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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칼럼

[청년 시론] 노벨문학상 수상, 따질 것과 배울 것의 공존

한국 소설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놀라운 일이다. 한국 작품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하니 누군가는 자부심을 느끼고, 누군가는 큰 축하 인사를 보낸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세상 모두의 인정을 받는다 해도 그게 꼭 악하지 않다는 징표는 될 수 없기에, 지성인이라면 어떤 작품이든 분별하며 볼 수 있어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한강 소설 ‘채식주의자’(2007)에 담긴 음란 묘사, ‘작별하지 않는다’(2021)에 담긴 제주 4·3 옹호 등 그녀의 글에는 불순한 게 많았다.

 

이 틈을 타 오마이뉴스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띄우고 있다. 이 책에 대한 “수십만 역사 교사와 학자, 활동가들이 못한 일”을 해냈다는 한 교사의 말을 인용하며, 늘 그래왔듯 제주 4·3에서의 남로당 공산 폭동을 미화하고 있다. 보수적인 입장을 가진 국민들의 씁쓸함을 부추기는 장면, 그리고 “소설은 소설일 뿐”이라며 문화·예술의 사회적 영향력을 무시하는 이들을 일깨우는 상황이다. 그러니 한 작가에 대한 축하도 잠시 그녀의 소설이 사회적으로 특히, 청소년들에게 악한 영향을 주지 않도록 비판을 가하는 게 적절해 보이는 상황이다.

 

미디어상에서는 한 작가를 치켜세워주는 건 물론, 그녀가 출연했던 방송을 공유하며 알고리즘 타려고 난리가 난다. 그녀의 사상이 불순하다고 비판하는 이들에게는 “극우”, “부러워서 그러냐” 등 허위 비난 댓글이 높은 순위에 있다. 이런 상황에 맞설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감사하게도 대한민국에는 한 작가의 사상에 문제를 발견할 수 있는 분별력과 이를 세상에 외칠 수 있는 열정이 살아있다. ‘내 자녀가 한 작가 같은 사상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필자 역시 딸 가진 아빠로서 딸에게 한 작가의 소설을 읽어주고 싶지 않다. 한 작가의 소설은 분별력 갖추기 전의 미성년이 읽을 책은 확실히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드는 건 오늘날의 안타까운 현실 때문이다. 문화·예술계의 좌경화는 당연히 비판해야 하지만 우리는 현실을 더 정확히 보고 진단해야 한다. 보수 진영은 문화·예술계에서 건전한 사상을 가진 지식인을 얼마나 많이 키워냈던가? 문화·예술계가 애초에 좌경화되었다는, 구조론적인 문제만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실 그런 구조를 가지기까지 좌파들은 정말 치열하게 인물을 키워냈다. 한 작가 같은 사람이 노벨상 받기까지의 구조가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니라는 말이다.

 

 

사상도 올바르고 실력도 확실한 인물을 키워낼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그런 인물이 되기 위한 노력은 더 하지 않으면서, 이 현실을 비관만 한다면 현실 개선에 어떤 도움이 될까. 오히려 우리는 한 작가 같은 인물의 사상은 비판하고 버리되 그녀의 능력만큼은 인정하고 배울 줄 아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필자의 딸이 분별력을 갖춘 성인이 되고서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 한 작가의 책은 절대 읽지 말라고 해야 할까? 그 책에 담긴 사상을 조심하라는 조언은 하되 그 책을 아예 멀리하게 해선 안 된다. 청소년인 딸 앞에서는 한 작가의 책을 굳이 보여주지 않는 게 맞지만, 성인이 된 딸에게도 한 작가의 책을 못 읽게 한다면 딸을 고립시키는 게 되기 때문이다. 한 작가의 글쓰기 능력만큼은 배워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

 

이런 생각은 필자의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다. 진지하게 문화 평론을 배우고 싶었던 대학생 시절, 그때 했던 생각이다. 보수적인 가치관을 담은 문화 평론 도서를 찾고 싶었지만 왜 그렇게도 찾기 힘들었는지, 참 씁쓸했던 기억이 있다. 왜 좌파들의 책을 읽으며 문화 평론을 배울 수밖에 없었는지,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런 씁쓸함과 외로움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고립되어선 안 된다.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는 어느 분야든 롤 모델이 되어줄 만한 인물이 더 많이 생겨야 한다.

 

희망은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 이후로 한국 사회의 좌경화가 많이 알려지면서 문화·예술계에도 건전한 사상 가진 인재가 꽤 많이 생겨났다. 물론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결코 비관할 필요 없다. 한 작가를 비판하던 분별력과 열정이면 충분하다. 그것이 새로운 인재 키워내는 데에도 많이 사용된다면 다음 세대는 충분히 더 좋은 환경에 있을 수 있다.

 

황선우 트루스가디언 객원기자

전국청년연합 '바로서다' 대변인

‘문화는 너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