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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칼럼

[白臨斷想] 뉴욕타임스와 가짜뉴스 척결과 "참언논"

한국인 기자가 쓴 NYT의 서울發 “가짜뉴스 척결에...검열 두려움” 기사
“한국의 시민단체·정부의 가짜뉴스 척결 운동이 자칫 언론 탄압이라는 오해 살 소지”
“‘참언론’도 아닌 '참언논' 떠들며 가짜뉴스 퍼뜨리는 세력들은 언론자유 말할 자격 없어”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한국의 가짜뉴스 관련 정부 정책과 반응 등에 관한 기사가 실리자 일부 국내 언론들이 이를 인용한 사설, 기사 등을 실었다.

 

글쓴이는 뉴욕타임스 서울지국장으로 한국인 기자이다. 그는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NYT 국제면 아시아판에 ‘President’s War Against ‘Fake News’ Raises Alarms in South Korea(대통령의 가짜뉴스와의 전쟁, 한국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다)‘란 제목의 기사를 썼다. 이 기사는 다음날 뉴욕타임스 섹션A 1면에 ’South Korea Targets ‘Fake News,’ But Journalists Fear Censorship(한국은 가짜뉴스를 조준하나 언론인들은 검열을 두려워한다‘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이어 13일에는 제목이 ’Seoul targets ‘fake news’ amid fears of censorship(서울이 검열 우려 속에 가짜뉴스를 정조준하다)’로 바뀌었다. 당초 ‘경각심(Alarms)’이란 단어가 ‘검열에 대한 두려움 혹은 공포, 우려(fears of censorship)’란 단어로 바뀐 것이다.

 

요지는 한국의 윤석열 정부가 가짜뉴스 척결을 강조하면서 언론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열’이란 단어가 들어간 자체부터가 외국인들 눈으로 보면 아직도 한국에 언론 검열이 있을 것이란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그런 단어는 북한이나 사회주의, 전체주의 나라들에서나 어울릴 말이다.

 

사실 요즘 우리나라만큼 언론자유가 보장된 나라가 전 세계 몇이나 될까. 언론은 물론이고 유사 언론, 범 언론, 언론 못지않은 SNS 등에서 과연 못 하는 말이 어디 있나. 대통령은 물론이고 그 자체로 존엄성을 가진 사인(私人)·공인(公人) 가릴 것 없이 욕이나 비속어는 물론이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않나. 그런 나라에 ‘언론 검열’ 운운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실례이고 모욕이다.

 

해당 기사는 가짜뉴스와 관련한 몇 가지 사례를 들면서 대표적으로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의혹을 둘러싼 검찰 수사를 언급했다. 즉, 검찰이 뉴스타파를 비롯한 언론사 기자들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사실 등을 전하며 “1990년대 한국이 민주화한 이후 정부가 이런 조치를 취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전직 검사였던 대통령이 허위조작정보(disinfomation)를 단속하기 위해 언론사에 대한 소송과 규제, 범죄 수사 등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했다.

 

이 기사는 또 뉴스타파의 인터뷰 조작 의혹을 “사형에 처할 반역죄”라고 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과 지난해 ‘바이든-날리면’ 보도 논란 이후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한 소송 제기, 대통령 전용기에 MBC기자 탑승 금지 등도 언급했다.

 

이어 “가짜뉴스가 무엇인지 결정하는 것을 정부에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 이는 정부를 감시·비판하는 언론의 능력을 약화시킨다”는 우리나라 교수의 멘트를 실었다. 새로 출범한 류희림 방송심의위원회가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를 출범시킨 것과 무관치 않은 발언이다.

 

