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27.5℃
  • 흐림강릉 25.6℃
  • 흐림서울 30.1℃
  • 흐림대전 29.3℃
  • 흐림대구 30.5℃
  • 구름많음울산 27.2℃
  • 구름많음광주 30.9℃
  • 구름조금부산 28.9℃
  • 구름조금고창 30.2℃
  • 제주 26.8℃
  • 구름많음강화 25.6℃
  • 구름많음보은 26.7℃
  • 구름많음금산 25.5℃
  • 흐림강진군 25.0℃
  • 구름많음경주시 27.9℃
  • 구름조금거제 28.2℃
기상청 제공

[심층분석] 文정권은 왜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해체했나②

 

-대공수사 역량 저하

대공수사권(對共搜査權)은 일반적으로 북한을 포함해 불법적인 공산주의 활동에 대항하기 위한 수사 권한을 의미한다. 그동안 국정원은 북한 간첩이나 북한 지하당 사건, 북한의 해외망과 연계된 간첩 사건, 반국가단체 사건 등을 주로 검거해 처리했다. 이에 비해 경찰의 대공수사 정보, 공작기법, 신문기법은 전문화와 정예화 수준이 미진한 것이 사실이다.

 

국정원은 정보기관이라 국가안보·국익보호를 위해 합법·비합법 영역 가리지 않고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지만 경찰은 합법기관이므로 해외 나가서 비합법활동을 할 수 없다. 대공수사는 크게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는 간첩활동을 탐지하는 대공정보 수진단계, 2단계는 간첩을 검거해 신문, 조사하는 단계, 3단계는 사법처리하는 단계다. 2단계와 3단계에서는 합법적 절차를 진행해야 하지만 대공정보를 탐지하는 1단계에서는 도청, 기만, 해킹, 절취 등 합법과 비합법의 영역을 넘나들게 된다. 그러나 경찰은 합법기관의 특성 상 이러한 비합법 활동을 할 수가 없다.

 

또한 경찰은 국정원과 달리 독자적인 해외 대공수사망과 방첩망이 없다. 국정원은 미국, 일본 등 유관국의 정보기관과 공식적 채널과 비공식적 채널을 통한 정보협력을 통해 북한정보나 간첩정보를 교환했다. 그러나 경찰은 국제정보협력 체계가 전혀 구축돼 있지 않다. 세계 각 공관에 파견돼 있는 경찰영사는 주 업무가 교민의 보호와 안전 등 외사업무다. 북한의 우회침투를 탐지할 대공수사망이나 방첩망이 구축되지 않을 상태에서 경찰이 대공수사권을 전담하는 것은 대공수사력의 약화로 이어진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정보기관에게 ‘합법’이란 잣대를 드리대며 ‘비합법 활동’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더 이상 ‘정보기관’이 아니라 ‘행정기관’이 되라는 주문”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국정원과 같은 비합법 공작에 소요되는 공작비, 수사활동비 등 예산은 경찰로서는 편성이 아예 불가능하다.

 

게다가 경찰은 기능상 부처를 계속 옮겨 다니는 인사 순환형 시스템이기 때문에 대공수사의 연속성과 전문성 확보가 어렵다. 특히 경찰은 북한의 대남간첩공작 부서인 정찰총국, 통일전선부, 문화교류국 등에 대한 정보수집 및 분석력이 전무해 국정원과 국방부에 의존하고 있다. 국정원은 간첩지령문 등 통신문을 전문적으로 감청하고 해독, 분석하는 과학부서와 사이버공작을 분석하고 대응하는 부서를 운영하고 있지만, 경찰의 그 역량이 매우 미미하다. 경찰이 국정원처럼 이 모든 과학부서들을 새로 신설해 운용할 가능성은 예산 상이나 조직 규모 상 불가능하다.

 

유 원장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은 북한의 대남적화공작에 '비단길'을 깔아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그동안 북한은 '국정원, 경찰 보안수사대, 기무사'를 파쇼폭압기관이라 매도하며 이의 해체를 주장해왔다”며 “국정원이 북한 대남간첩공작의 핵심 억지력(deterrence)인 대공수사권을 포기하는 것은 북한의 대남간첩공작에 고속도로를 깔아 주는 격”이라고 했다.

