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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文정권은 어떻게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해체했나①

-국정원 대공 수사권 폐지 등 이른바 ‘국정원 개혁’은 문재인 대선 후보의 주요 공약
-서훈 국정원장, 2017년 5월 19일 민변, 참여연대 간부 등 대거 포함된 ‘국정원개혁발전위원회(개혁위)’ 발족
-2018년 1월 14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국정원·검찰·경찰 등 3대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
-2020년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압도적 승리 후 12월 「국가정보원법 전부 개정안」 전격 통과시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문재인 정권이 해체한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총선 승리 후 바로 국가정보원 대공 수사권을 회복하는 법률 개정안을 내고 통과시킬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가 자기가 살기 위해서 통합진보당 후신 종북 세력에게 정통 민주당을 숙주로 내주고 있어 그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국정원 대공 수사 기능을 복원해야 한다는 게 우리 당의 일관적인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이대로라면 통진당의 후신, 간첩 전력자와 그 관련자들이 이번 국회에 이 대표의 신원 보증을 받아서 입성하게 된다”며 “(이들이) 국정원 등의 핵심 자료를 열람, 파악, 추궁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정원 개혁’, 문재인 대선 후보의 주요 공약

이른바 '국정원 개혁'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주요 공약이었다. 그는 국정원의 수사 기능과 국내 정보 수집 업무를 전면 폐지하고, 대공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겠다고 약속했다. 또 불법 민간인 사찰, 정치와 선거개입, 간첩조작, 종북몰이 등 4대 공안 범죄에 관계한 조직과 인력에 대한 처벌 형량을 높이고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을 응징하겠다고 했다.

 

물론 이러한 ‘국정원 손보기’는 문 전 대통령만의 발명품은 아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국정원 직원들의 대량 해고 및 기능 축소는 있었다. 송영인 전 국정원 간부는 2013년 “김대중 정부가 국정원 전문대공수사 인원 581명 등을 일시에 쫓아냈다”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원의 탈정치화, 탈권력화를 주장하며 ‘국정원 비전 2005’를 선포하고 10대 중점 개혁과제를 제시했다.

 

-서훈 국정원장, 2017년 5월 19일 ‘국정원개혁발전위원회(개혁위)’ 발족

대통령에 당선된 다음 날 문재인은 서훈 이화여대 북한학과 초빙교수를 국정원장에 내정했다. 서 후보자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1,2차 남북 정상회담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등 남북 간 많은 공식•비공식적 접촉을 진행했으며, 국내에서 김정일을 가장 많이 만나본 인사로 손꼽였다. 서 후보자는 2016년 6월 계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먼저 김정은 정권을 보장해줘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회 청문회에서 그는 문 대통령의 국정원 개혁 공약 중 국내 정보파트를 없애는 데 동의하고 실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정원장에 오른 서훈은 2017년 5월 19일 국정원개혁발전위원회(개혁위)를 발족시켰다. 개혁위는 적폐청산TF팀과 조직쇄신TF팀으로 구성됐으며, 성공회대 정해구 교수가 개혁위 원장에 임명됐다. 정 교수는 좌파 학술단체인 ‘한국정치연구회’ 창립 멤버이자 오래된 친노 인사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정무 분과 연구위원으로 참여했다. 문재인 정부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정치, 행정 분과 위원으로 활동했다.

 

이석범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회장과 자유식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 허태회 국가정보학회장, 김유은 한국국제정치학회장,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오정희 전 감사원 사무총장 등 민간 전문가 8명과 국정원 전·현직 간부 5명이 국정원 개혁위원에 포함됐다. 그동안 국정원 쇄신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던 민변, 참여연대 간부 등 좌파 민간인들이 국정원 개혁위에 대거 포함된 것이다.

 

국정원 개혁위는 적폐청산TF팀에게 국정원 간부의 청와대 비선보고,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세월호 참사, 채동욱 전 검찰총장 개인 정보 유출, RCS(Remote Control System, 원격제어시스템)를 통한 민간인 사찰, 류경식당 종업원 망명 등 15개 사안 목록을 하달해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TF팀은 수백 개의 키워드를 선정한 후 전산요원에게 국정원 메인 서버에 해당 키워드를 입력해 수천만 건의 기밀 자료를 엑셀 파일 형태로 출력하도록 했으며, 이 가운데 불법 및 정치공작 혐의가 있는 목록의 기밀 원본자료를 국정원 개혁위에 보고했다. 개혁위는 TF팀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적폐청산 TF팀은 국정원 개혁위의 요청으로 2016년 4월 중국 저장성의 류경식당에서 일하다 제3국을 거쳐 한국으로 입국한 북한 종업원 13명 탈출 사건에서 국정원이 어느 정도 개입해 ‘납치행동’을 저질렀는지 살펴보기 위해 관련 기밀 사항을 메인 서버에서 추출했다. 관련된 첩보, 정보, 공작기록을 모두 검토했으나, 국정원이 저지른 불법 행위가 나타나지 않아 조사를 그냥 덮었다고 한다.

