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경남 양산에서 만나 “검찰 수사가 흉기가 되고 정치보복 수단이 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했다. 7개월 만에 만난 두 사람이 자기들을 향한 검찰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한 것이다. 여러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이 대표와 딸 다혜 씨 관련 의혹으로 수색영장에 피의자로 적시된 문 전 대통령이 공동 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두 사람은 또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 집권해 나라를 혼란으로 몰고 가고, 국민 불안을 키운다”며 현 정부에 대한 반감도 표출했다.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 간의 만남이 이뤄진 후 민주당은 9일 문 전 대통령과 다혜 씨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응하고자 이 대표의 지시로 ‘전(前)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도 발족했다. 대책위원회에는 친명(친이재명)계와 친문(친문재인)계 의원이 골고루 참여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10일 자 사설을 통해 “비리 수사와 재판을 앞둔 두 사람이 정치 갈등은 뒤로하고 사법 리스크에서 빠져나오려 의기투합하기로 한 듯하다”며 “문 정부는 전 정권에 대한 ‘적폐’ 수사로 전직 대통령 2명을 비롯해 200여 명을 구속했다. 그러면서 ‘이런 정치 보복은 맨날 해도 된다’고 했다. 그래 놓고서 막상 자신들이 수사받게 되자 ‘정치 보복’이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중앙일보와 세계일보는 “문 전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해명 한마디 없이 제1 야당 대표와 정치 탄압 주장만 되풀이한 건 사리에 맞지 않는다. 특히 ‘(검찰 수사에) 당당하게, 강하게 임하겠다’고 말한 문 전 대통령은 어제 법원에서 진행된 검찰의 공판 기일 전 증인신문에는 통지서가 발송됐지만 나가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수사 과정에서 뇌물수수 피의자로 적시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손잡은 이재명·문재인을 국민은 무슨 동맹이라 부를까>란 제목의 사설에서 “두 사람은 이렇게 좋은 관계가 아니었다. 이 대표는 총선 때 친문과 비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배제했다. 친문 쪽은 크게 반발했다. 친명 쪽은 ‘문 정부가 정권 창출에 실패한 것’이라며 ‘전 정권 책임론’을 폈다. 문 전 대통령 탈당 요구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이 임박하자 ‘우리는 ‘명·문(明文) 정당’, ‘정치 보복에 함께 맞서자’며 보조를 맞췄다”고 했다.
사설은 “문 전 대통령은 이상직 전 의원으로부터 사위 특혜 채용 등 뇌물을 받고 그에게 의원직 등 대가를 지불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선거법 및 위증 교사 사건으로 선고를 앞두고 있다. 비리 수사와 재판을 앞둔 두 사람이 정치 갈등은 뒤로하고 사법 리스크에서 빠져나오려 의기투합하기로 한 듯하다”며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는 ‘검수완박’ 법안을 의결·공포했다. 울산시장 선거 공작과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전 사위 특혜 채용 등 자신과 관련된 수사를 막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대장동과 쌍방울 대북 송금 등 각종 개인 비리로 수사를 받아온 이 대표는 이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고 꼬집었다.
사설은 “문 정부는 전 정권에 대한 ‘적폐’ 수사로 전직 대통령 2명을 비롯해 200여 명을 구속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선 ‘대통령 예우가 아닌 피의자로 다루면 된다’ ‘이런 정치 보복은 맨날 해도 된다’고 했다. 그래 놓고서 막상 자신들이 수사받게 되자 ‘정치 보복’이라고 한다”며 “문 전 대통령이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 나라를 혼란스럽게 한다’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도 묻게 된다. 문 정부는 천문학적 국가 부채와 자영업자·소상공인 몰락, 부동산 대란, 가짜 비핵화 쇼, 헤아릴 수 없는 내로남불로 점철됐다. 국정을 잘못해 5년 만에 정권을 잃은 장본인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준비 부족’을 말하기 전에 자신의 부족부터 성찰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중앙일보는 <의혹 해명 않고 “정치적 탄압”만 외친 ‘이재명-문재인’>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문 전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해명 한마디 없이 제1 야당 대표와 정치 탄압 주장만 되풀이한 건 사리에 맞지 않는다. 특히 ‘(검찰 수사에) 당당하게, 강하게 임하겠다’고 말한 문 전 대통령은 어제 법원에서 진행된 검찰의 공판 기일 전 증인신문에는 통지서가 발송됐지만 나가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수사 과정에서 뇌물수수 피의자로 적시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사설은 “국민 누구나 정부의 잘잘못을 따질 수 있지만, 전직 대통령이라면 재임 시절의 총체적 정책 실패부터 반성하며 되돌아보는 게 순리다. 경제를 정치 논리로 풀다 늘려놓은 나랏빚 400조 원과 원전 산업의 기반을 무너뜨린 탈원전, 북한 핵 고도화 방관 등은 후대에도 두고두고 부담이 된다. 그런 업보를 외면한 채 피해자인 양 후임 정부를 헐뜯기만 한다면 민심의 공감을 얻기는 어렵다”며 “이 대표보다 하루 앞서 문 전 대통령을 찾아 ‘최근 검찰의 모습에 국민들도 걱정이 크다’고 한 우원식 국회의장의 처신도 정치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할 의장으로선 매우 부적절했다. 의장이 사법 시스템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으로 사적 정치 행위에 빠져든다면 국회의 중립적 운영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비판했다.
세계일보는 <문재인·이재명의 “정치 보복 수사”, 국민 공감 얻지 못할 것>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문 정부 시절 전직 대통령 두 명이 구속됐다. 전 정부 사람들 1000명 이상이 조사받고 200명 넘게 구속됐다. 그 과정에서 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문 정부가 ‘북핵은 방어용’이라고 두둔하는 동안 북한 김정은 정권은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의 시간을 벌었다. 문 전 대통령이 자신을 ‘정치보복의 피해자’라 호소하고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 집권해 나라를 혼란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과연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직격했다.
김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