짜뉴스는 판단이 명료함에도 불구하고 깊게 뿌리박힌 가짜뉴스의 영향은 막강하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끌어내기까지 했다.
첫째, 신문 지상의 원전 사고 뉴스이다. 사고로 표현되는 대부분 문제는 사실은 사고가 아니라 고장이다. 자동차에서 전조등의 고장을 사고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원전의 부품 고장은 사고라고 오보된다. 이 경우 전문가들은 별문제가 아니고 안전하다고 말한다. 언론과 대중은 믿지 못한다. 국정감사에서 다뤄지기도 한다. 문제가 아닌 것이 밝혀지더라도 슬그머니 사라지지 후속보도가 되지는 않는다. 그토록 많았던 국민적 관심은 이때쯤이면 증발한다. 이런 식의 보도가 지난 40년간 이어졌다. 그간 신문 1면을 장식한 원전 고장이 얼마나 많았는가? 그런데 실제로 문제가 된 적이 얼마나 있는가? 그런데도 아직도 그런 뉴스에 국민이 놀라는 모습이 더 놀랍다.
2018년 국민적 우려를 짜낸 라돈 침대 사건은 2020년 서울서부지검에서 불기소 처분되었다. 침대회사의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기소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후 민사소송에서도 법원은 침대회사의 편을 들어주었다. 라돈 침대의 방사선량은 침대에 시트도 깔지 않고 베개도 없이 코를 박고 10시간 이상을 잔다는 최악의 조건에서 계산된 것이 아니라면 미미하였다. 베개 두께만으로도 방사선량은 급격히 줄었고 미미한 수준이 되었다.
둘째,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는 방식의 선동도 있다. 2011년 동일본 지진에 따른 쓰나미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오인하게 하는 방식이다.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쓰나미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2만 명이 사망하였다.’라고 한다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실은 쓰나미로 인한 사망자는 2만 명이 맞는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났을 당시 그로 인한 직접적인 사망자는 없었다. 이는 일본 정부가 공식 확인도 했고 유엔 과학기술조사위원회(UNSCEAR) 보고서에도 나와 있다. 그런데도 이 둘을 합쳐놓아서 마치 원전 사고 사망자가 있는 것처럼 오해하게 한 것이다. 어떤 책에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셀 수도 없다’라고 기술하기도 하였다. 사망자가 없으니 셀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원문은 사망자가 너무 많아서 셀 수 없는 느낌을 준다. 그런 식의 말장난으로 우려를 짜낸 것이다.
우리가 2만 명이 사망한 쓰나미 피해자를 기억하지 못하고 직접적인 사망자가 없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더 두렵게 여기는 것도 가짜뉴스의 결과이다.
셋째, 날조 내지 과도한 상상이다. 영화 판도라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격납용기의 벽체가 폭발하여 튀어 나가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격납용기에 금이 가서 방사성물질이 새어 나갈지언정 폭발하지는 않는다. 구글(Google)에서 검색해 보면 체르노빌 4호기 원전 사고이후 체르노빌 1, 2, 3호기는 그 후로도 10여 년간 운전되었다. 운전원과 보수요원 수천 명이 출입한 것이다. 사람들에게 이런 사실은 알려지지 않고 재앙을 땅으로 인식되고 있다.
넷째, 몰상식이다.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에 대해 우려를 짜내는 것이 그런 것이다. 현재 후쿠시마에서 발생하는 방사선 오염수는 그대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다. 알프스(ALPS)라는 다핵종 제거설비로 거른 처리수를 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처리수의 방사성물질 농도는 미미한 수준이고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의 농도도 전체 저장 탱크의 70%는 6만 베크렐/리터라는 방류 기준치 이하이다. 일본은 이것을 더욱 희석해서 1,500베크렐/리터 수준으로 방류할 계획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전혀 걸러지지 않은 방사성 오염수가 매일 300만 톤씩 해양으로 방류되었다. 그러나 그 영향은 우리나라에서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이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방사선 측정 결과에 따른 판단이다. 2002년부터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우리나라 120군데의 환경방사능을 측정하여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기술원은 해양표충수, 포획된 물고기 등의 방사선량을 측정하여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다. 2011년을 전후하여 아무런 변화도 나타나고 있지 않다.
다섯째, ‘한 권으로 꿰뚫는 탈핵’이라는 책의 표지에는 ‘무엇보다 생명을 택하여라’하는 성경의 신명기를 언급하고 있다. 필자의 판단으로 여기서 생명은 영생을 말한다. 이들은 성경도 왜곡하고 있었다.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