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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일규 참사 “북한 주민들, 미래 위해선 통일밖에 없다고 생각"

조선일보 인터뷰 “김정은은 주민들의 통일에 대한 희망마저 무참히 빼앗아”
"김주애, 신비함 없어 후계자 못될 것… 北 외교관들, 태영호 다 부러워 해"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참사가 14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북한 주민들은 한국 국민보다 더 통일을 갈망하고 열망한다”고 밝혔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반통일 2국가 정책’을 “민족의 넋을 말살하는 행위”라며 비판했다. 또한 탈북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노력에 대한 불평등한 평가’와 ‘그에 대한 좌절감과 분노’였다고 전했다.

 

리 전 참사는 왜 탈북을 생각했냐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내 출신 성분, 사회 성분은 ‘사무(事務)’로 ‘노동자’나 ‘군인’에 비해 좋지 않다”며 “2019년 8월 쿠바에 북한 식당을 내기 위해 평양에 가자 외무성 대표부지도과 부국장이 적잖은 뇌물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금 여유가 부족해 ‘후에 보자’는 식으로 미뤘더니 앙심을 품고 나를 소환하려고 시도했다. 이후에도 끊임없이 업무 평가를 야박하게 했다”고도 전했다.

 

리 전 참사는 그러던 중 지난해, 경추 손상에 의한 신경 손상증을 앓게 돼 멕시코에 가서 치료를 받게 해달라고 외무성에 요청했지만, 24시간도 안 돼 불허한다는 전보가 떨어지며 ‘북한을 떠나려는 내 생각은 옳았다’고 확신했다고 한다. 이어 2023년 11월 초에 탈북을 실행했고, ‘북한은 여권을 다 대사관에 보관하게 하는데 비행기를 어떻게 탔냐’는 기자의 질문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북한 당국이 그 방식을 사전 차단할 것이다. 내 뒤를 이어 탈출하려는 분들에게 피해가 될 수 있어 말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리 전 참사는 ‘김주애를 후계자로 보나’라는 질문에, “개인적으로는 어렵다고 본다. 절대 권위, 절대 숭배를 받으려면 신비함이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노출시킬 대로 다 시키고 무슨 신비함이 있고 숭배감이 있겠는가”라고 답했다. 2012년 한국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김정은이 그것을 보고 많이 충격을 받았다. 그때 김정은이 김평해 당 간부부장 겸 담당 비서에게 우리도 여자를 대대적으로 써야 이제 국제사회에서 정상적인 국가가 된다는 취지로 얘기를 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은 통일을 원하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북한 주민들은 한국 국민보다 더 통일을 갈망하고 열망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못살기 때문이다”고 답했고, “간부든 일반 주민이든 내 자식의 미래를 걱정할 때 뭔가 좀 나은 삶이 돼야 한다, 답은 통일밖에 없다, 이것은 누구나 공유하는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정은이 반통일정책을 들고나온 이유’에 관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북한 주민들의 통일 갈망을 차단하려는 데 있다고 본다. 한류는 아무리 강한 통제와 처벌에도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고 밝혔고, “주민들의 통일에 대한 희망만은 감히 뺏지 못했는데 김정은은 이마저 무참히 뺏어버렸다”고 호소했다.

 

 

리 전 참사는 특히 ‘탈북 1호 외교관’인 고영환 국립통일교육원장과 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 소식을 많이 찾아봤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고, ‘태영호 전 의원과는 외무성 근무 시절 탁구를 같이 친 사이’였다고 전했다. 그는 “(태 전 의원) 탈북 이후 외무성 내 거의 모든 사람이 ‘태영호처럼 탄탄대로를 걷는 사람이 왜 갔을까’라며 궁금해했다”며 “공개적 장소에서는 그를 비난했지만 뒤돌아서는 은근히 부러워했다”고도 말했다.

 

인터뷰에 따르면, 리 참사는 “한국에 온 이후 태 전 의원이 쓴 책 ‘3층 서기실의 암호’를 10번 이상 읽었다”고 전했다. 또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 국회의원이 되고 당 최고위원까지 오른 태 전 의원의 활동을 보면서 “혹시 내가 가도 저 정도의 환대를 받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고도 말했다.

 

권구혁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