기사에서는 뉴스타파를 한국의 정·재계·언론의 유착에 불만을 품은 언론인들이 2012년 설립한 언론매체로 소개하고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들끓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국의 언론사들은 사람들이 기업 이익에 굴복하고 당파적 편견에 영합하는 것으로 간주되면서 오랫동안 낮은 대중의 신뢰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뉴스타파는 50명의 직원을 지원하기 위해 기부금에 의존하고 있으며 대기업과 검찰을 포함한 한국의 엘리트를 비판하는 조사 보고서를 발표해 윤 대통령과 검찰의 눈엣가시가 됐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물론 나름 균형을 잡으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가짜뉴스를 둘러싼 언론 정책에 대해 보수정권이나 진보정권이 매한가지라는 취지이다. 그러나 의도와는 달리 야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기사는 “진보 야당도 집권 때는 가짜뉴스를 공공의 적이라 부르며 막대한 재정적 처벌이 가능한 법안을 도입하려 했으나 실패했다”며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언론중재법을 지목했다. 이어 “윤 정부 하에서 양측은 입장을 바꿨다”면서도 “다만 차이점은 보수정부가 새로운 법을 도입하기 보다는 낡은 무기(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공개토론을 제한, 개인·언론의 표현에 대한 위협 또는 검열 등)에 의지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3일 최고위원회에서 이 NYT 기사를 예로 들면서 “국회가 통과시킨 방송3법은 윤석열 정권의 그릇된 언론관을 바로잡고 언론자유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여당 쪽에서 보면 야당이 강행 처리한 방송3법은 민주당에 유리한 방송 환경을 만들려는 ‘횡포’임에 분명하다. 야당 대표가 이런 논쟁적 이슈를 밀어붙이면서 NYT의 해당 기사를 인용했다는 것은 그 기사가 한국 야당에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기사만 보면 한국은 현재 검사 출신의 윤석열 정부가 ‘가짜뉴스 척결’을 명분으로 칼을 마구 휘두르고 있는 양상이다. 언론인들을 압수·수색하는 등 옥죄면서 마치 독재국가처럼 언론을 검열·장악해 언론자유를 말살하려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뉴스타파 같은 ‘깨끗한 독립언론’이 권력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해당 기사는 ‘MR Yoon(윤 대통령)’이 임명한 (또다른) ‘Yoon(류희림 신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오기(誤記)로 보임)’이 가짜뉴스를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으로 간주해 모든 온라인 미디어를 스크린 하겠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류 위원장이 방심위의 자체 모니터링과 심의를 강화하고 불법유해콘텐츠는 차단하겠다고 밝힌 내용이다. 방심위가 당연히 해야 할 기본적 의무이다. 이 기능이 지난 정부에서는 오히려 정파적 판단 등으로 지연되거나 솜방망이 제재로 인해 마비됐다는 불만이 고조됐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가짜뉴스가 무엇인가. 그 자체로 형용모순 아닌가. 뉴스면 뉴스고 가짜면 가짜이지, 가짜와 뉴스가 조합을 이루다니. 뉴스가 잘못됐으면 오보도 있고, 허위정보(disinformation)도 있고,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도 있다. 그래서 필자는 가짜뉴스라는 용어 자체를 아예 쓰지 말고 추방하자고 했던 사람이다. 그러나 이를 전 세계적으로 퍼뜨려 유행시키고 급기야 뉴노멀, 보통명사로 자리 잡게 한 장본인이 누구인가. 과문한 탓인지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미국을 대표하는 신문 중 하나인 뉴욕타임스가 남의 나라 기사를 크게 실을 때는 분명 전하려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가짜뉴스 척결을 핑계로 언론자유가 위축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리라. 하지만 해당 기사는 그런 당연한 메시지 전달 보다는 오히려 일부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여지를 안고 있다. 가짜뉴스의 심각성과 그로 인해 입은, 앞으로 입게 될 한국 국민과 정부의 피해에 대해서는 별 언급이 없다. 인터뷰를 조작한 가짜뉴스를 대선 직전에 일제히 퍼뜨린 행위와 그것이 가져올 끔찍한 결과에 대해서는 정확한 설명이 없다. 그저 한국 정부와 검찰이 언론인을 무리하게 수사한다는 얘기만 있다.

 

가짜뉴스 척결과 언론자유 훼손은 동전의 양면일 수 있다. 그러기에 신중해야 하고, 어느 쪽이든 정파적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 뉴욕타임스에 서울 발 한국인이 쓴 이번 기사도 그런 점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좋게 평가한다. 역지사지, 가짜뉴스가 선거와 국가 경제를 흔들어 자유민주주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을 막기 위한 시민사회적·제도적 노력 또한 존중해주고 응원해줘야 할 것이다. 가짜뉴스는 지금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통의 척결 대상이다. AI(인공지능), 딥페이크 등 첨단 기술을 이용한 가짜뉴스의 위험성은 더욱 가공할 만하다.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이용하는 이들은 언론자유를 말할 자격이 없다. 오히려 언론자유를 위협하고 방해하는 세력들이다. '참언론'의 도리나 품격에 대해서는 모르거나 아예 관심도 없으면서 참언론을 떠들어대는 가짜 언론인들 말이다. 비유컨데, 제 딴에는 참언론을 말하지만 듣는 사람에겐 "참언논, 참언논” 으로 들린다. 언론자유를 진정으로 걱정하는 사람들은 ‘~척’ 하지 않는다. 자유민주주의 시민이라면 오히려 가짜뉴스 범람 때문에 언론자유가 탄압받을까를 걱정한다. 그래서 지금은 가짜뉴스 척결이 더 시급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