 

 

-종북 반체제 인사 수사역량 약화

국정원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과 관련한 문제점 중 하나는 경찰이 정치권력의 압력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유 원장은 “경찰청장은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차관급에 불과하다”며 “과거에 경찰이 국내 안보수사를 하게 되면 여-야당을 가리지 않고 수사과정에서 온갖 정치적 압력이 들어왔는데 과연 차관급 경찰 지휘부가 이를 막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청와대 참모들이나 정치권 연계 간첩사건 등 안보사건이 발생했을 때 일선 대공수사관들은 소신껏 수사활동을 전개하려 하지만 심리적으로 위축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는데, 과연 경찰 지휘부가 상층부의 묵시적 압력이나 노골적 간섭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경찰의 상급기관인 행정안전부-국무총리실-청와대 등의 부당한 간섭과 정치권의 압력에 당당히 맞서 소신을 지켜내고 일선 보안수사관들을 격려하며 보호해 줄 지휘관이 과연 얼마나 될지 미지수다. 그러나 국정원은 대통령 소속으로 청와대를 제외한 정치권의 압력이나 간섭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또한 최일선 및 중간층 대공수사관들의 수사의지가 비교적 확고하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적발된 일심회 간첩사건의 경우 당시 국정원 대공수사국은 수사 과정에서 운동권 경력의 청와대 모 비서관이 일심회 총책 장민호(마이클 장)와 수 차례 전화를 한 사실을 파악하고 해당 비서관을 소환해 조사하려고 했지만 청와대가 방해를 했다. 국정원은 해당 비서관을 결국 소환조사하지 못했다. 그러나 당시 김승규 국정원장이 일심회에 대한 정치적 압력을 배제하고 대공수사국에 힘을 실어 제한적이지만 일심회 간첩 수사에 착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사 도중 김승규 국정원장은 사퇴압력을 받고 사임했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해체한 문재인 정부의 주류 세력이었던 전대협 출신 정치인들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임종석 ▲우상호 ▲이인영 ▲김태년 ▲최재성 ▲송갑석 ▲기동민 ▲박용진 ▲강훈식 ▲김영진 ▲강병원 ▲김현권 ▲박완주 ▲박홍근 ▲서영교 ▲어기구 ▲위성곤 ▲이원욱 ▲최인호 ▲김성환 ▲김정호 등 21명으로, 한총련도 있지만 전대협이 대부분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활동한 전대협 출신 인사는 6명이다. ▲한병도 전 정무수석(전대협 조국통일위원장 출신) ▲윤건영 전 국정기획상황실장(전대협 5기 출신) ▲송인배 전 정무비서관(전대협 5기 출신) ▲유송화 전 춘추관장(전대협 2기 출신) ▲신동호 연설비서관(전대협 문화국장 출신) ▲백원우 민정비서관(전대협 연대사업국장 출신) 등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를 이끌었던 전대협 출신들은 ▲허태정 전 대전시장 ▲서양호 전 서울시 중구청장 ▲진성준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이다.

 

이처럼 주사파 세력을 근간으로 한 문재인 정권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즉 ‘북한을 포함해 불법적인 공산주의 활동에 대항하기 위한 수사 권한’을 철폐한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일각에서는 주사파 세력들이 국가보압법을 폐지하려다 실패하자 간첩잡는 기관인 국정원을 무력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주의 경찰국가의 완성?

전국 377개 대학 전현직 6,094명의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는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 모임(정교모)’는 2020년 2월 문재인 정권을 ‘유사 전체주의’로 규정했다. 한나 아렌트에 따르면 전체주의 국가의 비밀경찰은 전 국민을 용의자로 간주하며 모든 이들의 일상의 세세한 영역까지 감시와 통제를 가하는 ‘총체적 지배’를 실행한다. 특히 비밀경찰은 전체주의 정권 유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은 ‘검경 수사권 조정’ ‘검수완박’ ‘국정원 대공수사권 해체’ 등을 통해 경찰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다. 그들이 만들고자 했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도대체 어떤 국가였을까.

 

양연희 기자 takah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