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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칼럼

[특별기고 의학계 가짜뉴스] 의학계 가짜 뉴스는 사람 생명과 직결

허위 조작 의학 정보로 명성과 이윤 챙기는 사기극 사례 많아
성경 기적에 비유될 만한 믿음 주는 허위 정보도
허위 조작 의학 정보를 걸러낼 자정 노력과 통제, 언론의 노력 필요

 

'The truth about COVID-19(코로나19에 관한 진실)'이라는 책이 있다. 저자인 조셉 머콜라는 "코로나 자체보다 백신으로 인해 사람이 더 많이 죽었다", "과산화수소로, 코로나 등 모든 호흡기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며 책까지 펴내 백신 접종 거부를 선동했다. 그러고도 뒤로는 코로나 관련 건강 보조 식품 등을 팔아 이윤을 챙겼다고 한다. 가짜 뉴스 또는 허위 조작정보를 퍼트리며 돈벌이에 몰두한 것이다.

 

이런 허황한 말을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겠지만 그의 SNS 팔로워가 360만 명이라는 사실을 알면 그냥 넘어가기가 어렵다. 과학적 근거도 없는 허위 조작정보가 책과 SNS를 통해 빛의 속도로 퍼져나갔을 게 뻔하다. 의학적 지식이 없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여기에 속아 백신 접종을 받지 않았을 것이며 그로 인해 건강상 피해를 봤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것이다.

 

한때 '여자 스티브 잡스'로 불렸던 미국 바이오벤처 테라노스의 앨리자베스 홈스는 “피 한 방울로 수백 가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했다”라는 주장을 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그의 이런 거짓 신화는 법정에서 결국 사기극으로 판명이 났다. 한때 90억 달러에 이르던 기업 가치가 0으로 추락할 정도로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미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법과 규율이 비교적 엄격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나라에서조차 의학계의 가짜 뉴스가 통제받지 않은 채 무차별적으로 전파돼 국민 보건 건강에 피해가 발생한다는 사실은 의학자로서 매우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또 어떨까 하고 돌아보게 된다.

 

2005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황우석 박사의 인간 배아복제 연구에 관한 사이언스 논문은 결국 허위로 밝혀졌었다. 이 연구는 당시 성경의 기적에 비유될 만큼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었다.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베드로의 주문에 따라 앉은뱅이가 걸었다’라는 성서의 기적을 이루어 주게 될 정도의 믿음을 주는 듯 보였다.

 

이런 기대감에 힘입어 과학기술 진흥기금에서 '최고과학자 연구지원사업'으로 265억 원이라는 막대한 연구비를 배정받기로 하는 등 가짜 연구 결과에 근거한 가짜 뉴스가 당시 대통령을 비롯한 전 국민을 혼란에 빠트렸다. 그에 따른 국내외 사회경제적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컸다. 한 과학자의 제보에 의한 언론사의 끈질긴 사실관계 추적과 이를 뒷받침하는 수많은 젊은 과학자들의 자료제공 노력 등으로 마침내 사실이 밝혀져 추가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바이오벤처의 성공 신화는 새로운 치료법이나 진단법을 철저한 과학적 검증 절차 없이 서둘러 발표부터 하도록 하는 조급증을 낳곤 한다. 이는 서투른 투자자들에게 무리한 투자를 시도하게 하기도 한다. 환자들은 가짜 정보로 만들어져 무분별하게 퍼지는 가짜 뉴스에 현혹되어 쓸데없는 치료에 매달리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새로운 치료법이나 진단법의 개발 과정은 오랜 연구 기간과 과학적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새로운 치료법의 효능과 안전성에 관한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의학뿐 아니라 화학, 독성학, 약리학, 유전학 등의 다양한 전문 조직이 필요하다. 더욱이 사람의 생명과 관련이 있고 사람이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엄격한 윤리 규정이 적용된다.

 

현재는 국가 차원의 임상 시험이나 각종 연구과제에 대한 검증 절차가 제대로 정비되어 의학 연구와 관련된 가짜 뉴스는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반면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SNS 상의 허위 정보들이 국민 개개인을 상대로 마구 생산·유포되고 있다.

 

허위 조작 의학 정보를 걸러낼 자정 노력과 통제는 결국 전문가와 정부 당국의 몫일 것이다. 그러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여 국민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리는 언론의 역할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의학계의 가짜 뉴스는 많은 사람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하여 병세를 악화시키거나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 건강상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것은 물론 사회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을 보게 한다. 그런 점에서 의사, 과학자, 보건 당국의 관심과 가짜 뉴스를 가려내어 보도하는 언론사 본연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박수성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