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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한국 정보사 군무원 체포한 뒤 가족 신변 위협해 포섭

군검찰 28일 수사 결과 발표
정보사 군무원 A 씨 2017년 중국에 포섭…7년간 1억 6천여만 원 받고 지속적으로 기밀 유출
中 정보 당국 A 씨 가족 신상까지 파악하고 위협…중국 내 한국 블랙 요원 현황 이미 알고 있었던 듯
A 씨, 사진 분할‧압축해 中 클라우드 업로드, 게임사이트 음성메시지 활용하는 등 치밀하게 활동

 

국외에서 신분을 숨기고 활동하는 ‘블랙 요원’ 명단 등 군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27일 구속기소 된 정보사 군무원 A 씨가 2017년 중국 정보요원(추정) B 씨에게 포섭된 뒤 억대의 금품을 받고 7년 가까이 기밀을 지속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1990년대부터 부사관으로 정보사에 근무하다가 2000년대 중반 군무원으로 신분이 전환됐다. 범행 시기에는 정보사 팀장급으로 근무했으며 현재 5급 군무원으로 알려졌다.

 

국방부검찰단은 28일 이 같은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군검찰에 따르면 정보사 공작 부서 팀장인 A 씨(예비역 부사관)는 2017년 4월 중국 현지 공작 망을 만나러 갔다가 연길공항에서 중국 정보당국에 체포돼 포섭됐다. 그는 "가족의 신변에 대한 협박을 받았고 그게 두려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검찰은 다만 A 씨가 중국 측에 약 40회에 걸쳐 4억 원을 먼저 요구한 점으로 볼 때 금전적 이유가 더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국 정보 당국이 A 씨의 가족 신상까지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은 중국 정보 당국이 A 씨가 블랙 요원이란 사실을 이미 파악하고 어항 속 물고기처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중국 정보당국은 A 씨의 기밀 유출 이전에 자국 내 한국 블랙 요원 현황을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던 셈이다.

 

군검찰은 A 씨가 정보사 내부 보안 취약점을 악용해 2017년부터 기밀을 누설하기 시작했고, 2019년부터는 억대 금품을 받고 B 씨의 지시에 따라 기밀을 출력·촬영·화면캡처·메모 등의 수법으로 탐지, 수집, 누설해 왔다고 밝혔다.

 

A 씨는 이렇게 수집한 기밀을 영외 개인 숙소로 무단 반출한 후 비밀번호가 걸린 분할파일로 가공해 중국 인터넷 클라우드 서버에 업로드했다. 그 직후 중국에서 사용하는 앱을 사용해 음성메시지로 업로드 사실과 비번을 B 씨에게 알려줬다고 군검찰은 설명했다.

 

군부대 내에선 보안어플 사용이 의무화돼 있어 문서 출력은 물론 촬영도 불가능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A 씨 사건의 경우에는 무용지물이 됐다. 이에 군 관계자는 "A 씨가 팀장 역할을 맡고 있어서 기밀 접근이 (상대적으로) 쉬웠고, 부대별로 보안 태세에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군검찰은 A 씨가 수사당국의 추적을 피하고자 매번 다른 계정으로 클라우드에 접속하고, 파일별 비밀번호 설정 및 대화 기록 삭제 등 치밀하게 범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군검찰은 A 씨와 B 씨가 나눈 음성메시지도 공개했다. 음성메시지의 내용에 따르면 A 씨는 “00사업 세부현황이 필요하신 것 맞죠”라고 하자 B 씨는 “네 맞습니다. 최대한 빨리 보내주세요”라고 답했다.

 

A 씨는 또 “지금 위험해서 접근이 힘든데, 서둘러 보겠습니다”, “파일 보냈으니 확인해 보세요”, “돈을 더 주시면 자료를 더 보내겠습니다”라면서 금품을 먼저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기밀 유출 행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군검찰은 A 씨를 구속기소 하면서 군형법상 일반 이적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앞서 국군 방첩사령부가 8월 8일 A 씨를 군검찰에 송치하면서 적용한 간첩 혐의는 제외된 것이다. 현행 간첩죄는 북한과의 연계성이 확인돼야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A 씨가 북한에 기밀을 유출한 혐의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 일반 이적 혐의는 북한을 제외한 제3국에 기밀을 유출한 경우에 적용된다.

 

일각에선 중국 정보당국이 탈북자 색출과 중국 내 한국 정보요원 감시 등에서 북한과 적극 공조한다는 게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A씨가 중국 정보요원에 건넨 블랙 요원 명단 등 기밀의 일부 또는 전부가 북한 정찰총국 등에 유출됐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군검찰은 “구속기간이 만료돼 일단 일반 이적 혐의로 기소한 것”이라며 “(간첩 혐의로 볼 수 있는) 추가 정황을 국과수에 전달하는 한편 간첩 혐의에 대한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김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