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대선을 앞둔 2021년 9월 ‘대장동 의혹’의 방향을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로 돌리기 위해 ‘가짜 뉴스’를 만들어 냈다는 관련자 진술과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검찰관계자에 따르면 김씨는 2021년 9월 15일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011년 대검 중수부에서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할 당시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통해 불법 대출 브로커 조우형(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 씨에 대한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내용의 허위 인터뷰를 했다. 윤 대통령은 2011년 대검 중수2과장으로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주임 검사였고, 조 씨는 다른 사업자가 대장동 초기 사업을 주도할 때 부산저축은행 대출을 알선한 브로커였다. 즉 박영수 전 특검의 부탁을 받은 윤 대통령이 후배 검사를 시켜 조우형 씨를 봐줬다는 주장이었다.
신 전 위원장이 자문위원으로 있는 뉴스타파는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 6일 ‘윤석열 후보가 검사 시절 자신의 사무실에서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를 만났고 조씨 수사를 무마했다’는 취지의 ‘김만배 인터뷰’ 녹취 파일과 그 내용을 전격 공개했다.
2021년 10월부터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이라는 주장을 했던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대선 직전 뉴스타파의 녹취 파일이 나오자 공세 수위를 최고조로 높였다. 이재명 후보는 같은 달 16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수사 주임 검사로서 대장동 대출 건을 수사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구속될 사람은 이재명이 아니라 윤 후보”라는 글을 올렸다. 또한 18일 경기도 국감에서 이 후보는 “(부산저축운행 사건은) 명백한 부실 대출이었는데 윤석열 후보가 주임 검사로서 수사를 하면서 이 부분(대장동)을 뺐다”고 했다. 이 후보는 2022년 2월 TV토론에 나와 윤 대통령에게 “조우형에게 왜 커피를 타줬느냐”고 물었다. 뉴스타파가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 6일 신학림 씨의 ‘김만배 인터뷰’ 녹음파일 편집본과 내용을 공개하자,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뉴스타파 기사 링크를 올리면서 “널리 알려달라”고 했다.
김만배 씨는 신학림 씨와 허위 인터뷰를 한 직후인 2021년 9월 말 조우형 씨에게 “이 형(김만배)이 아주 엉뚱한 방향으로 사건을 끌고 갈 것이니 너는 그냥 모른 척하고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고 조선일보는 이날 보도했다. 시점은 정영학(천화동인 5호 소유주) 회계사가 검찰에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을 제출한 직후라고 한다.
또한 김씨는 조씨에게 “이재명을 끌어들이면 안 된다”며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의 개인 일탈로 몰고 가야 되니 인터뷰 요청이 오면 너도 그런 취지로 이야기 하라”고 했으며, 검찰은 이러한 진술을 확보한 상태로 알려졌다.
당시 문재인 정부 검찰의 대장동 수사도 그 방향으로 진행됐다. 유씨는 대장동 특혜 개발 사건의 주범으로 가장 먼저 구속됐다.
검찰은 김만배 씨가 윤석열 후보를 ‘대장동 몸통’으로 몰기위해 가짜뉴스를 ‘기획’한 다른 정황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2021년 9월 15일 신학림 씨와의 허위 인터뷰를 할 즈음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에게 전화를 걸어 “부산저축은행 수사 때 윤석열 등이 (당신에게) 커피를 타줬다고 (인터뷰에서) 말할 테니 입장이 곤란해져도 모른 척 해달라”며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의혹 초기 조씨는 김씨에게 ‘그렇게 하라’고 허락했지만 최근 검찰 조사에서는 그는 ‘실제로는 그런 사실이 없었다’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받을 때 만났던 검사는 윤석열 검사가 아니라 박모 검사’라고 진술했다.
또한 김씨는 2021년 9월 당시 미국에 체류 중이던 남욱(천화동인 4호 소유주) 씨에게 전화를 걸어 “대검 중수부 조사 당시 조씨에게 커피 타준 게 윤석열 주임검사가 맞지?”라고 물었고, 남 씨는 “그런 것 같다”고 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남씨는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김만배의 공작에 당했다”고 했다. 최근 검찰 조사에서도 과거 김 씨와의 통화에서 자신이 한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며 입장을 바꿨다.
실제로 남씨는 귀국한 뒤 2021년 11월 19일 검찰 조사에서 “윤석열 검사가 조씨에게 커피를 타줬다는 말을 김만배 씨한테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조씨는 같은 달 검찰에 “윤석열 검사가 아닌 박모 검사를 만났다”며 이를 부인했다. 그해 12월 남씨와 조씨의 대질신문에서 남씨는 “직접 조씨에게 들은 것이 아니라 착각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은 최근 “김씨가 2021년 3월쯤 ‘사재 100억원을 출연해 언론인 재단을 만든 뒤 신씨를 초대 이사장으로 모시려 한다’고 말했다”는 진술을 대장동 민간사업자들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2020년 법률 전문 언론사를 인수하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근 대장동 개발 사업 관계자로부터 “2021년 3월쯤 김씨로부터 ‘100억원을 출연해 신 전 위원장을 이사장으로 하는 언론재단을 만들겠다’고 하는 말을 직접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김씨는 신 전 위원장을 중심으로 언론인 대여섯명을 모아 언론재단을 만들고 이를 통해 여러 언론사에 영향력을 미치려 했다”며 “대장동 사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언론사를 인수하려다 실패하자 이를 대신할 조직을 만들려고 한 것”이라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관계자는 “100억원이 실제로 간 것은 아니고 재단 출범이 실현되지도 않았다”며 “당시 김씨 수중에는 돈이 없었고 2022년 초에나 투자금이 회수되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 1일 신씨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신씨는 김씨와 허위 인터뷰를 한 뒤 대선 사흘 전 뉴스타파가 이를 보도하게 한 대가로 1억 6500만원을 수수한 혐의, 즉 배임수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신씨는 인터뷰 내용을 제20대 대통령 선거 직전 보도해 달라는 김만배 씨의 청탁과 함께 2021년 9월 20일 1억 6200만원을 송금받았다”는 등의 혐의를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신씨는 “김만배 씨 인터뷰가 거짓인지 아닌지는 판단할 수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또한 신씨는 “내가 쓴 책 세 권을 김씨에게 팔고 받은 돈”이라며 “판권이 아니라 책 세권을 넘겼다”고 주장했다. 국내 출판 전문가들은 “고서나 희귀본을 통틀어 보더라도 대단한 고가에 해당한다”며 그 정도 가격은 주로 고려 시대나 조선 초기 문화재에 해당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현대문학 서적 중 경매에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책은 1926년 출간된 한용운 시집 ‘님의 침묵’ 초판본으로 지난 2월 1억 5100만원에 낙찰됐으며, 김소월 ‘진달래꽃’ 초판본(1925년)은 2015년 경매에서 1억 3500만원에 낙찰됐다는 것이다. 고서 전문가 A씨는 조선일보에 “20세기 이후의 책 가격이 1억원이 넘는 경우는 유명인이나 독립운동가의 자필본 등 대단히 큰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했다.