 

국정원은 2017년 11월 29일 「국정원법 개정안(일명 대외안보정보원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정원이 제출한 「개정안」에는 국정원의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변경하고, 국정원이 보유하고 있는 대공수사권 등 모든 수사권을 포기하거나 다른 기관에 이관하며, 국내 정보 수집을 중단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그동안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원법을 개정해 국내보안정보 수집권을 폐지하고, 국정원의 정보 수집 범위를 대북·국외로 한정하며, 국정원의 정보 및 보안업무 기획·조정 권한 폐지하는 동시에 국정원의 예산을 구체적으로 밝히도록 해 국정원에 대한 감독과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던 참여연대와 민변, 그리고 일부 국회의원들의 주장을 그대로 답습한 것에 불과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2017년 12월 4일 ‘비밀 취급 자격이 없는 민간인들에게 국정원 메인 서버에 저장된 국가 기밀을 제공한 혐의(국가정보원직원법상 공무상 비밀 누설)’ 등으로 서훈 국정원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당시 김태훈 한변 상임대표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처해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국정원의 메인 서버를 열어 국가 기밀을 민간인에게 유출하는 것은 국정원을 해체하는 것과 같다”며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행위에 해당하므로 서훈 국정원장을 엄중히 수사해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정원 개혁위는 설치에 관한 법적 근거가 모호하며,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에 관해 피해자 입장에 있으므로 수사의 공정성을 위해 수사지휘 라인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했다.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지난해 12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포럼에서 “민간인들로 구성된 국정원 적폐청산 TF 위원들은 청와대 심지어 국정원 직원들조차 볼 수 없었던 국정원의 메인서버 자료 등을 들여다보는 것은 국정원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반국가적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창위 세계국제법협회(ILA) 한국본부 부회장(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국가정보는 어느 정권이라도 새로 집권한 후에 그 정당성과 가치를 자의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정보기관 개혁은 정치인이 아니라 최고의 전문가가 사명감을 갖고 비밀리에 진행해야 하는 초정밀 수술”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정보기관의 정치개입과 인권유린 행위는 금지돼야 하지만 국가안보 목적의 사찰은 허용돼야 한다”며 “증거인멸의 귀재인 최고의 범죄 전문가들이 가공할 위험성과 파괴력을 갖고 국가붕괴라는 대재앙을 목표로 암약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해외정보기구와 실시간 정보 공유가 가능한 국가정보원이 대공수사를 담당하지 않으면 파멸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국가안보는 나라의 존속과 직결돼 있다”며 “정권이 바뀌어도 정보기관의 형해화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국정원·검찰·경찰 등 3대 권력기관 개혁 방안 발표

그러나 2018년 1월 14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국정원, 검찰, 경찰 등 3대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하며,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청 산하의 ‘(가칭)안보수사처’로 넘기고 검찰의 1차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로 관철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2020년 4.15 총선에서 174석의 과반 의석을 확보한 문재인 정권과 여당에 의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결국 문재인 정권은 2020년 7월 30일 국회에서 당정청 협의회를 열고 국정원의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고 대공수사권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삼는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8월 4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대공수사권 폐지 등을 담은 「국가정보원법 전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2020년 총선 승리한 더불어민주당,  「국가정보원법 전부 개정안」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그해 12월 13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재석 187명 중 찬성 187명으로 해당 법률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의원들을 표결에 불참했다. 개정안은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국정원은 창설 63년 만에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완전히 넘기게 됐다. 국정원은 대공수사와 관련해 해외정보 수집 및 조사 기능만 담당하게 됐고, 국내 정보 수집은 금지됐다. 대신 경찰이 간첩과 관련한 국내 첩보 수집과 수사를 전담하게 됐다.

 

양연희 기자 takah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