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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칼럼

[민경우 칼럼] 운동권 반미주의 역사 전쟁의 퇴행

'"박정희 류의 민족주의는 근대화 산업화 발전 도모"
"문재인 정부 반일 역사 전쟁-박정희류의 근대적 맥락은 엷어져"

1. 

  문명과 문명, 국가와 국가가 충돌할 때는 다양하고 복잡한 현상이 일어난다. 19세기 후반기 전 세계에서 벌어진 제국주의와 식민지의 충돌과정에서도 그러했다.

 

 제국주의가 접근해 올 때 첫 번째 반응은 저항이다. 우리로 치면 항일의병이 그것이다. 다음으로는 제국주의의 기술과 제도를 수용하되 정신과 문화는 자기 것을 지키자고 주장할 수 있다. 중국의 동도서기나 일본의 화혼양재 같은 것이 그러하다.

 

제국주의 본국에 조금 더 호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면 아예 문화나 사상까지도 본국의 긍정적인 모습을 차용하여 바꾸자고 주장할 수 있다. 우리로 치면 이승만 계열이 그런 입장이었다. 그들을 개화파라 할 수 있는데 이들이 미국과 협력하여 대한민국 건국 세력이 된다.

 

  개화파는 지식과 기술을 숭상하고 시류와 세태에 민감하여 기회주의로 보일 수도 있다. 특히 80년대 386 운동권이 개화파를 그런 방향으로 몰고 갔다. 386의 핵심 이데올로기는 반미와 반일이었다. 그들은 반미를 위해 개화파를 사상적으로 공격하며 역사전쟁을 주도한다. 386에게 개화파 매도는 단순한 역사해석 문제가 아니라 정치투쟁의 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2.

 박정희류의 민족주의는 근대적.산업적.부국적 성향이 강했다. 박정희에 따르면 민족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근대적.산업적 발전을 도모하는 민족주의라야 의미가 있었다.

 

 박정희 또한 개화파가 갖고 있었던 실용주의적 태도와 과학기술에 대한 우호적 자세를 잘 보여준다. 그는 한일협정을 추진했으며 중공업화를 단행했다. 그가 재임했던 60~70년대 한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다.

 

 운이 좋았다고 볼 수도 있다. 1960년대 서방 세계는 신생 독립국들에게 그들의 자본과 기술 그리고 시장을 열어 주었다.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그 기회를 모두 포착했던 것은 아니다. 2차 대전 후 독립한 나라들 중 극소수의 특별한 독립국만이 서방 세계의 시장을 젖줄로 산업화.근대화를 실현한다.

 

  거저 이뤄진 것이 아니다. 세상을 합리적으로 이해하려 하고 그 세계에 뛰어 들어 역사를 개척했던 사람들이 있을 때 가능한 경로였다. 민족적이지만 전통적.정신적 세계를 중시하는 민족주의였다면 불가능했던 방식이다. 이란의 호메이니나 이슬람 민족주의 등이 그러했다. 박정희 시대의 경제성장은 실로 호기심과 탐구심으로 가득했던 개화파 또는 실용주의의 승리라 할만 하다. 그리고 박정희 시대는 흐르고 흘러 현재의 우리로 이어진다.

 

3.

  80년대 중반 운동권이 득세하면서 동학농민운동 같은 것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들은 민족운동을 보다 농민적이고 무장적인 형태로 재정의하기 시작했다. 그것의 최종 목표는 반일 나아가 반미였다. 반외세를 강조하기 위해서는 수탈과 기회가 공존했던 도시 인텔리보다는 일방적인 착취의 대상이었던 농민을 내세우는 것이 편리했다. 신문을 만들고 학교를 짓는 계몽주의적 반일보다는 총을 들고 싸우는 화끈한 장면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때 386운동권들은 자유와 공화의 가치를 믿으며 독립을 추구하던 세력들의 평가절하가 절실했다. 반일 그리고 반미를 위해서 개화파는 약화되거나 심지어 친일파와 구분이 안되는 모호한 존재가 되어야만 했다. 개화파와 친일파의 뚜렷한 경계를 허물고 개화파를 친일파와 유사한 집단으로 몰고 가는 것 아마도 이것이 386 역사전쟁의 핵심 프레임 중 하나이다.

 

  2017년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상해임정, 김원봉 등 역사문제를 전면에 걸었다. 그에 맞춰 일련의 반일영화들이 개봉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대표적인 것이 2015년 개봉된 영화 ‘암살’이다. 전지현은 친일파 이정재를 암살하는 장면에서 친일파 청산의 과제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시사한다. 민족에서 박정희류의 근대적 맥락은 엷어지고 반일 저항이 중시된다. 그리고 반일의 배경 또한 점점 학교나 병원이 아니라 농촌과 농민으로 변해간다.

 

  반박은 어렵지 않다. 그저 시간의 힘, 결과의 증거를 빌리는 것으로 충분하다. 대한민국은 세계 굴지의 산업국가로 발전했고 2023년 현재 우리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일본과 경합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오늘에는 세상의 변화에 민감하고 능동적으로 기회를 포착했던 상인 그리고 무사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대안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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