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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더 내고 더 받는다… 보험료율 9→13%, 소득대체율 40→42%

국민연금 개혁안 2003년 이후 21년만
이번 개혁 성공한다면 기금 고갈 시기 16~32년 늦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
현재 50대 2028년부터 가정 먼저 보험료율 13% 적용, 2040년부터는 모든 세대로

 

현행 9%인 국민연금 보험료를 단계적으로 13%까지 올리고,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노후연금 비율)을 42%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골자로 한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정부안이 나왔다. 정부가 단일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놓은 건 2003년 이후 21년 만이다. 개혁안에 따르면 이번 개혁이 성공할 시 현재 2056년 고갈 예정인 국민연금 기금의 고갈 시기를 최대 32년 늦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는 4일 2024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이러한 내용의 ‘연금 개혁 추진계획’을 심의하고 확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해 10월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냈고, 21대 국회 산하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논의했으나 개혁안 마련에 실패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연금 개혁이 매우 시급한 과제인 만큼 개혁 논의에 계기를 마련하고, 여·야 간에 조속한 합의를 견인하기 위해 개혁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5차 계획의 주요 과제, 2023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새로운 재정 전망, 공론화 등에서 나타난 국민 의견을 세밀하게 검토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개혁안의 핵심은 국민연금 제도를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도록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4% 인상하는 것이다. 보험료율은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당시 3%였으나, 1993년 6%, 1998년 9%로 인상된 이후 계속 유지되고 있다.

 

소득대체율은 42% 수준으로 상향 조정한다. 소득대체율은 은퇴 전 소득 중 연금으로 대체되는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예를 들어 소득대체율 42%란 말은 보험료를 내는 동안 월 평균소득이 100만 원인 사람이 노후에 연금으로 월 42만 원을 받는다는 뜻이다.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도입 당시 70%, 1999년 60%, 2008년 50%로 낮아진 이후, 매년 0.5%씩 인하돼 2028년까지 40%로 조정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소득 보장도 중요하다는 공론화 논의 내용 등을 고려해 올해 소득대체율인 42% 수준에서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현행 제도(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40%)대로면 2056년이면 기금이 완전히 고갈된다. 이후에는 그해에 거둔 보험료로 노인 세대에 연금을 줘야 한다. 연금 개혁을 하지 않고 지금처럼 초저출산이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기금이 고갈된 이후인 2060년 직장인은 소득의 34.3%를 보험료로 내야 그해 연금을 지급할 수 있다.

 

2070년부터는 소득의 42%를 내야 한다. 이번 개혁에 성공한다면 기금 고갈 시기를 2072년으로 16년 미룰 수 있다. 개혁안은 국민연금 기금의 장기 수익률을 현재의 4.5%에서 5.5%로 끌어올리는 방안도 담았다. 이를 위해 해외·대체투자 비중을 늘리고 우수한 운용 인력을 확보하고 해외사무소의 역할을 강화키로 했다.

 

이번 개혁안에는 구조개혁 방안도 담겼다. 인구 구조나 경제 상황에 따라 연금액이나 수급 연령 등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증 24개국이 운영 중인 제도다.

 

현재 국민연금은 소비자 물가변동률에 따라 연금액을 매년 조정해서 실질 가치를 보전하고 있다. 자동조정 장치가 도입되면 물가상승률에 최근 3년 평균 가입자 수 변화와 기대여명 변화를 반영한다. 연금액 상승률은 저출산·고령화 추세를 고려하면 물가상승률보다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자동조정 장치가 발동되면 매년 연금액이 올라가긴 하지만 물가상승률보다는 덜 올라가게 된다.

 

받는 연금액이 깎이는 일은 없지만, 연금의 실질 가치는 떨어질 수 있다. 복지부는 “최근 저출산·고령화 추세와 기금재정상황 등을 고려해 연금액에 기대여명 또는 가입자 수 증감을 연동하는 장치 도입 논의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정 상황에 따른 자동 조정장치 도입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는데, 도입 시기에 따라 기금 고갈 시기는 최대 2088년까지 미뤄질 전망이다.

 

이번 개혁안의 또 다른 핵심은 세대 간 형평성 제고다. 조 장관은 “청년과 미래세대 부담을 완화하고 제도에 대한 신뢰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세대 간 형평성 제고를 위해 20대부터 50대까지 출생 연도에 따라 보험료율 인상 속도에 차등을 두는 방안을 추진한다.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할 때 2025년에 50대인 가입자는 매년 1%, 40대는 0.5%, 30대는 0.33%, 20대는 0.25%씩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2025년부터 보험료 인상이 시작된다고 가정하면, 50대의 경우 2025년 10%, 2025년 11%, 2027년 12%, 2028년 13% 등으로 매년 내는 보험료가 늘어난다. 납입 기간이 많이 남아있고, 생애 평균 보험료 부담이 높은 세대일수록 보험료율이 천천히 인상되도록 설계했다.

 

세대가 바뀌더라도 기존 보험료율 인상 속도가 적용된다. 20대가 30대에 진입하더라도 기존 20대 인상 스케줄을 그대로 적용한다. 2022년생이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2040년이 되면 모든 세대가 13%의 보험료율을 납부한다.

 

이번 개혁에 따라 보험료율이 인상되면 납입기간이 많이 남아있는 젊은 세대일수록 보험료율 부담은 커지게 되는데, 두 차례 개혁(1999년, 2008년)으로 소득대체율도 낮아지고 있어서 청년 세대들은 상대적으로 부담은 크고 혜택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조 장관은 “세대간 형평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잔여 납입 기간을 기준으로 보험료율 차등 인상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낸 것처럼 가입 기간을 얹어주는 크레딧 제도도 강화한다. 출산크레딧을 현행 둘째 아이에서 첫째 아이까지 확대하고, 6개월인 군복무 크레딧도 전 복무기간을 고려해 늘린다.

 

현재 59세까지인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을 64세까지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복지부는 “은퇴 후 보험료 부담 가중, 소득 공백 등을 고려해 고령자 고용 여건 개선과 병행해 장기적으로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연금 개혁과 연계해 기초연금액을 40만 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2026년 저소득 노인부터 우선 40만 원으로 인상하고, 2027년 전체 지원 대상 노인에 40만 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경우 기초연금을 받으면 생계급여가 삭감되는 현행 제도를 고쳐 생계급여를 받는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추가 지급한다.

 

정부는 퇴직연금이 실질적인 노후소득보장제도가 되도록 사업장 규모가 큰 사업장부터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현재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이 퇴직금과 퇴직연금 중 하나를 선택해 가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퇴직연금에 가입하도록 한다는 얘기다. 또 저소득 지역 가입자 부담 완화를 위해 보험료 지원 대상과 기간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김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